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사 활성화, 제반 여건 개선 및 과목 확대 필요"

[인터뷰] 최경숙 한국병원약사회 전문약사운영단장(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 일반조제팀장)
전문약사, 다학제 팀의료 등에서 전문적인 약료 서비스 제공
한국병원약사회, 수가 개설 연계 사업 지속 진행 중
전문약사 심혈관, 중환자 분야 전문약사 자격 중복 취득
분당서울대병원, 중복취득자 가장 많은 병원 약제부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2-18 05:56

최경숙 한국병원약사회 전문약사운영단장(분당서울대병원 일반조제팀장). 사진=본인제공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이미 많은 선행 연구를 통해 전문약사가 다학제 팀의료에 참여함으로써, 약물 이상반응 예방 및 비용 절감 등 환자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혀진 바 있다. 이에 전문약사제도 활성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전문분야 약료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및 수가 등의 제반 여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최경숙 한국병원약사회 전문약사운영단장이자, 중복취득자가 가장 많은 병원으로 꼽힌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 일반조제팀장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다학제 진료에서 약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인식이 변화하는 추세라며, 전문약사의 활성화를 위한 제반 여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숙 단장은 전문약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종양 약료 서비스 현황 및 전문약사 역할에 대해 22개 의료기관의 종양 약료 업무수행 약사 139명,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진 1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의료진들은 종양 전문약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진 과반수 이상은 약사가 종양 약료 업무 수행을 위해 일정기간 이상의 종양 약료 분야 근무경력과 전문약사 자격 요건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전문약사들이 다학제 팀의료 일원으로 참여했을 때 환자 안전을 위한 수준 높고 전문적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라는 것이 최 단장의 생각이다.

실제로 감염 전문약사는 항생제 사용 적절성 평가, 항혐기성 항생제 중복 사용 중재, 주사-경구 항생제 변경 중재, 15일 이상 장기 항생제 사용 중재 등을 포함한 '항생제적정사용관리(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이하 ASP)' 업무를 통해 적절한 항생제 사용 및 내성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노인 전문약사는 노인포괄평가, 항콜린 약물 부담 평가를 통해 노인들의 안전한 약물 사용에 힘쓰고 있으며, 중환자 전문약사는 다학제 팀의료에 참여했을 때 중환자 치료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밝혀져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의료진의 요청으로 다학제 팀의료에 약사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이후 의료진 요청으로 각 병원의 약사들이 중환자실 회진 및 중환자 약물치료에 참여하고 있는 등 전문약사들의 활약은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을 도와왔다.

최경숙 단장은 전문약사제도 시행으로 환자의 치료 성과 및 건강 개선,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전문약사제도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반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예를 들어, 특정 환자에 대한 약물 요법 수행을 위해서는 담당 약사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고, 전문약사의 활동에 대한 수가 보장을 통해 인력 충원으로 이어진다면 전문약사 업무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국병원약사회도 수가 연계 사업을 지속 진행 중이다. 노인 전문약사 중심으로 한 다제약물 관리사업 수가, 중환자 전문약사 중심으로 한 중환자관리료, 감염 전문약사 중심으로 한 ASP 관련 수가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ASP 업무에서 약사가 필수인력으로 지정되고 전담인력의 인건비를 지급할 예정인 만큼, ASP 시범사업이 전문약사의 수가 및 필수인력 지정의 대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경숙 한국병원약사회 전문약사운영단장
                   사진=본인제공
최 단장은 전문약사의 과목이 확대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동안 한국병원약사회가 배출한 민간 전문약사 과목은 현재 국가 전문약사 과목보다 더 많았다. 

최 단장은 "그동안 국가 전문약사 전문과목으로 민간 전문약사 과목이었던 '의약정보'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복지부에 제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또한, 2020년 보건복지부 전문약사 연구 결과, 응급·정신건강·핵의학 전문과목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던 만큼 새로운 전문과목 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과목들의 신설을 요구하는 것은 모두 마땅한 이유가 있다. 

먼저, 의약정보 전문약사는 약물부작용 보고를 기반으로 약물 감시 및 약물 역학 연구를 수행하며, 약사 및 의료진에게 필요한 의료데이터를 추출, 가공해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다. 

처방과 투여가 빠르게 진행돼 시급을 요하는 응급 의약품 투여 시 약물 관련 안전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응급 전문약사가 필요하고, 평생 유병률 및 자살률이 매우 높고 처방 혹은 약물 복용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고려하면 전문적인 약물관리 및 복약상담이 필요하므로 정신건강 전문약사의 추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앞으로의 전문약사 운영 방향에 대해 최경숙 단장은 "2023년 4월 전문약사 관련 대통령령이 시행된 이후, 지난 2년간은 정말 숨 가쁜 매일이었다"면서도 "올해도 전문약사운영단은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문약사 수련 교육기관 지정은 계속돼야 하며, 제3회 전문약사 자격시험 시행 준비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처음으로 전문약사 자격시험에 신규 응시자가 응시 예정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준비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문약사 제도 안착을 위해 중환자실 전담약사, 병동전담약사, ASP 전담약사 등 배출된 전문약사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경숙 전문약사운영단장/분당서울대병원 일반조제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국가 전문약사 자격시험 1회, 2회에 모두 지원해 중복취득을 하셨다. 어떤 분야에 지원했는지. 지원 이유 혹은 계기는.

