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인터넷 의료정보 홍수, 국민건강 도움?‥"글쎄"

정보매체 질 관리와 건강정보 이해력 향상 노력 필요성 제기

조운 기자 (good****@medi****.com)2016-12-05 06:03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건강에 이상이 생긴 당신. 건강 정보를 찾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스마트 폰에 자신의 증상을 검색하거나, TV 건강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있지는 않은가?
 
TV,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다 손쉽게 수많은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정작 우리나라 국민이 그 덕분에 건강해졌는가는 별개의 문제인 듯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주관적으로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도 35.1%에 불과해 OECD 평균 69.2%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에 '어깨 통증' 한 단어만 입력해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의학 정보 및 자신의 경험담, 전문 의료기관 및 예방법 나아가 치료법까지도 나오는 그야말로 건강 정보 홍수 시대에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하지 못한 걸까?

최근 세계적으로도 '건강 장수'가 중요한 의료 키워드가 되면서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일반인들의 건강정보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그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쳐 실제 건강상태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건강정보이해력(health literacy)'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건강문제에 대한 정보를 습득, 처리,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측정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그에 관한 연구가 조금씩 수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박종연 선임연구위원 연구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과제를 받아 전 국민 표본 설문조사를 시행해 우리나라 건강정보이해력에 관한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강정보를 찾는 주된 경로는 1위가 TV 건강정보 관련 프로그램, 2위가 인터넷에 질문 또는 블로그, 3위가 주변의 친구나 동료로 나타났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 의료 전문가를 통한 정보 획득은 5위에 그쳤다.

이처럼 주로 건강 정보를 찾는 경로가 TV와 인터넷으로 나오면서 해당 매체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물론 해당 매체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수준 및 그 정보를 해석하여 적용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부분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선임연구위원 연구팀은 유럽의 HLS-EU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HLS-EU-Q47 척도를 활용해 우리나라 건강정보 이해력 수준에 대한 조사결과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이해력 수준은 낮지만, 일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건강정보이해력 수준이 낮은 집단일수록 응급의료 및 외래를 이용하는 비율이 더 높았고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무자격, 무허가 치료 경험도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많은 의사가 "건강 정보 프로그램을 볼 시간에 차라리 운동을 하라"라고 말할 정도로 건강 프로그램을 직접 보는 것이 개인의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건강 정보 공급이 다양한 건강정보이해력 수준을 가진 일반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쇼닥터들이 TV를 통해 활약하고 있는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인가를 띄울 목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건강 정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TV에서 봤다며 임상 현장에 있는 의사들에게 질문이 되돌아오면 같은 의사로서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TV 또는 인터넷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공급자 '입맛'에 맞는 정보들인 경우가 많다"며 "근거 없는 정보에 혹해 전문가의 처치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판단했다가는 질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에서 대량으로 사들였다고 알려진 '백옥주사', '신데렐라주사', '태반주사' 등이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일부에서는 해당 주사의 효능을 부풀린 노이즈 마케팅을 시행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과학적 근거가 미흡한 정보의 과잉, 건강정보의 상업화 등의 문제점이 건강정보 이해력과 연계돼 국민의 건강정보 오용과 남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건강정보에 대한 관리 및 필터링이 안 되는 상황에서 건강정보이해력이 부족한 집단에 무분별한 정보 과잉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근거기반 건강정보를 생산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 매체들의 질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국민건강 증진 정책의 하나로 건강조사에 건강정보이해력 관련 항목을 포함해 개발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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