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정부가 올 한 해 마약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집중했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 구축에 초점을 맞춘 게 다양한 정책으로 드러난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초 '2024년 식약처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마약류 오남용 예측·차단을 비롯해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 지원체계 확장, 마약류 중독 예방 교육 실시 등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약류 오남용 통합감시 시스템(K-NASS) 구축은 식약처가 마약류 오남용을 예측·차단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K-NASS는 마약류 취급자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보고하는 마약류 취급정보와 공공 정보를 연계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탐지한다.
올해 식약처는 K-NASS 사업을 시작했으며,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아울러 K-NASS로 마약류 오남용을 자동 분석해, 병·의원과 환자 행정조사에 사용하거나 의료현장에 적정 처방 유도 목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경찰,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기획 점검을 통해 마약류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도 점검했다. 이어 점검 결과를 기반으로 경찰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의심 의료기관 수사를 의뢰하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이는 지난해 추진한 정책 연장선에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합동 기획 점검에서 의료용 업무 외 목적으로 마약류 취급, 마약류 취급 보고 절차 위반, 마약류 취급 제한 위반 등 사항을 적발해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진행한 바 있다.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 시행은 마약류 오남용 차단을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는 의료용 마약류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 의약품을 처방하지 않아야 한다.
식약처는 의사가 의료기관 처방소프트웨어로 의료용 마약류 처방 시 마약류통합관리스템을 통해 환자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오남용 사례를 다수 확인한 펜타닐 성분 정제·패치제에서 대상 성분과 품목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 확대…마약류 중독 치료 돕는 전환점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 지원체계 확장은 정부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관계부처는 연초부터 마약류 재범 근절 방안을 논의하며, 기소유예자 대상으로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을 확대·시행했다.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은 마약류 투약 사범 중 치료·재활이 필요한 조건부 기소유예자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등 전문가로 구성한 위원회에서 개인별 중독 수준을 평가하고, 맞춤형 치료·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 인프라 '함께한걸음센터' 설치를 담당했다. 함께한걸음센터는 서울,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울산, 부산 등 전국 17개 시·도에서 마약류 기소유예자에 치료 연계 및 사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치료 연계 및 사회재활 프로그램 운영은 마약류 투약 사범을 범죄자로 단정하는 게 아니라, 치료 및 회복 재활이 필요한 환자로 보는 시각에 기인한다.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 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한 전문가는 이같은 프로그램이 마약류 중독 치료를 돕는 전환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약처는 함께한걸음센터 서비스 질을 높이고 인적자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약류 예방·재활 전문인력 인증제'도 시행한 바 있다. 해당 인증제를 수료한 사회재활상담사는 함께한걸음센터에서 재활교육, 상담 등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제교육 과정을 참고해 인증제 이론교육 과정을 설계했다며, 대학교수 등 전문가 약 130명이 콘텐츠 개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론교육을 이수한 수강생이 필기시험을 거치고, 현장실습 통해 실무 능력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4시간 마약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1342 용기한걸음센터'도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다. 1342 용기한걸음센터는 지난 1월부터 마약류 중독 관련 상담, 함께한걸음센터 연계 등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 다양한 연령층 대상으로 마약류 중독 예방 교육…설문조사로 효과 확인
올해 정부는 마약류 중독 예방을 위한 교육도 강조했다. 마약류 범죄를 처벌하는 게 능사가 아니며, 교육을 통해 마약류 중독에 빠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식약처는 마약류 감시원 체험을 통해 어린이에게 마약류 오남용 위험성을 알렸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해당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는 마약류 감시원 역할을 맡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오남용 의심 정보를 확인한 후, 약국으로 출동해 마약류 의약품 관리 상태를 점검했다. 이어 마약류 오남용 위험성을 이해하고, 의약품 사용법을 익혔다.
정부는 지역 축제에 참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류 예방 교육도 진행했다. 초·중·고등학생 3000여 명은 지난 10월 '제2회 노원청소년 미래과학 축제'에서 가상현실(VR) 교구를 활용해 어지러움, 구토 등 마약 부작용을 체험했다.
이같은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 효과는 행동·인식 변화를 확인하는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식약처는 초·중·고등학생 4만727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며, 전체 응답자 90%가 예방 교육이 마약류 위험성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본 한 전문가는 교육 전·후 정답률 비교 시 약물중독 인식 변화가 나타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다른 전문가는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체험 중심 예방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성인을 대상으로 마약류 오남용 및 중독 예방 교육도 실시했다. 교육 내용은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위험성 및 부작용, 마약류 거절법 및 범죄 예방법, 마약류 관련 법률 및 처벌, 의료용 마약류 중독 및 올바른 사용법 등이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해 올해부터 소규모 단체·인원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 7월 기준으로 전체 교육 인원수(80만명)가 지난해 실적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같은 기간 마약류 예방 교육이 1만5952건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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