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특별한 광고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3-28 06:00

네이버에서 키워드로 '한국아스트라제네카'를 치면 조금 특별한 광고가 나온다. 여성 폐암 인식개선을 위한 공익 캠페인이다.

네이버 브랜드광고에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대부분이 기업 소개나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릴 때,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여성 폐암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깟 공익 캠페인이 뭐 대수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여성 폐암은 국내 여성 암환자 사망 원인 1위다. 2022년 한 해 동안 폐암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는 4869명으로, 같은해 유방암, 난소암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그 이유로는 조기 진단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초기 폐암은 증상이 없는데다 엑스레이(X-ray)로도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선량 CT를 활용해야지만, 비로소 검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여성 폐암 조기 검진율은 생각보다 낮다. 한국리서치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여성 428명은 한 번도 폐암 검진을 받지 않았다. 여성 폐암 환자의 94.4%는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조기 검진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셈이다. 

지난 21일 열린 렁리브더퀸 캠페인 출범식에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전세환 대표이사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청중들에게 "폐암 4기의 5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가진단 방법은 없다"면서 "이는 국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80%를 넘는 만큼, 저선량 CT검사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그 또한 지난해 폐암으로 배우자를 떠나보낸 가장이다. 단장(斷腸)을 겪은 한 개인으로서 대국민에게 전하는 간곡한 호소로도 들리겠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폐암 치료제 전문 개발 회사다. 

2000년대 초반 최초 EGFR TKI인 '이레사'부터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1차 치료제 '타그리소' ▲수술 불가한 3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임핀지' ▲전이성·진행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품목허가 과정을 밟고 있는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폐암 치료제 분야서 리더십을 공고히 해오고 있다. 

즉,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폐암 조기 검진 캠페인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자사 제품이 조금은 덜 팔려도 괜찮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셈이다. 회사 향후 매출보다 중요한건 '지금 소중한 내 가족을 암으로 잃지 말라'는 메시지가 깔려있는 것이다.  

실제 이날 출범식에서 사회를 맡은 곽지영 대외협력본부장은 자사 제품 언급을 일절 삼가 해달라고 취재진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선의로 시작한 폐암 조기 검진 캠페인이 자칫 홍보성으로 비춰질까 염려스러운 탓일 것이다. 

"의약품 개발을 통해 인류 건강을 증진한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국내외 제약사 모두가 내세우는 기업모토 중 하나다. 하지만 제약사 역시 엄연한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 창출은 주요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윤보다 인류 건강 증진을 추구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이번 행보는 실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 맘 같아선 '돈쭐(Buycott)' 내주고 싶지만, 전문의약품이 대부분이니 칭찬으로 갈음한다.
    
한편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여성 폐암 인식개선 캠페인명인 '렁리브더퀸(Lung Live the Queen)'은 영국에서 여왕에 대한 지지와 건강, 장수를 기원하는 슬로건(Long Live the Queen)에서 영감을 받아, 모든 여성이 폐암으로부터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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