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임핀지 급여 촉구 청원이 남긴 것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10-31 12:03

임핀지 담도암 적응증 보험 급여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최근 동의 수 8000명을 넘기며 종료됐다. 

국회 회부 조건인 5만명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국내 1년 담도암 발생 환자 수가 7000명에 불과한데다 담도암 환자 평균 생존 기간이 1년을 못 미친다는 점을 미뤄 봤을 때, 거의 모든 담도암 환자와 가족들이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담도암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관심 밖 영역이었다. 폐암, 유방암 등 주요 암은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약제가 연달아 등장하며 늘 관심 대상에 있는 반면, 담도암은 환자 수가 적고, 치료제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요 암에 비하면 환자 수가 1/4~1/5 수준으로 적으며, 12년 간 쓸 수 있는 치료 옵션은 화학항암제가 유일했다. 

오랜 기간 소외됐던 담도암은 최근 들어 국내 의료진 노력에 의해 탄생한 면역항암제 임핀지 국내 도입으로 관심이 집중된 암종이다. 

담도암에서 최초로 기존 치료 옵션 대비 전체 생존율 2배 이상 개선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인 환자 대상 하위분석 연구를 통해 전체 환자 대비 높은 사망률 감소 효과를 확인하면서 장기 생존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진단이 사망 선고와 같았던 담도암에서 새로운 희망이 생긴 셈이다. 오랜 기간 희망을 기다렸던 담도암 환자들에게 임핀지가 생명 연장의 동아줄이 된 만큼 급여 또한 매우 절실한 상황. 

과거 담도암보다 생존율이 낮았던 폐암은 최근 10년 간 4개의 면역항암제 급여 적용으로 생존율이 15%p 개선돼 담도암 생존율을 뛰어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급여된 치료제가 전무했던 담도암 생존율은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담도암 환자 사망률은 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ESMO(유럽종양학회)는 아시아 담도암 환자를 위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임핀지를 신속한 급여 적용이 필요한 약제로 권고했다. 의료진들도 담도암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청원에 8000명이 모인 점은 결코 아쉬운 수치라고 할 수 없다. 담도암 환자들이 처음으로 힘을 합친 청원에서 담도암 발생 수를 넘는 동의를 달성한 만큼 담도암 분야에서 이례적인 기록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발생 수가 4배 이상 차이나는 유방암이 여러 차례 국민청원 조건인 5만명을 달성한 것과 유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민청원 조건을 달성한 유방암 치료제 대부분은 현재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 반영으로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입모아 임핀지의 급여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서면질의를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임핀지의 건강보험 급여를 촉구한 한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보건복지부에 임핀지 급여화 방안에 대해 서면질의한 바 있다.

임핀지는 지난 6월 담도암 급여 심의를 재신청해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10년 넘게 새로운 치료제를 기다렸던 담도암 환자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전해져 맘 편히 치료제를 쓸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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