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만 명 모인 전국의사궐기대회‥"의료정상화, 멈출 수 없다"

숭례문 일대에서 2만 명 집결‥의대생·사직 전공의들도 대거 모여
의료계 논의 없이 졸속 강행된 정부 정책 철회, 의료환경 정상화 촉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20 15: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 2만5000명의 의사, 의대생, 사직 전공의들이 집결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는 당초 예상치의 두 배를 넘는 인원이 몰리며, 의료계의 분노와 절박한 위기의식을 보여줬다.

이번 궐기대회의 핵심은 '의료정상화'였다. 의료계는 정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의료계엄 사태'로 규정하며, 의료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후 1년이 넘도록 사태는 해결되지 못했고, 그 여파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교육과 진료 현장을 떠나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원 확대는 명분 없이 추진됐고, 이로 인해 의학교육 기반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궐기대회가 단순한 반대의 목소리가 아니라, 무너진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려는 절박한 몸부림임을 강조했다. '의료인 처단'이라는 강경 발언을 했던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도 의료계는 대화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복귀를 유도할 만한 책임 있는 사과나 수습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협은 지금처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다면, 왜곡된 의료개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교육부와 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지금이라도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학생들과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나왔다.

김 회장은 "의료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기반은 붕괴 직전에 있고 수가 체계 또한 비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의사 집단만을 탓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다른 연설자들도 공통적으로 위기의 본질을 '의료의 가치 훼손'에서 찾았다.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장기화된 사태로 인해 전공의와 의대생만이 거리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 사태를 풀기 위해선 의료계 내부의 신념과 통합된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최정섭 회장은 선배로서 후배들의 사직과 거리 시위를 지켜보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닌, 정부 정책이 전문성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주도한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과, 실질적 논의가 가능한 인적 구성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교육계에서도 우려는 이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조윤정 회장은 "현재 40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지키고 있는 의학교육 시스템은 강의와 실습을 반복하는 고도화된 체계이며, 이러한 교육 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의학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고,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보건의료 관련 공약 제안을 위한 '대선기획본부'를 가동 중이다.
 

대선기획본부 김창수 공약연구단장은 정부가 정원 확대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회의록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며 절차의 투명성과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또 그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제시한 정책들이 과거의 안을 반복하거나 현장의 실제와 괴리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단순한 미봉책으로는 의료 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고 역설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병원을 사직한 뒤 받았던 12시간 경찰조사 때를 떠올렸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포고령에는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이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내용까지 담긴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사직한 전공의가 죄인인지, 우리가 왜 처단 당해야 하는지 아직까지도 잘못을 모르겠다"며 "정부는 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의료체계를 고치지 않고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이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 변화가 체감될 때까지 이 투쟁을 지속할 것이며, 함께 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도 응원을 보냈다.

그는 "이 길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궐기대회를 기점으로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경고에 응답하고 실질적인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의료계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철회가 아니라 '의대 교육 정상화', '정상적인 의료체계'의 회복이라는 메시지가 현장에서 울려 퍼졌다.
 

이날 행사에서 낭독된 결의문도 의료계의 요구를 분명히 담았다. 다음은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 결의문 전문이다.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 결의문

우리 의료계는 지금, 역사상 유례없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윤석열표 의료개악은 헌정 중단 사태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이로 인해 촉발된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도 여전히 강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정책은 심각한 혼란에 빠져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의료 현장에 전가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선 의료 현장은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정책 추진의 결과로 황폐화되었고, 의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불과 1년 만에 붕괴의 위기에 처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의사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대화가 아닌 ‘명령’과 ‘억압’으로 일관해 왔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가 처참히 무너진 현 상황이, 정부 보건의료 정책 추진 방식 전반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무너진 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료계의 올바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국민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잘못된 의료 농단으로 인해 그간 큰 피해를 감수해 온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제대로 수련받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는 결코 정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의료 정책은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중심의 과학적 판단에 기반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행이 아니라 복원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가 본래의 자리로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한의사협회는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의료 정책은 의료계를 배제한 일방적 구조 속에서 추진될 수 없으므로, 필수의료 패키지를 포함한 윤석열표 의료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정부와 국회는 전공의 및 의대생의 요구안을 포함한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지속 가능하게 재설계하라.

하나. 정부는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가해진 위헌적 행정명령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이들의 학습권과 수련권 회복을 위한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조치를 시행하라.

하나. 교육부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에 대한 의학교육평가원의 재인증을 실시하고, 교육이 불가능한 의과대학에 대해서는 입학 정원 조정을 포함한 현실적인 대안을 즉각 제시하라.

하나. 대한의사협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대전환의 길에 국민과 함께할 것이며, 의료의 본질과 가치를 훼손하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
2025년 4월 20일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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