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약제학은 제제개발, 약동학 평가 등 산업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다. 이에 신약개발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산업체 관계자들도 학회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학회의 연구 방향 또한 산업체의 니즈에 따라 진행하기 위해 목표를 '연구와 산업을 잇는 혁신의 허브'로 정했다."
제42대 한국약제학회 수장으로 2025년 약제학회를 이끌게 된 조혜영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전문지 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약제학회의 발전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혜영 회장은 약제학회 취임 인사말에서 약제학회에 '개발 과정에서의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극복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산업체 등의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신약물질을 발굴·개발하고, 리드 컴파운드를 선정한 뒤 비임상과 임상을 거쳐 최종 품목허가를 받는 그 과정은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고, 아주 많은 비용이 든다. 데스밸리는 신약개발 및 사업 초기에 있는 기업들이 자금조달, 시장진입 등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실패할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시기를 뜻한다.
조 회장은 "개발 중 물질은 잘 만들었는데, 중간에 CMC(화학·제조·품질관리)가 안 되거나, 제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다 잘 만들었는데 체내에서 흡수가 안 되는 경우 등 예측불가한 일들이 발생한다"면서 "이렇게 제제 개발, 비임상에서 임상으로 진입할 때의 전략 설계 등 데스밸리가 발생하는 분야가 약제학의 연구영역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약제학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산업계와 함께 데스밸리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와 산업을 잇는 혁신의 허브'라는 목표에 따라 약의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해 조 회장이 생각한 방안은 산·학·연·관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이번 집행부에 'R&D추진위원회를 신설해 산·학·연·관 연계형 R&D 플랫폼을 구축하고, 연구자와 제약·바이오 업계 및 정부 관련 기관과의 협력으로 연구 성과를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게 하는 상생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는 것을 역점으로 뒀다.
각 연구기관 및 정부기관에서 위원장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조 회장은 "연구는 많은데, 연구비 지원이 굉장히 축소가 된 상태라 정말 많이들 어렵다. 학교에 역량을 가지고 있는 젊은 교수들이 정말 많은데 연구비가 없어서 연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인 분들이 상당히 많다. 반면, 산업체와 정부기관에서는 연구를 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고 학계와 산업계·기관 등에서 느끼는 현실이 상반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조 회장은 '집단과제'에 주목했다. 최근 집단과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시대이므로, 역량을 가진 교수들을 팀으로 구성해 정부나 협회, 진흥원에서 추진하는 대형 과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과제들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조 회장은 "기존 기획위원회가 과제를 발굴하는 위원회였다면, R&D추진위원회는 우리가 실제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실제 과제를 수행하는 역할을 추진하기 위해 신설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컨소시엄을 형성해 연구비를 받게 되면, 실제 필드에 나가서 전문가 역할을 하게 될 대학원생 등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교육 효과가 굉장히 크다는 장점도 같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이다.
즉, R&D추진위원회가 맡은 업무가 활성화 될수록 연구 역량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역량 확대 및 인력 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학회 전반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다.
(왼쪽부터)한국약제학회 이용현 홍보간사, 김진기 총무위원장, 조혜영 회장, 오경택 사무총장, 이상길 홍보위원장. 사진=조해진 기자
조혜영 회장은 한국약제학회의 장점에 대해 "다른 학회가 부러워 하는 점이기도 한데, 이전 집행부가 진행했던 위원회들과 연관성,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진다는 점, 학회 구성원들이 돈독한 분위기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장점을 이어가기 위해 전임 회장님들이 만든 초석을 올해 잘 다져가고 싶다. 특히, 지난해 처음 시행한 '산학협력 연구자 DB'를 더욱 활성화해 고도화된 산학협력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신설된 R&D추진위원회도 잘 활성화시켜 차후 집행부에서도 위원회가 지속돼 좀 더 단단하게 다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돈독한 네트워킹 및 관계를 기반으로 한국약제학회는 매년 회원과 학회 참여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회원 수도 중요하지만, 학회에 참석하는 참석률도 높아야 한다"며 "약제학회의 지난해 국제학술대회에는 참석자가 550명이 넘어가면서 역대 최대 참가규모를 기록했다. 이정도의 참석률을 보이는 학회가 많지 않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보다 국제학술대회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해외 학생들도 회원 등록도 하고 참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놨다. 연자들 또한 개인적으로 만나기는 힘들지만, 한번쯤 인사를 나누고 싶은 연자들을 모셔서 회원들이 '학회에 와야겠다'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면서 "또한, 학회는 산업체의 니즈를 알아야 한다. 산업체가 많이 참여하게 되고, 산업체들이 학회에서 발표를 진행하면 연구 테마를 또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산업체 및 정부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프로그램에 잘 녹여내고,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면서 학회의 역할이 강화되면 회원수도, 학회 참여 인원도 자연히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아울러 "학회는 학문적인 지식, 정보 혹은 네트워크 등 각자의 목적이 다르더라도 정말 오고 싶은 학회, 회원이 중심이 되는 학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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