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경고 현실로…공보의 제도 개선, 더 미루면 존폐 기로

[인터뷰]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장
복무기간 단축 유일한 해법…"정부와 공감대, 국회 문 두드릴 것"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4-18 05:57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공보의협의회가 최근 복무기간 단축을 비롯한 공보의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3년 전 100명대 현역병 입대 증가세를 포착하고 던졌던 경고는 올해 1학기 만에 군휴학 2000명을 넘어서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대공협은 변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은 의료 특성을 설명하며 공보의 제도는 위기 시작 단계가 아닌 존폐 기로에 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장은 17일 메디파나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지역의료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공보의 제도가 존폐 기로에 섰다고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대공협이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주장을 본격화한 것은 2022년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의무사관후보생 제도에 따라 공보의와 군의관으로 입대했고, 소수만 현역으로 입대했다. 그러다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이 10여년 동안 점진적으로 단축돼 18개월까지 감소한 반면, 공보의 복무기간은 3년으로 수십 년간 변동이 없었다. 이에 따라 의대생 현역 입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현역 입대 추이는 기존에 늘어났을 때에도 100명대에 불과했지만, 공보의들이 느낀 분위기는 달랐다.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에 이탈이 일어나는 상황이었다는 시각이다.

이 회장은 "의료 특성상 문화가 한 번 변해버리면, 다시 원래로 되돌아 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면서 "외부에선 적은 숫자고 이제 막 늘어나기 시작해 특별히 문제될 수치가 아니지 않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부에선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기감을 느낀 대공협은 2022년부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23년엔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을 통해 복무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공보의들이 느낀 위기감, 그에 따른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의료사태로 의정갈등이 불거지며 가속도까지 붙었다. 의대생 군 휴학 규모가 2023년 418명에서 지난해 1749명으로 폭등했고, 올해는 1학기 만에 2074명으로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었다.

이 회장은 "공보의는 섬이나 교도소처럼 공공성이 강하고 필요하지만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 공백을 메우는데, 이제는 감소가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공협이 공개한 의대생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이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면 공보의·군의관 복무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대공협은 복무기간 단축을 공보의 제도 개선이 아닌 존폐 기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안 처리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등 타 직역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등 결국 공보의 제도개선 논의 시급성이 인정받지 못하면서다.

이 회장은 공보의 문제가 수치로만 드러나고 본격적으로 드러나 와닿지 않는 이유를 의료사태에 빗대 설명했다. 아직 남은 사람들이 버티고 있어 의료체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버티는 데 한계가 와 국민이 체감하게 되는 순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손상이 일어난 이후란 설명이다.

그는 "사실 섬 같은 곳에 근무를 못 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렇게 미적대다가는 취할 스탠스가 뻔하다. 공보의 없으면 군의관을 보낼텐데, 그럼 군의관 처우가 나빠질 거고 군의관 공보의 지원율이 함께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보의 제도 유일한 해법으로 꼽히는 복무기간 단축은 정부와 논의만이 아닌 국회를 통한 병역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대공협은 이날 의료정책연구원 발주를 받아 실시한 연구를 보도자료로 낸 데 이어 국회 예산정책처에도 전달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야 의원과 접촉을 본격화하는 한편 기자회견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당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2023년 법 개정 시도는 실존적 문제로 다가오지 않아 결국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엔 보건복지부도 문제라 생각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위해 공익법무관 등 다른 직역에 대한 복무기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복지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보기

의대생 현역 입대 흐름 가속화…군·지역의료 어쩌나

의대생 현역 입대 흐름 가속화…군·지역의료 어쩌나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생이 군의관·공보의 대신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배로 늘어난 군 휴학, 현역 입대 규모가 올해는 1학기 만에 나타난 것. 올해 의대생 현역 입대 규모가 3000명 이상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복무기간 단축을 비롯한 군의관·공보의 제도 전반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의대 재학생 가운데 군 휴학 인원은 모두 2074명인

공보의 급감에도 느긋…지자체 85% 대체인력 채용 예산 전무

공보의 급감에도 느긋…지자체 85% 대체인력 채용 예산 전무

공중보건의사 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대다수 지자체가 공보의 빈자리를 대체할 민간의사 채용 예산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보의만으로 지역의료를 유지할 수 없음에도 지자체 대응이 없어 행정적 직무유기란 비판이 나온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11일 수도권·광역시와 보건의료원을 보유한 지자체를 제외한 전국 107개 지자체 보건의료기관 민간의사 채용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산정 예산과 실제 지출금액을 정보공개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107개 지자체 가운데 보건소와 보건지소 기간제 의사

의료취약지 공보의 부족 '비상'…예산·공공의료 근본대책 시급

의료취약지 공보의 부족 '비상'…예산·공공의료 근본대책 시급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올해 의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선발 인원이 지난해 대비 60% 이상 급감하면서 의료취약지의 공보의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시니어 의사 활용, 비대면 진료 확대 등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와 의료노동자단체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예산 지원과 공공의료체계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9일 의료계와 지자체, 병무청 등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올해 의과 공보의 선발 인원은 총 250명으로 지난해 642명과 비교해 38.9%에 그쳤다. 신규 공보의 선발도 줄어든 상황에서 전역

복지부, 공보의 복무기간 국방부와 실무협의…개선 '의지'

복지부, 공보의 복무기간 국방부와 실무협의…개선 '의지'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공보의 기피로 인한 문제점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12일 국정감사에서 공보의 기피 문제를 언급했다. 최 의원은 10년 전에 비해 남자 의사 합격 수는 199명 증가했지만 공보의는 979명 감소,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 344개소에 공보의가 없고, 19개 보건지소는 진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대한공보의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대생 74.7%는 일반병 입대를 선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