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대, 세포 노화 확산시키는 'HMGB1' 단백질 규명

노화 늦추기 위한 새로운 제어 전략 밝혀내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5-04-21 15:14

고대의대는 융합의학교실 전옥희 교수 연구팀이 'HMGB1(High Mobility Group Box 1)' 단백질에 대한 연구에서 세포 노화를 전신으로 확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1일 밝혔다.

노화세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주변 세포들까지 함께 늙게 만드는 것이다. 이 세포들은 주변에 염증 유발 물질과 '노화 유도 신호'를 내보내면서 다른 정상 세포들까지도 늙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이를 '노화-연관 분비 표현형(SASP)'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노화세포들이 여러 조직에 쌓이면서 몸 전체의 기능이 떨어지고 회복 능력도 점점 감소하게 된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노화세포에서 분비된 HMGB1이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며 정상 세포 및 조직의 노화를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근육 조직에서 조직 재생을 저해하며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을 밝혀냈다.

또 'ReHMGB1(환원형 HMGB1)'이라는 형태가 노화를 퍼뜨리는 원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단순히 늙은 세포에서 나오는 흔한 물질이 아니라, 노화를 확산시키는 핵심 인자일 수 있다.

연구팀은 HMGB1의 활성을 줄이기 위해 항체를 쥐에 투여했다. 그 결과, 전신 염증이 줄고 손상된 근육의 재생과 기능도 크게 향상됐다. HMGB1가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인 RAGE 수용체를 차단했을 때도 노화 유도 효과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앞서 연구팀은 노화된 혈액 내 '노화세포 유래 물질의 전달'이라는 비세포 자율적 메커니즘이 노화 및 연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발표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연구는 단순히 노화된 세포를 확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노화가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노화를 퍼뜨리는 단백질인 HMGB1의 작용 원리를 밝히고, 이를 조절해 조직 기능 회복 가능성까지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의대 융합의학교실 전옥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가 특정 세포나 조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확산되는 '노화 전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분자적 기전을 밝힌 것"이라며 "이 과정을 차단하면 조직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마이오카인 융합연구센터(MRC), 중견연구지원사업 등으로 진행됐으며, 미국 UC버클리 이리나 콘보이(Irina Conboy) 교수, Turfts 대학 크리스토퍼 와일리(Christopher Wiley) 교수 등 세계적인 노화분야 연구진과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세포외 HMGB1에 의한 노화 표현형의 전파는 산화환원 상태에 의존'이라는 제목으로 내분비대사 분야 저널 'Metabolism-Clinical and Experimental(IF 10.9)'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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