제1회 자격시험에서 심혈관 전문약사, 제2회 자격시험에서 중환자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했다. 과거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약사 및 레지던트 약사 수련을 받은 후 입원조제실에서 근무하며 관상동맥질환 환자 복약상담 등 심혈관질환 환자 관련 업무를 많이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내과계 중환자실 레지던트 약사의 프리셉터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자연스레 약사의 전문성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이에 미국 전문약사 자격인 BPS pharmacotherapy 분야 자격을 취득한 후, 한국병원약사회의 심혈관, 중환자 민간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는 일반조제팀장으로 관리자 업무를 수행 중이다. 원내 의약품 관련 자문을 하고 있고, 심혈관 및 중환자 전문약사로서 일반조제팀 내 전문약사 수련생들의 수련 및 연구를 도와주고 있다. 현재 응급중환자 및 뇌신경계 중환자, 노인 레지던트 약사가 수련 중이다. 

Q. 분당서울대병원이 중복취득자 1위, 서울대병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전문약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취득 약사 9분의 성함과 취득 분야를 짤막하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제1회 전문약사 자격시험에서는 44명, 제2회 전문약사 자격시험에서는 18명 배출로 총 62명의 전문약사가 배출됐다. 이는 약제부 인원의 약 2/3가 전문약사가 된 것이다.

이렇게 전문약사가 많이 배출된 것은 약제부의 분위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부서에서 특별히 전문약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라고 하거나 취득하라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본인들이 업무를 하면서 전문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도전한 것 같다. 

또한 전문약사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들을 보면서 전문약사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위해 바쁜 업무 중에도 전문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 주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Q. 지난해 12월 9개 분야 모두에서 전문약사 양성이 가능한 수련기관으로 지정됐다. 수련기관 선정에 대한 의의는 무엇이며, 또 수련기관 선정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가 9개 분야 모두 수련기관으로 선정돼 매우 기뻤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문약사 수련이 가능한 기관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역량 있는 전문약사를 양성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정은 후배 약사들에게 우리 병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는 개원초기부터 인턴약사 및 레지던트 약사 수련을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약사 수련을 위한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 시설·공간 등 수련 환경도 중요하지만, 수련 가능 역량을 가진 수련지도약사의 확보, 수련의 기본이 되는 전문과목별 수련계획서 작성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수련계획서의 내용이 충실할수록 수련 진행이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9개 분야 모두 수련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 전문약사 취득자 단체사진. 사진=본인제공
Q. 지금 수련 중인 병원약사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련 중인 약사들은 본인의 관심 전문과목에 따라 모두 수련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또한, 9개 과목 전체에서 활약 중인 국가 전문약사들을 멘토로 근무지별로 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Q. 분당서울대병원에서의 전문약사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어떠한가.

분당서울대병원의 대표적인 전문분야는 노인과 감염이다. 개원부터 노인의료센터 전담약사가 발령을 받아 다학제 팀의료를 수행하고 있다. 감염 분야는 2013년부터 레지던트 약사 수련을 시작하면서 팀의료가 시작됐고, 항생제 관리 전담약사로 감염 전문약사가 배정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다학제 팀의료를 중심으로 전문약사가 활동하고 있기에 전문약사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도 및 업무 만족도도 높고 민간자격의 전문약사제도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의료진들 또한 전문약사 제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특히, 2024년 시작된 ASP 시범 사업에서 2027년부터 감염 전문약사가 필수로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감염내과 교수님이 병원 내 감염 국가 전문약사가 몇 명 배출되었는지도 궁금해 하기도 했다. 

전문약사 지원에 대해 말씀드리면, 병원 차원에서 전문약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전문약사 수련 교육비 및 해외 학회 참여 지원 그리고 제1회 전문약사 자격시험부터 자격시험 합격자에게 응시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전문약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병원에서 지원해 주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든든한 마음이 든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문약사 수당이 신설돼 전문약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약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준다고 들었다. 지금도 병원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분당서울대병원에서도 전문약사 수당이 신설된다면 전문약사들에게 많은 격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전문약사를 향한 병원약사들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에는 무척 힘든 일이지 않나.

전문약사 자격시험은 응시하기 위한 조건부터 까다로워서 자격시험 응시요건을 구비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 전문약사 자격시험에서도 응시요건을 구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는데, 국가 전문약사는 응시요건이 더 강화돼 응시자격을 얻기 위한 노력부터 시작된다.

저도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응시했기에 자격시험의 수준 및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경험했다. 전문약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약사님들은 업무를 하면서 관련 심포지엄, 교육도 수강해야 하고, 빠른 속도로 발표되는 새로운 지침 및 약물들을 학습해야 할 양도 매우 많다. 

퇴근 후 많이 피곤하지만 시험이 가까워 올수록 오히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더 열심히 공부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공부를 할수록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그 결과가 환자 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보람도 많이 느꼈다. 

Q. 새로운 전문약사의 임상약료 서비스에 대한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서비스가 진행될 것인지 귀띔해 주신다면 좋겠다.

진료 공백에 따른 의료기관 비상 진료 체계에서 처방부터 투여의 모든 단계에서 안전한 의약품 사용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동전담약사 활동은 환자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업무라고 생각된다. 

내과 병동에 병동전담약사가 활동하는 경우 의약품 사용 과오가 45%로 감소됐으며, 환자의 임상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오는 94%가 감소됐다는 보고가 있다. 일본의 한 연구에서 약사가 병동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길수록 의약품 관련 과오가 더 적었으며, 특히 외과계 병동 보다 내과계 병동에서 더 유의했다는 결과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병동 내에 약사가 상주하면서 의료진과 소통, 의약품 관련 정보 제공 및 약물 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병동전담약사 활동을 수행 중에 있다. 다학제 팀의료 활동과 더불어 전문약사를 중심으로 병동전담약사 활동이 확대된다면 의약품 사용 과오 예방을 통한 환자 안전이 확보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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