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요법 탄생시킨 제줄라, HRD난소암서도 치료향상 기대"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 
재발율 80% 달하던 난소암…PARP 억제제 완치 개념 만들어
5년 이후 장기 복용 환자들에 한해 산정 특례 연장해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9-24 05:57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난소암 치료는 PARP 억제제가 등장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PARP 억제제 등장 전 난소암 치료는 수술 이후 항암화학요법까지 진행한 뒤,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PARP 억제제의 개발로 도입된 '유지요법'이란 개념은 난소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PARP 억제제 중 하나인 '제줄라(니라파립)'는 난소암 1차 유지요법에서 또 이정표를 세웠다. 난소암 바이오마커를 통한 아형 분류에서 상동재조합결핍(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y, HRD)을 가진 환자군에서도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것.

실제 제줄라 3상 임상 PRIMA 연구에서 이어진 3.5년 간 장기 추적 관찰 연구 결과, HRD 환자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제줄라군 24.5개월, 위약군 11.2개월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6월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제줄라는 HRD 환자 대상 급여 확대에 대해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는 급여 확대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HRD 난소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적절한 유지요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내 난소암 치료 성적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정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난소암 유지요법에 쓰이는 PARP 억제제가 국내 도입 5년이 됐다.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했는가?

- 난소암은 수술 및 항암화학요법 이후 환자들의 재발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재발 위험이 워낙 높은 암이다. 그 많은 환자들이 결국 재발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과거에는 추가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환자들이 불안함을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유지요법 치료를 지속함으로써 실제로 난소암 환자들의 재발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함은 물론 무진행생존율을 늘리는 등,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졌다. 유지요법 덕분에 난소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새로운 장을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 국내 허가 PARP 억제제는 현재 두 가지로 각각 세부 적응증이 다르다. 

- 1차 유지요법만을 보면 제줄라는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한 난소암 성인 환자의 단독 유지요법 치료제로 처방이 가능하다. 올라파립은 1차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한 새로 진단된 진행성 BRCA 변이 고도 상피성 난소암 성인 환자의 유지요법 치료제로 처방 가능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암세포의 조직학적 유형에 따라 각 약제를 처방할 수 있는 세부 암종이 달라지며, 올라파립은 BRCA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는 것이다. 제줄라와 올라파립 모두 주요 임상 연구 디자인과 그 결과에 따라 허가사항을 받은 것이어서 어느 쪽이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제줄라가 더욱 넓은 범위의 환자들에게 처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Q, 약제 선택 시 환자 입장에서 고려할 만한 요소는 무엇인가. 

- 제줄라와 올라파립 모두 보험 급여가가 적용되는 조건이라면 치료비용에 대한 장벽은 거의 없다. 전문의들도 두 약제의 치료 유효성이 거의 유사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약제를 선택할 때 주로 고려하게 되는 것은 약제의 복용법과 복약 순응도다. 

두 약제의 복용법에는 차이가 있다. 제줄라는 1일 1회 복용하지만 올라파립은 1일 2회 복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탈모 치료를 위해 매일 발모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환자들은 하루에 두 번 먹는 약보다는 한 번만 먹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복용 편의성은 질환을 불문하고 환자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루에 수 차례 약을 챙겨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주일 정도라면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으나 2년 이상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하루에 한 번 먹는 것이 편의성 측면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유지요법의 개념은 질환이 진행될 때까지 PARP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이 간혹 환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확한 표현으로 설명해야 한다.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병이 재발할 때까지 복용하는 약"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들은 오히려 '재발은 불가피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재발을 기다리며 복용하는 약'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는 PAPR 억제제 유지요법은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 목적으로 이뤄지는 치료이기 때문에, '재발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약이므로 재발이 없으면 계속 복용하면 된다'는 설명이 더욱 적절하다.

Q. 1차 단독 유지요법 치료제로서 허가를 받은 이후부터 PARP 억제제가 곧 치료 5년 차를 향해가는 시점이다. 

- 난소암 치료에서 PARP 억제제 장기 복용은 현재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환자들의 비용 부담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난소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은 후 5년 동안 재발이 없으면 완치라 판단하고 있다. 실제 환자들을 보면 유지요법을 받은 후 5년이 지나 재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추적 관찰 연구들을 보면 일부 환자들은 5년 이상 복용을 지속하고 있다. 간혹 5년 후에도 재발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가 원한다면 5년 이상이 돼도 제줄라를 계속해서 복용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중증질환 및 희귀·중증난치질환자 산정 특례 제도'에서 암환자 지원 기간은 등록일부터 5년이다. 대부분 암이 5년 내에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로 간주된다는 기준에 따른 것으로 생각되는데, 제줄라 장기 복용 시 바로 이 '지원 기간 연장'이 문제가 된다. 환자가 5년 이상 제줄라 복용을 원할 경우 기간 연장이 필요한데, 환자의 질병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 확인돼야만 연장이 가능하다. 

유지요법을 그 정도 시행한 환자들은 재발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질병이 있는 상태가 확인되지 않아 계속해서 산정 특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산정 특례 지원이 종료된 환자들은 이전에 약제비용의 5%만 부담하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30%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즉,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완치라 하더라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인 환자들이 원하는 경우라면 5년 이후에도 PARP 억제제를 계속 복용할 수 있도록 장기 복용 환자들에 한해 산정 특례를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Q. 지난 6월 약평위 심의에서 제줄라의 보험급여 범위룰 상동재조합결핍(HRD) 환자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이 인정됐다. 국내 난소암 치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는가. 

- HRD 환자군에 대한 제줄라의 임상적 유효성도 PRIMA 연구를 통해 충분히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많은 HRD 환자들이 제줄라를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 HRD가 확인된 환자들에게 제줄라를 권했을 때 일부 환자들은 비용이 얼마나 들더라도 유지요법을 받겠다고 하는 반면,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한국다케다제약에서 진행하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제줄라를 복용 중인 환자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지요법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상당수 있다.

따라서 이번 보험 급여 기준이 확대된다면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HRD 난소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더 나아가 적절한 유지요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내 난소암 치료 성적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유지요법 도중에도 재발을 경험하게 되거나 PARP 억제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환자들도 있다. 이와 같은 한계를 감안했을 때, 향후 난소암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은가. 

- PARP 억제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처음부터 PARP 억제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있고, 유지요법 중에도 상당히 빠른 기간 내에 재발하는 환자들도 일부 있다. 

PARP 억제제가 난소암 치료에 있어서 혁신적으로 환자들의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치료제로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멈추지 않고 그 다음 단계의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또, PARP 억제제의 효과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약물이나 PARP 억제제에 대한 내성을 상쇄시키는 약물을 추가하여 유지요법을 시행하는 연구 등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ADC(Antibody Drug Conjugates, 항체약물접합체)다. ADC는 이미 많은 암종에 적용되고 있다. 암환자의 체내에서 특히 많이 발현되고 있는 항체를 찾고, 해당 항체에 약물을 접합한 후 암세포를 찾아내 약물과 접합된 항체가 직접 항암 작용을 하게 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대개는 세포독성 항암제를 포함하여 ADC를 개발하는 편이고, 정상 세포에는 발현되지 않는 항체를 사용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항암치료 관련 이상반응을 줄인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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