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다발골수종'을 처음 진단 받았을 때의 상실감에 이어, 환자들이 가장 크게 실망감을 느낄 때가 있다.
'재발', 그러니까 현재의 치료가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다.
최충수 씨(57세·사진)는 2014년 1월부터 항암 치료를 받았고, 2015년에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하지만 재발과 불응이 잦은 다발골수종의 특성상, 최 씨는 약을 바꿔가며 8년째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재발이 반복됐지만 그는 자신의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8년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저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 씨가 현재 투약하는 약은 얀센의 '다잘렉스(다라투무맙)'.
다잘렉스는 프로테아좀억제제와 면역조절제제를 포함해 적어도 세 가지 치료를 받은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의 치료에 사용된다.
"다잘렉스로 11차까지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호흡 곤란과 어지러움증, 손저림과 다리 근육의 경미한 마비, 숙면 방해가 없어 좋습니다. 이전에는 운동은 물론 걷는 것도 자유롭지 못했어요. 지금은 2시간 정도 걷거나 가끔 등산도 할 만큼, 크게 힘에 부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 3차 이상의 재발·불응 환자에게 기회 '다잘렉스'
최 씨는 2013년 12월 26일에 경미한 교통사고가 발생해 병원을 방문했다. 정형외과에 입원해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를 찍었는데, 이상 소견이 발견돼 소변 및 혈액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다발골수종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처럼 절망했어요. 비록 치료가 힘들다는 혈액암이지만, 희망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최 씨는 8년 동안 완화와 재발이 반복됐다.
"현재까지 5번째 약을 바꿔가며 치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울감으로 인해 잠깐 힘든 적도 있었습니다. 3주간에 걸쳐 진행된 조혈모세포 이식과 왕복 4시간 걸리는 병원 이동도 체력적인 손실이 컸어요."
다발골수종은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생존을 위협한다. 암세포가 특이하게 진화하거나 증식하기 때문에, 불응과 재발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치료 차수가 높아질수록 약물 내성 등으로 인해 치료에 도전할 수 있는 환자들이 줄어든다.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도 급격히 짧아진다.
다발골수종으로 처음 진단받은 환자의 95%가 1차 치료에 도달하지만, 2차 치료는 61%, 3차 치료는 38%, 4차 치료는 15%의 환자만이 도달한다.
각 치료 차수에서 질병 진행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앙값은 1차 치료에서 18개월, 2차 치료에서 13개월, 3차 치료에서 7개월, 4차 치료에서 5개월이다.
환자가 여러 가지 약에 노출되다 보면 체력적으로 약해지기 마련이다. 2차, 3차 이상의 치료까지 진행할 환자의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다잘렉스는 단독요법이다. 병용요법에 의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환자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앞선 치료에 몇 번이나 실패했던 최 씨에게 다잘렉스를 권유했다. 완치가 어려운 다발골수종은 전체 생존율을 연장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이며,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내약성이 좋은 약물 사용이 요구된다.
"이미 3번 이상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에 3번 이상 실패를 경험한 환자는 쇠약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다잘렉스 단독요법은 삼중 불응성 환자군을 대상으로 30% 가량의 유의미한 반응을 보였고, 단독 치료임에도 전체 생존기간이 20개월에 달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잘렉스를 투여한 환자에서 혈액학적 독성이 나타난 경우는 극소수였죠."
다잘렉스는 GEN501, SIRIUS 임상을 통해 단독으로 투여했을 시, 생존율 중앙값이 17.5개월로 5.1개월인 대조군에 비해 1년 이상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재발 및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SIRIUS 임상시험에 참여한 106명 중 70명(66%)이 최소 3가지 약제에 불응한 환자였다. 이들에게서 다잘렉스의 전체 반응률(ORR)은 28.6%로 임상 전체 환자군의 반응률 29.7%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잘렉스 단독요법은 임상시험에서 주입 반응에 따른 치료 중단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83.1% 환자에서 질병을 안정시키거나 개선시켰다.
다잘렉스의 임상 연구인 GEN501과 SIRIUS에서 나타난 주요 이상반응은 피로, 발열 등이었으며 대부분 경미한 수준으로 좋은 내약성 및 안전성을 보였다.
"다잘렉스 치료 이후, 최 씨의 M 단백 수치가 감소했으며, 유리형경쇄 카파 수치도 크게 감소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 씨는 치료를 거듭할수록 증상이 호전되고 있는데, 약제에 대한 내약성도 좋아졌다고 보여집니다."
◆ '지속 치료'에 초점을 맞춘 다발골수종
다발골수종은 다양한 치료제가 나오면서 '지속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발골수종 환자는 2-3가지의 표적항암제를 병용하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재발을 했다면 이전에 사용한 약제의 불응 여부, 환자의 상태 및 질병의 위험도를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발골수종 치료제의 소극적인 급여 적용으로 인해,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은 편이다.
다잘렉스 또한 3차 이상 단독요법 치료제로 2017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2019년 4월에서야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2019년 9월, 다잘렉스는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하지 않고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다발골수종 환자의 보르테조밉, 멜팔란 및 프레드니솔론과의 병용요법(DVMP) ▲이전에 한 가지 이상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레날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DRd) ▲이전에 한 가지 이상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한 보르테조밉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DVd)에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1차 및 2차 치료에 대해서는 2021년 5월 1일 다라투무맙 병용요법의 병용 약제에만 급여가 이뤄졌다. 병용 약제는 5%만 본인부담을 하면 되지만, 다잘렉스는 100% 본인부담을 해야 한다.
이에 의료계 및 환자들은 신속한 급여 적용을 통해, 재발과 불응이 잦은 다발골수종 치료에 있어 '선택권'을 갖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최 씨는 다발골수종 치료가 힘든 과정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기에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료 받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제 경험이 다른 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치료가 힘든 과정임을 알지만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주치의 말을 믿고 따라야 하고요. 뭐든지 잘 먹고, 힘들어도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기르세요. 마지막으로 '괜찮아 질 것이다'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세요."
의사인 윤 교수도 환자들이 마음 속에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를 소망했다.
"다발골수종은 불응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입니다. 특히 기존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는 삼중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기대 여명은 5.1개월로 보고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잘렉스가 이러한 환자들에게 단독요법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죠. 다발골수종 치료는 앞으로도 드라마틱한 치료제가 나올 수 있는 분야입니다. 생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치료를 잘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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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2021.12.01 01:02:09
응원합니다.
다발골수종 같은 환우로써, 다잘렉스 효능을 잘 알고 있습니다.
3차례 이상 불응한 환우에게도 단독요법이 아닌 다양한 복합요법이 급여 적용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다잘렉스 조차도 내성이 생긴 환우에게는 신약에 대해 선택적 보헙급여 ( 본인부담율의 다양화 )
를 함으로써 다양한 신약 적용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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