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內 의사-환자 '동상이몽'‥의료 신뢰도 악화

환자 "진료실에서 의사와 커뮤니케이션 못해 불만"
의사 "3분 진료 조장하는 불합리한 수가 체계 개선해야"

조운 기자 (good****@medi****.com)2016-12-03 06:03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국내 의료 시스템 및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해외 국가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첨단 의료기술과 장비를 갖춘 대한민국 의료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의사와 환자 사이 '진료'에 대한 견해차와 3분 진료로 대변되는 진료실 내 소통의 부재 탓이라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열린 '보건의료의 신뢰 문제와 건강정보 토론회'에서 이상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실시한 '국내 의료영역 신뢰기반 구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상무 연구위원 연구팀이 실시한 국내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의사 및 보건의료제도 신뢰도는 5점 만점에 3.47점으로, 다양한 지표 중에서 특히 의사의 정직성에 대한 신뢰 지표는 2.49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GFK Verein의 국제 의료 신뢰도 비교 연구를 인용하며 연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사를 '일반적으로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75%로 27개국 중 24번째 하위권에 속한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이처럼 우리나라 의사 및 의료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연구위원은 "일반인들은 의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운 것을 신뢰 저하의 원인으로 생각했다"며 "의사와의 양질의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양질의 의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3분 진료가 만연한 우리나라 진료실에서 환자가 의사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 소통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기란 쉽지 않다.

연구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초점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의사들이 자신을 '질병'으로 생각한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권위적인 의사로부터 일방적이고 단순한 커뮤니케이션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소통의 부재 속에 환자는 의사 그 사람에 대한 신뢰보다는 대리 지표인 약 처방, 병원 설비, 고가의 장비 및 병원의 명성 등을 기준으로 활용해 신뢰도를 책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의사들은 질병 중심으로 의학을 배우다 보니 환자의 질병에 대한 처방 중심으로 환자를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의료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 즉, 고통에 집중하는 데 반해 의사들은 그 원인인 질병에 대한 진단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진료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환자들의 진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보니 환자의 만족도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연구위원은 "이처럼 환자와 의사 사이의 '진료'를 바라보는 견해차 탓에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문제는 환자와 의사 사이 인간적 유대 및 신뢰 관계를 쌓는 데 방해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들도 할 말은 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신동욱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충분히 납득시키고, 교육하고 싶지 않은 의사는 없지만, 뒤에 대기하는 수많은 환자를 두고 한 환자에 30분을 쓸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의사를 '이야기를 듣지 않는 나쁜 의사'로 만드는 저수가 체계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과 호주는 환자 질병에 따라 의사의 진료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그에 따라 수가를 책정해 양질의 진료를 정책적으로 담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나라의 3분 진료를 조장하는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의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가 체계에서는 3분을 진료해도, 30분을 진료해도 수가는 동일하게 적용돼 의사가 환자와 충분한 소통을 하고 싶어도 그 '시간'이 모두 의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환경 자체가 3분 진료를 조장한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이상무 연구위원은 "신뢰 저하는 의료의 질과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관련된다"며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소통 부재 및 관계 맺음의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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