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 수술 중 사고 위험 증가‥의료 시스템 개선 절실

80세 이상 환자, 수술 중 사망·영구 손상 위험 3.67배 높아
수술실 사고 특정 진료과에 집중‥흉부외과, 적신호 사건 위험 최고
보고 체계 강화에도 사고 예방 부족‥실질적인 대책 마련 시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12 11:5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환자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 환자의 사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맞춤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의료기관 수술실에서 발생한 환자안전사고의 위해정도 관련 요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보고된 수술실 내 환자안전사고 1131건 중 80세 이상 환자의 적신호 사건(사망 또는 영구적 손상) 발생 위험이 3.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감염(7.02배), 마취/진정(5.12배), 처치·시술(7.04배), 화상(11.77배) 등의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수술실은 본래 중대한 의료 사고의 위험이 높은 공간이다. 마취 중 환자의 의사소통과 방어 능력이 사라지고, 감염이나 기구 사용 실수 등의 돌발 변수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연간 약 2억 3천만 건의 수술이 시행되며, 이 중 10%의 환자가 의료 오류나 의료 부작용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국내 수술실 안전 시스템은 이런 위험을 충분히 방지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별로 환자안전보고 시스템이 자리 잡았지만, 보고된 사고를 예방하는 실질적인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전공의 부족과 환자 안전 정책의 미흡으로 인해 수술실 내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 2015년 환자안전법을 제정하고 2020년 개정을 통해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의무화했다. 보고 체계가 정착된 이후 환자안전사고 보고 건수가 증가했으나, 이는 단순한 사고 증가가 아니라 보고율 증가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다만 보고가 증가했다고 해서 실제 예방 조치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연구를 통해 정형외과(23.5%), 외과(22.2%), 신경외과(11.7%)에서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흉부외과의 경우 적신호 사건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고령 환자 증가와도 연관이 깊다. 골절과 관절 질환으로 수술을 받는 고령 환자가 많아지면서, 수술 후 합병증이나 감염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고령 환자는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느리고, 감염 위험도 높아 보다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보고서에서도 고령 환자의 수술 안전을 위해 ▲전담 의료진 배치 ▲맞춤형 마취 프로토콜 수립 ▲감염 및 출혈 관리 강화 등의 대책이 제안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대책을 마련하는 병원은 많지 않다. 병원의 수익성 문제로 인해 추가 인력 확보가 어렵고, 고령 환자를 위한 특화된 수술 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고령 환자를 위해 별도의 마취 프로토콜이나 감염 예방 조치를 마련하려면 인력과 장비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이를 감당할 병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개별 의료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고령 환자의 수술 안전 문제는 단순히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수술실에서 보고되는 안전사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예방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연구팀은 "고령 환자의 수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감염 및 출혈 관리와 마취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의 환자안전 보고 체계는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에 집중돼 있다. 실질적인 예방 조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 안전 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하고, 재발 방지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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