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법이 정부 대안으로 골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핵심 쟁점에서 의료계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진 않으면서 의료계가 정부에 갖는 불신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오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4건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2건 등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를 골자로 한 법안 심사에 나선다.
법안 심사 자료에 따르면 이날 심사대에 오를 정부 대안은 핵심 쟁점에서 의료계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위원 구성의 경우 공급자 단체(대한의사협회)와 의료기관 단체(대한병원협회) 추천이 과반수가 되도록 했다. 이는 경영자 단체인 병협은 이해관계로 인해 전문가 관점과 상충될 수 있어 의료인 추천 과반 위원 몫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수급추계위 심의 구속력과 관련해선 조항을 추가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기존과 같이 수급추계위 추계 결과를 존중하도록 했다. 대신 보건복지부 장관이 교육부 장관과 협의할 때 심의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정부 대안에 대해 국회에선 절충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대한의사협회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복지위 민주당 관계자는 18일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정부 대안이 정답은 아니지만 절충 지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표현 등이 달라질 순 있겠지만 법안 취지나 수준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위원 구성과 관련해선 국민 시각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현장엔 의협만 포함되는 게 아닌데 의협만 의료계라 주장하며 병협을 배제하란 것은 국민 입장에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과반에 함께 포함될 뿐 병협에 절반을 주라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국민 시각에선 그렇게까지(병협 배제) 하는 이유가 뭔지, 오히려 제로나 마이너스란 결과를 만들려는 건 아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존 의료계 주장도 이해할 순 있지만 무조건 관철시키려는 맹목성이 비춰지게 되면 제도를 만드는 입장에선 합리적이라 보고 동의·수용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사회적 통념이나 국민 눈치도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수급추계위 심의 구속력과 관련해서도 실질적 구속력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봤다. 교육부 장관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 과정에서 추계위에서 나온 결과를 배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단 시각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영토록 표기하는 것도 입법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추계위에서 명확한 특정 숫자가 나올 수도 있지만, 1000~1200명과 같이 조건부 범위를 내놓을 경우만 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정심 2000명 증원 사례는 매우 특이한 경우다. 감사를 한다면 규정을 어겼단 결론이 나올 수 있을 정도라 본다"면서도 "그런 상황 발생을 전제로 제도 자체를 설계하긴 어렵다. 불신을 완벽히 해소하는 규정을 만들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느끼는 불신이나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전례에 비춰볼 때 신뢰하기 어렵단 입장도 이해한다. 이를 전제하고 문제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의협 집행부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으로 수급추계위 참여 여부를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법안소위에 올라가도 이후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은 만큼 의견 개진을 이어가겠단 설명이다.
다만 이번 법안 추진과 공청회를 통해 의료제도와 정책 협의체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달라진 점은 성과로 평가했다. 보정심이나 건정심처럼 불합리한 구조로 수십년 지속된 문제가 의료계 불신을 야기했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성과란 시각이다.
의협 집행부 관계자는 "기존 정책 협의체는 정부가 가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요식행위 같은 회의체다. 그런 구조에선 어떤 결론도 낼 수 없다"며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구성에선 그렇게 따라갈 순 없다. 그들이 전부터 중립을 지켰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겠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만 수급추계위는 의료계가 제안한 것이기도 하다"며 "잘 구성되고 받아들여진다면 본론을 잘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내부에선 여전히 불신과 부정적 반응이 앞선다.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는 정부 대안에 대해 단어만 변했지 달라진 건 없다고 평가했다. '반영'이란 단어는 추가됐지만 여전히 교육부 장관이 결정하는 구조와 자율권은 남았고, 이는 지난해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는 구조란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단어만 듣기 좋게 변했지 달라진 게 없다. 추계위가 제시한 필요 인력이 있더라도 교육부 장관이 교육 여건과 수험생 니즈를 고려해 결정하면 끝나는 문제 아닌가"라며 "추계위원회를 아무리 만들어도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법 체계 내에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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