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한국 약학의 미래…세계적 성과 보여준 젊은 약학자들

[인터뷰] 대한약학회 미래약학우수논문상/우수학부연구상 수상자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0-25 21:00

(왼쪽부터) '미래약학우수논문상'을 수상한 김윤정 박사, 노현수 박사, 현규환 박사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한국의 박사후연구원 및 약학대학 학부생들이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두며 한국 약학의 질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대한약학회는 지난해부터 한국 약학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젊은 약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격려하고자 대학원생 및 박사후연구원들을 위한 '미래약학우수논문상'과 약학대학 학부생들을 위한 '우수학부연구상'을 신설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개최된 '2024 대한약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올해 추계국제학술대회의 '미래약학우수논문상'에는 노현수 박사후연구원(전북대 약대, 한창엽 교수), 김윤정 박사후연구원(서울대 약대, 차혁진 교수), 현규환 박사후연구원(서울대 약대, 권성원 교수), 최아형 박사후연구원(성균관대 약대, 신주영 교수)이 선정됐다. 

'우수학부연구상'은 대상 1팀, 최우수상 2팀, 우수상 5팀, 장려상 20팀이 선정됐으며, 대상은 가천대학교의 류주희, 차지은 학생이 차지했다.

◆ 미래약학우수논문상 4인 - 노현수, 김윤정, 현규환, 최아형

노현수 박사는 'Cell Metabolism' 저널에 발표한 '헥소키나아제 2 매개 유전자 발현을 통한 히스톤 락틸화가 유도하는 성상세포 활성화 및 간 섬유화(Hexokinase 2-mediated gene expression via histone lactylation is required for hepatic stellate cell activation and liver fibrosis)' 연구로 이번 상을 수상했다. 

노 박사는 "간 성상세포라고 하는 특수한 세포가 활성화되면 섬유 물질을 과도하게 생성하면서 간 섬유화를 유발한다. 간 섬유화가 심화하면 간경변, 간부전, 간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 약물로는 간 섬유화를 완전히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신의 연구에 대해 "간 성상세포가 활성화 되면 포도당을 대사하는 효소인 헥소카이네이즈2 효소가 증가해 대사부산물로 젖산을 만드는데, 다량으로 생산된 젖산이 간 섬유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어 "선택적 억제제가 없는 헥소카이네이즈2를 실험용 마우스에서 제거했을 때 부작용 없이 간 섬유화가 치료됐음을 확인했다"면서 "유전자 발현 조절은 세포 내 히스톤 단백질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 성상세포의 활성화와 간 섬유화에서도 히스톤 변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 성상세포는 5~8% 밖에 차지하지 않아 히스톤 연구가 어렵지만, 간 섬유화에서 히스톤 락틸화에 대한 규명을 한 것인 만큼 이 연구를 활용하면 유전적 병리상태에 관여하는 기전들을 새롭게 탐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더욱 심층적으로 진행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노 박사는 "약학대학의 수가 더 많아지고, 6년제가 되면서 전문 연구에 대한 붐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 수상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고,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될 것 같다"면서 "이후 후학양성에 힘쓸 때에도 학생들과 제자들이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윤정 박사는 '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DNA 손상 반응의 이중억제 및 수리 경로를 통한 인간줄기세포의 유전자 편집 강화(Enhancing Genome Editing in hPSCs through Dual Inhibition of DNA Damage Response and Repair Pathways)' 연구로 이번 상을 수상했다. 

김 박사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인간 줄기세포에서는 유전자 편집을 저해하는 요소가 굉장히 많다. 유전자를 새로운 것으로 고쳤을 때, 다시 원래대로 돌리려 하거나, 유전자 편집된 세포를 비정상 세포라고 인식해 제거하는 기전도 많이 활성화 된다"면서 "이러한 경로를 각각 억제함으로써 유전자 편집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한 연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기초 단계의 기술이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질환 모델이나 줄기세포를 직접 치료제로 활용할 떄, 혹은 체내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때에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기술로, 상용화까지는 스텝이 조금 더 남았지만, 기대할 만한 기술"이라고 자신했다. 

포스터 공동 연구 국가 과제에 선정돼 3년 정도 국내에서 연구를 이어간다는 김 박사는 후속 연구 및 새로운 사이드 이펙트를 고려한 연구를 같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약대 출신으로 약학회에서 주는 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약사가 연구를 한다는 것도 옛날에는 큰 도전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괜찮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규환 박사는 'ACS Nano' 저널에 발표한 '(Multivalent Carbohydrate Nanocomposites for Tumor Microenvironment Remodeling to Enhance Anti-tumor Immunity)' 연구로 이 상을 수상했다. 

