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바이오업체들은 그 외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과 전략에 도전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끝없는 성장과 변화는 제한돼있는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는 선택과 집중, 다각화와 전문화 등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주력사업' 확보와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주력사업 살펴보기, 줄여서 '주사기' 코너에서는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성장에 앞장서고 있는 주력사업이 갖는 입지와 영향력,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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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종근당은 국내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에 속한다. 이 회사는 지난 80여 년간 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며, 이름을 알렸다.
종근당이 국내 제약업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1940년대다. 이 회사 창업주 고(故) 이종근 회장은 1941년 서울 아현동에 궁본약방(宮本藥房)을 열었으며, 1948년에 첫 번째 연구소(대광화학연구소)를 설립했다.
대광화학연구소 설립은 국내 최초 튜브형 연고 제품 '다이아졸 연고' 생산으로 이어졌다. 이종근 회장은 바셀린과 항생제 다이아진 분말을 혼합한 후 튜브에 넣어 다이아졸 연고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종근당은 1950년 살충제 '강신 빈대약' 출시, 1957년 덴마크 제약사와 기술 제휴를 통한 항생제 상업 생산으로 주력 사업에 힘을 쏟았다. 특히 기술 제휴는 국내 제약 산업과 종근당 발전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60년대 들어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FDA)에서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을 허가받아 이목을 끌었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 원료 합성·발효공장을 준공하고, 미국·일본 등 국가에 항생제를 수출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종근당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중앙연구소 설립, 국내 최대 미생물 발효공장 준공, 항결핵제 '리팜피신' 미국 FDA 승인, 진통제 '펜잘' 출시, 소화제 '속청' 발매 등 과정을 거치며 저변을 넓혔다.
2000년 이후, 이 회사는 신약 개발에 성공하며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난소암 치료제 '캄토벨(벨로테칸)',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로베글리타존황산염)'는 종근당이 최근까지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국산 신약이다.
바이오시밀러와 천연물 신약 개발도 눈길을 끌었다. 종근당은 2018년 세계 최초로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네스벨(다베포에틴알파)'을 허가받았으며, 2022년엔 위염 치료제 '지텍정75mg(육계건조엑스)'과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라니비주맙)' 품목허가 심사를 통과했다.
◆ 제약사업 주력, 실적 확대로 나타나…주요 품목 매출↑·기술 수출
이 회사는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대폭 늘렸다. 종근당이 인적 분할에 따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 2013년 이후, 이 회사 매출액(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사업 호조에 힘입어 약 12년간 18배 이상 증가했다.
범위를 최근 5년으로 좁히면, 종근당 매출액은 2019년에 1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엔 실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기술 이전 계약금 회계 인식에 따른 기저 효과로 전년 대비 줄었다.
품목별로 구분 시, 뇌혈관 질환 치료제 '글리아티린(콜린알포세레이트)'은 종근당 실적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글리아티린 매출액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치료제 '딜라트렌(카르베딜롤)'도 이 회사 실적 확대에 영향을 미친 품목이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딜라트렌 실적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3분기엔 3개 분기 만에 2022년 매출액을 넘어섰다.
종근당이 개발한 국산 신약은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 자리를 지키며, 이 회사 실적을 뒷받침하는 중이다. 일례로 '듀비에' 품목군 매출액은 2016년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선 후, 지난해까지 100억원 밑으로 떨어진 바 없다.
이 회사 실적에 기여한 품목은 이게 끝이 아니다. HDAC6 억제제 'CKD-510'은 기술 이전으로 종근당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 이와 관련, 2023년 종근당은 노바티스와 CKD-510 연구개발(R&D) 및 상업화 권리 이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종근당이 해당 계약을 통해 노바티스에서 수령한 계약금은 8000만달러(약 1061억원)다. CKD-510 R&D 등 단계별 성과 확인 시, 이 회사는 마일스톤 12억2500만달러와 매출액에 따른 경상 기술료를 받는다.
최근 증권업계는 이에 대해 CKD-510 임상 2상 개시, 적응증 공개 등 뉴스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노바티스가 CKD-510 2상을 시작하는 경우, 종근당은 계약 내용에 따라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다.
◆ 기업 가치·경영 이념 여전…신약 개발 지속·개량신약 등 포트폴리오 확장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은 이 회사 주력 사업으로써 과거와 현재에 이어 종근당 미래를 이끌 전망이다. 연구개발 등 활동을 통한 주력 사업 강화는 종근당이 기업 가치와 경영이념을 바꾸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와 사업보고서에서 '인류 건강을 책임지며 세계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대표 제약회사'를 기업 가치로 내세웠으며, '질병 없는 건강 사회 구현'을 경영 이념으로 밝혔다.
이정한 회장(종근당 창업주 고 이종근 회장 장남)은 이와 관련해 신년사에서 신약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 '자원과 역량을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연구개발 부문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근당이 연구개발 의지를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정한 회장은 지난해 시무식에 참석해 미래 성장을 주도할 종근당 자체 제약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신약 개발 패러다임에 맞는 신규 모달리티 창출을 언급했다.
최근 이 회사가 진행 중인 R&D는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사례다. 지난해 10월 종근당은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서 'CKD-ADC' 비임상과 1상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CKD-ADC는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이 회사는 이번 정부 지원이 CKD-ADC 차별성과 혁신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CKD-ADC 연구 효율을 끌어올리고, ADC 항암제 개발로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종근당은 이상지질혈증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신약 'CKD-508' 1상을 미국 FDA에서 승인받았다. 해당 임상을 통해 스타틴 계열 약물로 조절할 수 없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CKD-508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종근당은 신약뿐만 아니라 개량신약 R&D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복합제 'CKD-398'와 'CKD-383' 3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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