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의대정원 모집 중지, 트롤리 딜레마가 떠오르는 이유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2-26 05:5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가 통제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상황을 가정해,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윤리적 딜레마를 제시한다.

의대 정시모집을 코앞에 두고 트롤리 딜레마가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수시 합격자는 있지만, 아직 입학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앞으로의 의학교육 파행이 10여년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합격을 취소하고 모집 중지를 하는 방향이 최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합격자가 나온 상황에서는 모집인원 '0'으로 하자는 것은 유효하지 않은 주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과대학은 한국 사회 안에서 최고의 지성인이 다닐 수 있는 학교다. 이곳에 합격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감을 경험했을 학생들에게 '모집 중지'는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일 것이다.

입시 합격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공부에 매진해 온 학생들을 지켜봐 온 학부모들에게도 모집인원 '0'명, '합격 취소'라는 말은 너무나 가혹할 것이다.

의과대학 예과 2학년 학부모가 지난 24일 열린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 참석해 "휴학한 의대생들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원점 재검토가 아니면 못 돌아오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학생들의 뜻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냐, 원점 재검토가 왜 가능하지 않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학부모님은 2025학번으로 입학할 학생들의 학부모님이 이 자리에 왔을 때 두 분이 대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말해 달라. 서로 반대 토론이 격렬하게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발언을 지금 하고 있다. 그 부분은 2025학번 수험생 학부모와 별도의 자리를 좀 갖고 두 분이 합의된 어떤 안을 만들어 공개적으로 말해 준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합격한 소수의 예비 의대생들의 희생으로 다수의 의대생, 국민들이 설령 이익을 획득하는 것이 분명하더라도 합격한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방향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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