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버린 25학번 정시모집…의료계, 허탈감·우려 속 대응 모색

의대 교수들, 과도한 학생 수로 교육 질 악화 우려 속 실망감 표출
새 정부 내각 출범 후 2026학년도 정원조정 가능성 기대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1-03 05:58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2025학년도 정시모집 접수가 오늘 마감되는 가운데, 의료계에선 정원모집 중단 논의가 2026학년도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2025년도 정시 합격자 발표는 남아 있지만 정원조정을 한다고 해도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26학번부터 본격적인 정원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별로 정원 조정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 신입생에 더해 24학번 학생들이 복학할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은 불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교육 계획 수립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늘(3일)까지다. 이후 정시모집 전형기간을 거쳐 합격자 발표는 내달 7일까지로,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의대 정원 모집 중지, 원점 재검토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의학교육 파행이 예측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얼마든지 현 사태 전에 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분노와 허탈감을 나타냈다.

A의과대학 교수는 2일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시모집이 마감되면서 2025학년도 모집정지 주장이 의미가 없어졌다. 의대교수들은 분명히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정부는 아무것도 안 했다. 앞으로 교육 악화는 막을 수 없다. 이제 교수들이 더 이상 (정부에) 주장할 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의과대학 교수는 "아직 정시 모집이 확정은 아니다. 원서는 다 받았지만, 원서 받을 때 몇 명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천재지변에 따라 학교장 재량껏 다 안 뽑을 수 있다는 규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그 규정을 적용하려고 해도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합격자 발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 그렇게 해서 조절할 수 있는 수도 크지 않다. 그래서 일괄적으로 무조건 신입생을 다 받아야 된다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현재는 수시로 뽑힌 학생들만 가르친다고 해도 여력이 대부분의 대학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을 많이 받을수록 아래 학번까지 고통 분담해야 될 양은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B의과대학 교수는 "증원이 안 된 의대도 신입생에 복학생까지 더해지면 두 배수다. 그런데 충북대의대는 기존보다 3.5배나 되는 정원을 가르쳐야 한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충실히 교육시키기는 너무나 힘들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미 뽑힌 학생들에 대해서는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2학기제를 3학기제로 나눌 것인지, 성적에 따라 일정 수를 컷오프 시킬 것인지"라면서도 "어떤 방법도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대응책 부재 상황에서 의학교육 악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원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점도 내놨다.

B의과대학 교수는 "교육부는 신입생을 뽑기 전까지 충분히 교육시설도 늘리고 교육 인원도 확대해서 피교육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뽑힌 학생들을 충실히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2026학번, 2027학번, 2028학번 등도 문제가 될 것이다. 때문에 의과대학별로 여력에 맞게 학번별 정원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대 총 정원은 그대로 두더라도 정원 내에서 총장이나 학장 재량에 따라 학교 교육 상황에 맞게 뽑는 수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고 그래야 소위 고통 분담이 한 학부 애들한테 몰리지 않고 조금씩 나눠지게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C의대 교수는 12·3 계엄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2025년도 정원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2026년 의대 정원 조정이 현실적이라고 언급했다. 또, 돌이킬 수 없는 현 시점까지 오게 만든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대통령 결정에 반기를 들 만큼 신념을 가진 정부 관계자가 없다는 점에 허탈감도 나타냈다.

C의대 교수는 "2000명 의대정원 정책이라는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웠을 때 바로 잡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해 두 번째 단추도, 세 번째 단추도 계속 잘못 끼우는, 잘못된 대책만 내놓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대통령 탄핵 국면이다. 이 상황에서 욕을 먹더라도올바른 결정을 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정치인이 나올 수 있겠나, 아무도 없다"며 "새 정부 내각이 구성되기까지는 정원 정책이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정부가 현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별 총장 및 학장에게 정원조정에 대한 자율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요원할 것이며, 총장들도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C의대 교수는 "학장들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의대 총장들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증원을 주장했던 총장들이 갑자기 정원을 조정한다면, 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래서 아무도 조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기 좋은 상황이 아닌가. 그러면 의료계와 물꼬가 트여질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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