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다발골수종 치료의 최신 트렌드는 질병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인 병용요법을 사용해 재발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제들이 레날리도마이드, 보르테조밉, 탈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 등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을 통해 개선된 데이터를 선보이며, 1차, 2차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치료에 집중되는 관심과 달리, 정작 치료 옵션이 부족한 '4차 이상'의 환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재발을 거듭할수록 환자의 약제 반응률과 예후가 악화된다. 지금까지 사용되는 치료제인 면역조절제(IMiDs), 프로테아좀 억제제(PI), 그리고 항-CD38 단일클론 항체(mAb) 등의 표준 치료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치료를 실패한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약이 절실하지만, 국내 급여 환경에서는 4차 이상 치료제의 접근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재발 후에도 컨디션만 허락된다면 치료를 이어가길 희망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 급여 심사를 살펴보면, 4차 이상 치료제들은 급여 승인에서 번번이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다발골수종 4차 이상에서 주목받는 치료제는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BsAb)' 치료제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한국화이자제약의 '엘렉스피오(엘라나타맙)', 한국얀센의 '텍베일리(테클리스타맙)'와 '탈베이(탈쿠에타맙)'가 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치료제를 포함해 최소 3차 이상 치료를 받은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 허가를 받았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엘렉스피오는 BCMA-표적 연구를 받은 적 없는 성인 환자 123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2상(Magnetis MM-3)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61.0%, 완전관해(CR) 37.4%를 기록했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17.2개월, 전체 생존기간(OS)은 24.6개월로 나타나 장기 치료 효과도 입증됐다.
특히 CAR-T 치료제는 맞춤형 세포 치료로 효과가 우수하지만, 고비용과 복잡한 제조 과정으로 인해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반면, 이중항체 치료제는 정맥 또는 피하 주사 형태로 즉각 투여가 가능해 병원 내에서 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중항체 치료제들은 국내에서 모두 비급여 상태다.
지난해 11월 심평원의 8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텍베일리의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으며, 탈베이는 아예 심사에 상정되지 않았다. 올해 2월 열린 1차 암질심에서도 엘렉스피오의 급여 도전이 불발되면서 이들 치료제의 접근성은 더욱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현재 다발골수종 4차 이상 치료 환자들은 급여 가능한 옵션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높은 약값을 감당하는 것뿐인데, 이미 여러 번의 치료 과정을 거치며 경제적 부담이 누적된 환자들에게 이는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다발골수종은 치료의 지속성을 통해 생명 연장이 가능한 질환이다. 따라서 치료 단계별로 다양한 옵션이 마련돼야 하며, 4차 이상 치료제의 급여 적용은 시급한 과제다.
치료제의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환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4차 이상 치료제에 대한 급여 확대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중항체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들도 급여 적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4차 이상 치료가 필요한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보다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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