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1992년부터 운영 중인 사전승인제도는 고위험·고비용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전 적격한 환자인지 여부를 심의하고, 약제의 경우 투여 중단 결정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허가된 사전승인 항목들은 ▲1992년 조혈모세포이식, ▲2007년 면역관용요법, ▲2012년 솔리리스주(PNH), ▲2016년 심율동 전환 제세동기 거치출(ICD)&심장재동기화치료(CRT), ▲2018년 심실 보조장치 치료술(VAD)와 솔리리스주(aHUS), ▲2019년 스핀라자주, ▲2020년 스트렌식주, ▲2021년 울토미리스주, ▲2022년 졸겐스마주, ▲2023년 크리스비타주가 있다.
그런데 사전승인 항목 중 하나인 솔리리스의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심사 승인율이 유독 낮아 이전부터 개선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의료계는 aHUS의 급여 기준이 해외에 비해 너무 까다롭다는 의견이다.
솔리리스는 2016년 3월 aHUS에 대한 국내 적응증을 획득한 이후 2018년 7월에 급여가 됐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만성적으로 제어되지 않는 보체의 활동으로 혈전과 염증이 몸 전체에 있는 작은 혈관에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힌다. 이에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 Thrombotic Microangiopathy)이 발생하는 극희귀질환이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난다. 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해 뇌, 심장, 신장 등 생명 유지와 관련된 주요 장기가 손상돼 급성신부전, 뇌졸중, 심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혈장교환술과 혈장주입술 등 증상 완화 및 합병증 관리를 위한 치료만이 가능했으나, 질환의 근본 원인인 보체에 직접 작용하는 솔리리스가 등장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다만 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활성형 혈전미세혈관병증(TMA) 중 (1) 혈소판수: 해당 요양기관의 정상 하한치 미만 (2) 분열적혈구(schistocytes) (3) 헤모글로빈 < 10g/dL (4) lactate dehydrogenase(LDH): 정상 상한치의 1.5배 이상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또한 신장 손상 부분에서는 (1) 기존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eGFR 20% 이상 감소 (2) 기존의 신장기능이 정상인 환자에서 혈청 크레아티닌이 연령 및 성별에 따른 정상 상한치 이상을 확인한다.
추가적으로는 (가)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 (나)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한 심장 손상 (다)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한 소화기계 손상 (라)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한 폐 손상 등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혈장교환 또는 혈장주입을 하기 이전의 혈액 샘플에서 ADAMTS-13 활성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변 STEC(Shiga toxin-producing E.Coli) 결과는 음성이 조건이다.
한 눈에 봐도 많은 조건에 관련 학회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급여 기준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지만 결과는 긍정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 때문일까. 솔리리스의 aHUS 신규 신청 현황('18~'22년)은 유독 승인율이 낮다.
이 기간 동안 총 47기관에 251건이 신청됐지만 51건(20.3%)만이 승인된 상황.
올해 공개된 심의사례에서도 1월 3건이 신청됐으나 3건이 불승인, 3월에는 8건 신청 중 7건이 불승인, 4월에는 4건 신청 중 4건이 불승인, 5월 4건 신청 중 3건이 불승인, 6월 5건의 신청 중 5건이 불승인됐다. 총 24건의 신규 신청 중 22건이 불승인된 셈이다.
반면 SMA 치료제 '졸겐스마주'는 '22.8. ~ '23.6.(11개월) 동안 9회에 걸쳐 총 14건 심의해 12건이 승인됐다. 승인율로만 보자면 85.7%다.
5월부터 사전승인제로 운영되고 있는 소아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성 구루병 치료제 '크리스비타주'는 4월, 6월 2회 회의에 걸쳐 총 22건이 심의됐고 18건이 승인돼 승인율이 81.8%로 나타났다.
심평원 또한 솔리리스의 엄격한 급여 기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지는 하고 있되, 이것이 급여 기준 개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진수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솔리리스의 aHUS 최소 심사 승인율이 낮은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솔리리스주 급여 기준에 대해 임상 현장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신청한다면 승인율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급여 기준이 까다롭더라도 임상 현장에서 익숙해진다면 향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구체적 예시를 언급하기 조심스러우나 2022년까지의 기관별 승인 현황을 분석했을 때, 누적 신청 건수가 많을수록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솔리리스의 신청 건수도 많아지면 급여 기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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