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만 초점 맞춘 교육부…의료계 '편법 대잔치' 비판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비판 목소리 지속
"의대 증원, 환자·의학교육 아닌 숫자에만 매몰돼…안타깝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7-13 05:52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교육부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의학교육 주체인 40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물론, 대한의사협회나 서울시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들도 연일 비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2일 40개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 교수 대표들은 교육부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두고 '편법 대잔치'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0일 교육부는 의대생 유급을 막기 위한 학사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I(incomplete) 학점을 도입해 보완·재수강토록 하거나 올해 유급 판단 시기·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한시적 특례를 도입하고, 의사 국가시험도 추가 응시도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대해 신입생 유급의 경우 내년 증원된 신입생과 더해져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을 언급하며, 의료인력 수급 차질 방지를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얼마 전 '의대교육선진화 방안'을 언급했던 교육부와 같은 부처인지 의심스러운 발표라고 비판했다. 의학교육 질을 심각히 저하시킬 수밖에 없는 방식이란 설명이다.

의료인력 수급 차질 방지라는 이 장관 설명도 정당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실교육을 해서라도 의사 숫자만 늘리면 된다는 식이란 지적이다.

40개 의대 및 수련병원 교수 대표들은 "정부가 그토록 원했던 '타협 불가-논의 금기' 2000명 증원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거나 선진의학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2000명 증원 자체에만 매몰된 것이었나"라며 "환자와 국민을 위한 선진의학교육에는 전혀 관심 없었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가이드라인에 비판 목소리를 더했다.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하고, 유급 판단도 내년 2월로 연기하는 등 교육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독단적 가이드라인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사회는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이 정부에 있다는 오만이 이번 혼란을 낳았다"면서 "황당무계한 2000명 증원과 설익은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 등으로 비롯된 이번 사태는 세계적으로 칭송받던 대한민국 의료를 한번에 망친 놀라운 사례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의협도 지난 11일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의협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부실교육 종용'이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I학점 도입은 의학교육 질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타과와 형평성 문제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학기 조정이나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수업 결손 보완·병행은 의대 교육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의대 교육 과정은 일년 단위로 진행되며, 수업량이 상당해 반년 만에 속성 단기과정 날림식으론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

의협은 "교육부 장관은 이런 조치를 두고 공익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어 탄식을 자아낸다"며 "진정 공익을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전공의와 의대생 요구를 수용해 더이상 불합리하고 비상식적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햇다.

그러면서 "세계최고 수준 대한민국 의료는 의학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저질 의학교육으로는 저질 의사만 양산된다. 비상식적 조치를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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