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국내 출시 3개월이 지났다.
비만치료 현장에선 혁신적 옵션으로 평가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왜곡돼 있던 비만치료 행태에 더해 비만에 대한 사회 전반적 인식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은 현실이다.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내과 전문의이자 대한비만학회 개원이사인 이창현 서울행복내과 원장을 만나 위고비 출시 이후 비만치료 현장 변화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이 원장은 위고비가 왜곡된 비만치료 현장을 바꿀 수 있는 약이라고 평가했다.
비만치료에서 가장 큰 문제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으면서 장기간 쓸 수 있는 약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건강한 비만치료를 위해선 이 같은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전반 개선을 동반한 의료적 접근과 관리가 필요하지만, 그동안은 이를 만족하는 약물이 없었다.
결국 수개월 내 효과를 보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위주로 여러 약이 섞인 소위 '동대문 언니약' 같은 잘못된 치료가 대중화돼 있었고, 환자 기대치 역시 이 같은 약물을 과량으로 사용해 단기간에 체중을 빼는 데 맞춰져 있었다. 이 같은 방식은 3개월 이내로 사용돼야 하고, 재사용 규정도 없다. 엄밀히 따지면 평생 동안 3개월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이 같은 방식을 3개월 이상 사용한 환자나 의사가 모니터링되면 단속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위고비란 비만약 출시는 '동대문 언니약'이 성행하던 비만치료 현장에 혁신적인 선택지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으면서 장기간 쓸 수 있는 약이란 점에서다. 위고비 성분은 인체 호르몬과 94% 정도 동일해 부작용이 적지만, 체중감소 효과는 빠르고 분명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건강한 비만치료를 위해 환자를 설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긴 셈이다.
위고비 출시로 건강한 비만치료란 출발선에 섰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먼저 환자가 갖는 인식이다. '꿈의 비만약'이란 유명세는 미용 목적 접근과 함께 약물 사용을 쉽게 보는 부작용을 불렀다. 이제는 금지된 비대면 처방이 성행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원장은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체중이 지나치게 많이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약물 저항성에 따른 개인차로 적정 수준을 금방 지나쳐 거식증 환자처럼 지나친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비만 환자의 경우에도 적절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약에는 부작용이 적더라도 개인마다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어 약물 사용 조절에 대한 관리를 받아가며 사용돼야 건강한 비만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체중감량이 많은 경우 담석증 발생 여부, 당뇨 환자의 경우 당뇨약 조절 필요성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반면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걱정하는 갑상선의 경우 '갑상선 수질암'이란 드문 암만 금기다.
비만치료에 대한 사회 전반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만 환자로 분류되는 군은 일상생활에 크고작은 영향을 많이 받지만, 아직까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과거 비만은 질환보단 운동하지 않는 게으름이나 식이 욕구 조절 등 문제로 치부됐다. 당뇨병도 식사 조절을 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란 인식이 있던 것과 유사하다. 우울증 역시 개인 의지로 보던 시선도 마찬가지 사례다. 치료를 위해 사용하던 전문의약품이 단기 사용만 가능한 향정신성의약품 위주였던 점도 부정적 인식을 더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 데다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검증된 약도 나온 만큼 비만은 의료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외의 경우 비만 치료제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고도비만 환자는 위고비 급여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원장은 "학회 차원이든 의료계 차원이든 비만과 비만치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 개선과 대중적 인식 변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며 "높은 중년 남성 비만율과, 해당군에서 당뇨·고혈압·고지혈증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 등에 비춰볼 때 급여화가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여화가 되면 데이터 관리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오남용 단속·예방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비만치료 목적은 결국 '건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니는 병원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처럼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결국 목적은 건강해지는 것"이라며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선 전문가 관리 하에서 적절하게 장기적으로 해야한다. 단기간에 확 뺀다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요요가 오면 당뇨나 고지혈증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해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부터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체중 감량보단,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단기적 목표 설정이 좋다"며 "저녁 7시 이후 금식, 하루 30분 걷기, 매주 0.5~1kg 체중감량 등이 목표로 바람직하다. 작은 실천이 성공적 다이어트 길로 이끌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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