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정갈등이 1년째 이어지면서 상급종합병원의 6대 암 수술 건수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의료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전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용이 어려운 환자들은 2차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의료진 부족 상황에 환자가 몰리면서 의료진의 피로도는 커지고 있으며, 환자들 또한 수술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공의 공백이 시작된 2월부터 11월까지 상급종합병원 47곳에서 건보공단으로 청구한 국가암검진사업 대상 6대 암 수술 건수는 4만847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2023년) 동기간 5만8248건보다 16.78% 감소했다.
6대 암 중 간암 수술은 전년 동기간 대비 24.74%, 위암수술 21.88%, 자궁경부암수술 20.82%, 폐암수술 19.22%, 대장암수술 16.86%, 유방암수술 10.58% 순으로 감소했다.
위암 수술의 감소는 의료진 부족 영향과 더불어, 암 초기 발견시 내시경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 발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 진단 후 치료가 지연될 경우, 환자의 생존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대한위암학회 박중민 홍보이사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암의 경우, 조기 위암 발견이 많아지면서 수술보다는 내시경 치료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전체 수술건수는 유지 또는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더해 1년간 지속되고 있는 의정사태로 일시적으로 좀 더 수술건수 축소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진료량은 의정사태 초기보다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이나 의학교육은 무너진 상태다. 이로 인해 신규 의사 배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고, 지난 1년간의 문제가 회복되려면 앞으로 1년이 아니라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다. 문제는 의료공백 등으로 인한 진료 축소로 대기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치료를 제 때 받지 못 할 수 있고, 초기에 수술을 못했을 경우, 진행성이기 때문에 사망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공의 수가 가장 많은 빅5 병원의 진료 축소와 지역 대학병원의 의사인력 이탈 심화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차 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을 가져오면서 의료체계 전반에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A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빅5 병원에서 채용했던 전공의 숫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상황에서, 의대정원 증원 등으로 의정사태가 발생하면서 의사인력 공백이 커졌다. 구조적으로 수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병원들의 경우 전공의를 비롯해 교수인력들도 이탈하면서 인력난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수도권 상종으로 환자 전원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상종에서도 몰려드는 암 등 중증질환 환자를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종합병원, 2차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환자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정갈등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이번 달이나 내달에도 사태의 진전이 없다면, 지난 1년간 버텨왔던 의료진의 심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현재보다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가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 환자 피해 가중…"선택권 사라졌다"
환자 피해 역시 가중되고 있다. 암을 비롯해 중증질환 환자들은 의정갈등 장기화에 진료 축소 및 길어진 수술 대기 기간으로 ‘원하는 병원’이 아닌 ‘가능한 병원’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대부분의 암 등 중증질환 환자들은 빅5 병원에서 수술받기 원한다. 최고의 의료진에게 수술을 맡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빠른 기간 안에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는 경우들도 많다. 결국, 내가 원하는 병원에서 수술 및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이 강제적으로 축소된 상황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지역 대학병원에서 지난해 2월 초 암 진단을 받고 같은 달 수술 예약이 잡혔던 환자가 일방적으로 수술이 잠정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다. 기다리다 못해 지역 2차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는 휴유증이 발생해 상태가 나빠진 상태다. 또 다른 환자는 빅5병원에서 지난해 12월 수술을 요청했으나 올해 9월에나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성주 회장은 이번 사태가 조속히 종료되길 바라며,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 등의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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