현 박사는 "탄수화물과 지질이 몸의 구성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단순 영양소로만 받아들여지고 있어 약리적, 병리적 효과에 대한 연구도 적은 편이다"라며 "최첨단 분석 기술 및 여러 기술들을 종합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탄수화물과 지질의 약리적, 병리적 효능을 찾아내고, 내인성 탄수화물들에서 약리학적 구조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내용에 대해 "우리가 많이 섭취하는 소화되지 않는 탄수화물인 식이섬유 중 면역적으로 활성이 있는 것들을 원료로 해서 면역항암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라면서 "마우스 실험들을 통해 면역항암제로도 치료가 어려운 콜드 튜머(Cold Tumor)에서 면역항암제와 보조제를 병용 투여했을 때 종양 관해가 잘 이뤄지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 새로운 물질이 신약 개발의 소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 박사는 "저분자와 단백질로 약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연구는 탄수화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탄수화물 구조 기반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연구로, 외인성이 아닌 내인성 탄수화물로도 면역항암보조제를 만드는 연구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연구재단의 세종과학펠로우십 포스닥 공동연구 과제에 지원했다는 현 박사는 국내에서 추가 연구를 진행해 체내의 다당류에서 약리학적 구조를 발굴해 병용 또는 단독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현 박사는 이번 상을 받은 것에 대해 "앞으로 연구를 더 열심히 하라는 평으로 듣겠다"고 소감을 전한 뒤 "신진 연구자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지원은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약학대학 출신이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좋은 삶을 누리는 것을 포기하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밥을 굶어가며 하지 않아도 연구를 충분히 한국에서도 잘할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많은 대학원생, 포스닥이 정말 훌륭하고 좋은 논문을 냈음에도 현실의 벽에 갇혀 포기하는 상황을 너무 많이 봤다"고 성토하며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연구할 때도 타협하지 않고 계획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미국에 있어 서면 인터뷰로 진행한 최아형 박사는 'British Medical Journal'에 게재한 '임신 중 또는 유아기 초기 항생제 노출된 어린이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지적 장애, 언어 장애 및 뇌전증 위험 사이의 연관성: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Association between exposure to antibiotics during pregnancy or early infancy and risk of autism spectrum disorder, intellectual disorder, language disorder, and epilepsy in children: population based cohort study)' 논문으로 이 상을 받았다.

최 박사는 "임신부와 영유아에서의 항생제 사용에 따른 어린이의 신경발달질환 발생 위험을 평가한 연구"라며 "최근 소아에서 신경발달질환의 발생률이 증가함에 따라 미생물-장-뇌 축(Microbiota-gut-brain axis)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으며, 장내 미생물군은 특히 태아와 영유아 시기에 크게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치료를 위해 임신부와 신생아에게 항생제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장내 미생물군 변화가 신경발달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안전성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었다"고 연구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본 연구에서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의 국내 건강보험공단청구자료를 활용해 약 400만명의 출산 건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며 "다양한 잠재적 교란요인을 통제한 연구 결과, 임신 중 항생제 사용은 소아의 신경발달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으나, 생후 6개월 동안 항생제 복용은 소아의 뇌전증 발생 위험을 1.13배 유의하게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절대적 위험 증가 폭이 크지 않음을 고려할 때, 감염 치료 시 항생제 사용의 치료적 이익과 잠재적 위험을 함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 대한 의의로 "임신부는 대부분 무작위임상시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약물 허가 시 사용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매우 부족한 집단"이라며 "이로 인해 초기 약물 안전성 근거는 주로 동물 실험이나 사례 보고(case report)에 의존하게 되는 한계가 있어, 'real world data'로 불리는 건강보험 청구자료나 전자의료기록(EMR)을 활용한 후향적 연구는 임신부들의 안전한 약물 사용을 위한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과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임신부와 소아를 대상으로 한 약물역학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해당 인구 집단에 특화된 방법론을 습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국내에서도 임신부와 소아를 대상으로 신뢰성 높은 연구 결과를 산출해 임상적 및 규제적 의사결정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왼쪽부터) '우수학부연구상 대상'을 수상한 가천대학교 류주희 차지은 학생
◆ 우수학부연구상 대상 - 류주희, 차지은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6학년

우수학부연구상 대상은 지난 1회에 이어 2회에도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심원신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다. 

류주희, 차지은 학생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비만세포의 MRGPRX2/MrgprB2-의존적 억제 탈과립화 및 TSLP 생산량 감소를 통한 우르솔산의 가려움증 억제 효과(Antipruritic effect of ursolic acid through MRGPRX2/MrgprB2-dependent inhibition of mast cell degranulation and reduced TSLP production)'이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European Journal of Pharmacology' 저널에 게재했다. 

이 연구는 우르솔산이 가려움증을 억제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한 것으로, 우르솔산이 알레르기 및 가려움증 발생에 관여하는 수용체에 결합해 이들의 활성을 억제하고, 그 결과 비만세포 탈과립 등의 과정이 억제되는 현상을 발견, 우르솔산의 항소양 효과를 입증해 가려움증 치료 물질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들은 가천대 약학대학만의 특징인 학부-대학원 연계 교육과정(G-ACE)을 통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 교육과정은 4학년 말부터 6학년 초까지 2년여에 걸쳐 공강 및 방학 등의 시간을 이용해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 

류주희 학생은 "원래 연구에 관심이 있었고, 손으로 하는 실험이 잘 맞는다고 느꼈다. 또한 이 교육과정을 통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서 1석2조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차지은 학생은 "연구중심 학교이다보니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연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서 관심있는 분야에 장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학교 수업 외에도 실험에 몰두했다. 예상 외 결과가 나오거나, 세포를 보관하는 곳이 오염돼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 하는 등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동물실험 시 해부를 하거나 방대한 양의 실험에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연구 성과를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는 보람을 얻게 됐다.

류주희 학생은 "대상을 수상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방학 때도 열심히 했던 것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면서 "가려움증의 기전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연구가 앞으로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밝혀지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차지은 학생은 "학교 공부와 달리 연구는 결과 예측이 어려웠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교수님과 대학원생, 친구들의 도움으로 끝까지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함께 연구한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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