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방패, 사라지는 공보의‥"군복무 기간 단축이 해법"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제도 존속 위한 구조적 개편 촉구
의료취약지 책임지는 공보의, 실효성 없는 배치에 '무력감'
"37개월 복무 지속되면 지원 끊길 것…정부·지자체 의지 부족"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22 11:10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때 의료 인프라의 사각지대를 메우던 '공중보건의사제도'가 존속의 갈림길에 섰다. 의대생들의 기피, 무의미한 배치, 복지부의 무대응, 지자체의 무관심까지 겹치며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와 같은 37개월 복무 체계가 유지된다면 공보의는 지원자 없이 사라질 것"이라며 "군복무 기간 단축만이 제도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대공협은 46년간 변하지 않는 공보의제도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촉구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결국 이름만 남고 실효성은 사라질 것이란 경고다.

현재 25학번을 제외한 6개 학년 의과대학 남학생의 수는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군입대자 수가 1882명에 불과한 반면, 대공협은 향후 1년간 현역 입대자가 7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수요는 공보의는 물론 군의관까지 충원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 의대생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군복무 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공중보건의사 지원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복무 기간을 줄이면 의대생들이 돌아온다. 결국 군복부 기간 단축이 군의관과 공보의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공협은 현재 공보의 훈련기간이 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공보의는 '선배치-후훈련' 방식으로 투입돼 방역 대응에 기여했는데, 이는 훈련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도 복무 조정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 회장은 "훈련소 입소로 생기는 일시적 공백은 순회진료 등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점이 당시 입증됐다"며 "24개월 복무나 훈련소 기간 제외 시 25개월 복무로도 충분히 제도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공협은 공보의 배치에 있어 정부의 무관심과 지자체의 무책임도 비판했다. 현재 배치 기준은 '인구 30만 이상 도시에 공보의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추상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올해 새 지침에 포함된 '민간의료기관과의 거리', '월평균 환자 수' 등 기준 데이터조차 대공협이 직접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복지부가 제도 유지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인 논의에 나서야 했지만, 공보의가 사라질 위기에 있는 지금도 손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자체의 무관심도 도마에 올랐다. 당초 공보의 제도는 '면 단위 무의촌 해소'라는 목표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하루 1명의 환자도 오지 않는 보건지소가 존재하는 등 현실은 달라졌다.

공보의 봉급은 정부의 기본급과 지자체의 진료장려금·여비로 구성되는데, 많은 지자체가 지침상 하한선인 '월 90만 원'만을 지급하고 있다. 연간 1인당 1080만 원 수준이다.

이 회장은 "하루 평균 3~5명 보는 곳에 의료기관이 있음에도 의료 공백을 운운하며, 1년에 0원 쓰고 공보의를 붙잡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안이 나타나고 있다. 충남 논산과 부여는 민간의사를 채용해 보건소·지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남 영암은 의료기관과의 거리·환자 수를 종합해 '원내지소'만 유지 중이다. 전북 진안군은 군비 30억 원을 투입해 병동과 응급실을 갖춘 의료원을 자체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18개월 복무하는 현역과 달리, 공보의는 37개월 복무한다"며 "진료장려금 10만 원 인상도 아까워하며 제도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공보의를 선택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공협은 현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 모두 제도 개선 의지도, 책임질 각오도 없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공보의들의 처우 개선 없이는 의료취약지 의료 인프라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대공협에 권한을 넘겨달라"며 "공보의와 군의관 제도가 지속 가능하도록 우리가 발로 뛰고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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