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下] 의정갈등 1년, '개원가 피해는 적지만 파편은 깊다'

개원가 직격탄은 피했지만‥전공의 이탈·실손 개편 등 의료계 균열
전공의는 떠나고 일반의 몰려‥피부·미용계 개원가 '최저가 경쟁' 현실화
실손보험 개편은 비급여만이 아니다‥수가 협상 구조까지 흔드는 '압박'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02 05:5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대정원 확대를 중심으로 추진된 정부의 의료개혁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일선 개원가는 겉보기에는 큰 타격을 피한 듯 보이지만, 곳곳에 감지되는 균열은 깊고 묵직하다.

전공의 대량 이탈, 실손보험 개편, 수가협상 난항 등 주요 이슈들이 의료계 전반에 충격파를 일으키며 그 여진이 개원가에도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개원가 현장은 말한다. "본격적인 충격은 아직 오지 않았을 뿐, 이미 균열은 시작됐다." 
◆ "당장은 괜찮다"‥그러나 불안은 응축돼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개원가는 비교적 조용하다. 대학병원처럼 전공의 이탈이나 진료 중단 같은 직접적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는 말 속에는 ‘지금뿐’이라는 불안이 짙게 배어 있다.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좌훈정 회장은 "대학병원에 비해 개원가는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소병원의 경우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줄면서 환자가 일부 늘어난 측면은 있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 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 구조가 개선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수가협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 의원급 수가 인상률은 1.9%에 그쳤고, 이 중 환산지수로 반영된 비율은 고작 0.5%에 불과했다. 나머지 인상분은 진찰료 인상에 국한됐다.

좌 회장은 "경기 침체로 환자 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작년 수가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차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진정성이 있다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공의 이탈, 일차의료엔 '보이지 않는 파장'

전공의 대량 사직은 개원가의 인력 구조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쳤다. 보건복지부가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직한 전공의의 56.1%가 일반의로 전환해 재취업했다. 이 가운데 필수의료 분야로 진출한 비율은 17.9%에 불과하다.

이들은 주로 수요가 많은 피부·미용계 의원에 몰렸다. 기존 개원의들이 일자리를 연결해주거나, 짧은 경력을 쌓기 위해 해당 분야에 진출한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개원가 내에서는 급여 하락과 경쟁 심화 현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 급여 중심 의원은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았지만, 비급여 중심의 피부·미용계 의원은 타격이 크다. 숙련도가 덜 필요한 시술의 경우 의사 인력이 늘어나면 시술 단가는 자연스레 낮아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좌훈정 회장은 "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단기간의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인력 재배치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원가 내부에서는 경쟁 심화가 특정 진료과에 그치지 않고,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도 크다. 일차의료 체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인력 수급뿐 아니라 진료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과 구조적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실손보험 개편, 개원가가 맞은 진짜 파편

비급여 통제를 핵심으로 한 실손보험 개편은 개원가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이고 위협적인 변화다.

실손보험 개편의 주요 내용은 ▲치료적 비급여의 급여화 ▲과잉 우려 비급여의 별도 관리체계 도입 ▲비급여 모니터링 및 정보 공개 확대 등이다. 또 선별급여 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진료 기준과 가격을 설정하고 본인부담률을 최대 95%까지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의료 남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사실상 비급여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급여를 환산지수에 포함하려는 방안은 시장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로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반발이 거세다.

비급여는 본래 건강보험 재정에 반영되지 않는 항목으로 수가 통제 대상이 아닌 만큼 재정 외부 변수로 다뤄진다.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비를 환산지수 산정에 포함시킬 경우 통계 왜곡은 물론, 일차의료 기관에 대한 정당한 보상 구조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실제로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도 의원급 수가 인상률 1.9% 중 환산지수에 반영된 비율은 0.5%에 불과했다. 나머지 인상분은 진찰료 인상에 그쳤다. 이처럼 수가 인상이 공정하게 반영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비급여 규제까지 강화되면, 개원가는 진료 전반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이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정책단 강창원 단장은 "공단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필수의료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추가 재원은 상급병원 구조 전환이나 재정 보전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의원급은 또다시 소외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과 수가 구조 개편이 동시에 개원가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를 '의료 현실 왜곡의 총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좌훈정 회장은 "정부가 일차의료를 확충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핵심인 의원급 의료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 신뢰 없이 개혁 없다‥정부가 먼저 변화해야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정책 갈등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의 일방적인 개혁 방식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 누적돼 있다는 것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이형민 부회장은 "의정 갈등에서 개원가는 직접적인 피해는 적지만, 의료개혁이 장기화될 경우 개원가도 결코 무풍지대는 아니다"며 "개혁이 지속된다면 일차의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작년 사태 초기부터 정부나 국회 등 정치권에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손상된 의료 시스템은 이전처럼 복구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좌 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위 '뉴 노멀'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전의 의사 선배들은 이른바 '필수의료'를 막연한 사명감 등으로 일해 왔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그러한 불합리함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언젠가는 일단락이 되겠지만, 사직한 전공의들이 돌아가지 않고 일반의로서 일하거나 외국으로 나가거나 아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또다시 수련을 받더라도 필수의료에 신념을 갖고 종사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료개혁이 단지 병원 수련환경만의 문제가 아님은, 이제 개원가도 알고 있다. 개원가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지만, 그 버팀목은 다층적인 균열 속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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