[김원정 기자]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응급실과 함께 치료 및 수술 등을 담당할 배후진료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이를 위해 시급한 과제로 인력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전공의 사직 이후 신규 전문의 배출도 요원한 상황에서 내년까지 응급실과 배후진료 문제가 이어질 경우 현재의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진행한 '응급의료 배후진료 역량 강화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김건엽 경북대학교병원 공공부원장은 "당장 다음 달에 추석 연휴가 있다. 보통 연휴가 되면 대학병원에 응급환자들이 1.5배에서 2배 이상 몰린다. 이로 인해 번아웃이 되는 응급의학과 교수들과 배후진료 의료진들이 많다.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추석이라는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연말, 내년 3월에 신규 전문가 배출돼야 하는데 현재는 없다. 그러면 내년 3월까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라면 반문했다.
이어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중앙에서 모든 것을 알기는 힘들다. 그래서 지자체가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인프라 측면에서는 최종 치료를 할 수 있는 인력 확보 기준을 강화하고 순환당직체계,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의 시설기준강화 등과 함께 법적인 부분도 뒷받침돼야 할 것 같다. 확실한 수과, 국가예산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증·응급 환자들을 보는 응급실 야간, 주말 당직의들의 고충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3교대 또는 2교대로 당직을 서고 있지만,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배후진료도 없이 1명씩 당직을 서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민진홍 대한응급의학회 보험이사(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은 "오늘도 아침에 일하다가 왔고, 저녁에 당직도 서야 해서 토론회 후 바로 내려가 된다. 응급실 당직인원이 1명일 경우, 복합질환자가 내원할 경우 대응이 되지 않는다"며 응급실과 배후진료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환자를 전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병원 입장에서 보면 낮에 비해 심야에는 환자수가 극히 적다. 결국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고용인원도 줄인다. 의사도 줄이고 간호사, 방사선사 등도 줄인다. 인원뿐만 아니라 전기세 등도 생각한다. 결국 야간응급실은 인력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고용을 안 한다. 그러다보니 그 시간에 갈 병원이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며 "결국 배후 진료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고용 문제를 최우선에 두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훈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배후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비롯해 장비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병원 입장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비합리적인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정책적으로 병원이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예를 들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에서 배후 진료역량을 평가하거나 과도한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권역별로 특화된 병원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민간에서 이러한 부분이 될지 회의적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해영 교수(중앙심뇌혈관센터장·심근경색증연구회 이사)는 "심혈관질환의 경우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때문에 구급대원이 병원 내원 전 이송단계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 당직 심장내과 중재시술의에게 연락해 환자 선별 과정에 참여한다면, 보다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당직한 다음날에는 적어도 쉴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쓰러지지 않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에 따라 심뇌혈관, 외상 등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관련 과 당직의가 대기할 경우 환자 치료효과와 휴유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당직과 외래를 이어서 진행할 경우의 번아웃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서 지속가능한 진료를 위해서는 당직 후 휴무 등을 제도화하는 등의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경 교수(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는 "지금 응급실 뺑뺑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적정시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된다"며 "지금의 응급실 뺑뺑이의 주요 원인을 외과로 봤을 때는 중환자실의 부재, 수술실의 부재, 수술의사부재다. 또 지역은 의료 인프라 부족, 외과의사 부족이다. 빅5병원의 경우에는 인프라는 풍부하지만 응급의료가 가능하냐면 상대적으로 빈곤하다. 지금의 수가체계는 돈이 되는 것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조우식 사무관은 "응급실 뺑뺑이 혹은 미수용에 대한 원인이 이러한 후속진료, 배후 진료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권역센터가 중증 환자진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를 많이 분산한다든지, 지역센터 중에 거점센터를 지정해서 권역센터 역할을 보완한다든지, 수슬에 대한 수가를 높인다든지 등도 검토하고 있다. 그래서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응급의료대책 등에도 배후진료 역량을 갖추는 것에 대해 좀 더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응급의료체계 붕괴 막으려면…政 특단대책 내놔야
더 이상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도록 만들어야 하는게 국회의 역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약 20년간 응급의료기관이 확충되고 정부가 응급의료 분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오긴 했지만 배후 진료 역량의 취약함, 여전히 환자수 대비 응급의학 전문의를 포함한 응급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응급실 뺑뺑이나 전원 등이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환자의 안타까운 사망 사례가 계속해서 있어왔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과 맞물리면서 응급의료체계가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 것 같다. 응실급에 근무하던 전공의가 빠져나간 병원의 경우 그 자리를 교수가 고스란히 메우면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더 이상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개혁을 포함한 여러 개혁안에 대해 발표를 하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기는 할 것 같다. 발표될 방안에 응급의료체계를 위기에서 구할 특단의 조치가 포함될지는 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윤 의원은 "아직 발표되지 않아서 뭐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만약에 그런 조치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면,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정부에 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입법안을 발의해서라도 정부가 지금의 위기상황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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