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문의와 PA(진료지원) 간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이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시행된다. 간호계는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간호사의 경우 경험을 갖추고 있으면서 충분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단기 교육으로는 간호사의 불안감과 환자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범사업에서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전문의를 적게 뽑고 PA간호사 업무량을 확대할 경우 간호사 업무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시범사업으로만 그칠 경우, 채용된 간호사의 직업 보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제시된다.
3일 A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시범사업의 경우 PA간호사 교육 시간이 너무 짧다. 병원마다 자제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같은데 병원 재량으로 맡겨 두는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일부 병원들에서는 경험이 없는 신규 간호사들, 기존에 임상 간호사들 중에 경력이 길지 않은 간호사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투입된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어 "환자를 볼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개발하게끔 하는 교육 과정을 거쳤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전문의가 충분히 간호사에게 수퍼비전을 해주냐, 실질적으로 옆에서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현실에서는 원활히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가더라도 이런 부분에서 허들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문의 중심병원이라고 말은 했지만, 전문의 충원 비용이 높다보니 전문의는 많이 늘리지 않고 전문 간호사들과 팀을 만들어서 팀진료 형태로 갈 경우, 전문 간호사들이 진료 전면에 너무 많이 노출되게 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시범사업 결과가 좋지 않아서 실제 구조전환사업으로 진행되지 못 했을 경우와 현재 의료대란이 해결돼서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PA 간호사들의 일자리와 처우가 그대로 보존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시범 사업을 앞두면서 간호계는 전담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PA시범사업 때와 같은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전담 간호사로서 부족하기 때문에 역량 강화와 책임에 대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국간호과학회 김중임 회장(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은 "전담 간호사 교육 제도가 현재 없는 상태로, 제도화돼 있지 않고 대학에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대한간호협회에서도 논의 중"이라며 "지난번 PA시범사업에는 교육내용이 너무 빈약했다. 환자들의 목숨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한국간호과학회는 좀 더 강화된 교육 과정을 대학에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전문 간호사처럼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PA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PA라고 하면 응급구조사나 물리치료사 등을 포함해 관련 커리큘럼을 마치고, 대학원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을 일컫는데 한국은 전담 간호사만을 지칭하고 있다. 이에 전담 간호사라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 간호사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러니까 전담간호사를 그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300시간의 실습과 이론 33학점 등의 교육들을 하면서 술기도 튼튼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교육과정 없이 명칭만 전담간호사라고 줘서는 실전 투입 시 제대로 일하기 어렵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간호사들은 실전 투입 시 두려워 한다"고 지적했다.
김중임 회장은 "간호법이 통과돼서 제도화되면 간호사들도 책임을 함께 가지고 가야한다.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훈련과 실무경험 뒷받침돼야 한다. 간협에서는 1년 교육도 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안 된다고 본다. 최소 3년 임상 경력, 가능하다면 5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가진 간호사가 또 다시 훈련을 더 받아서 임시적으로 하되, 장기적으로는 전문 간호사 수준이 되도록 만들어서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의 중심 병원에 맞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업무를 제대로 감당할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차 병원 등은 상급종합병원처럼 중증, 응급, 희귀질환자 등의 환자보다는 경증이나 증증도가 낮은 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육 기준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진료과에서 원하는 스킬을 교육할 수 있도록 의사들과 상의해서 같이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간호법이 통과됐다. 이제는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인데 의사협회, 의학회, 응급의학회, 중환자의학회 등이 함께 연합해서 실질적인 논의를 해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항목과 해서는 안 되는 항목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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