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4차산업시대를 맞아 건강보험도 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확한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은 물론 이원화된 건보 거버넌스와 제도, 기관 등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병호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시립대 교수·사진)은 최근 보건복지포럼을 통해 건강보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혁신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현재 전국민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음에도, 많은 비보험(비급여) 서비스 항목으로 인해 높은 환자 부담과 재난적 의료비 경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지나친 쏠림현상, 지역 간 의료 혜택의 격차, 왜곡된 민간 건강보험, 통제하기 어려운 의료비용 등의 난제가 쌓여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심화되는 고령화는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어 4차 산업혁명으로 초래될 의료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최 교수는 "건강보험 100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혁신을 해야 할 때다. 때마침 신 정부가 출범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동안의 고질적 건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 계획을 수립, 실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자건보증 필요성 강조..이번 정부에서는 만들까?
우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연구 중이지만, 여론의 반대로 주춤한 '전자건보증(IC카드 기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건강보험의 정보화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라며 "오랫동안 논쟁을 거듭해 온 전자건강보험증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건강보험증을 넘어 전자주민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제약·바이오·의료기기산업의 육성이 큰 의제가 될 것인데, 그 기반이 되는 정보의 상당 부분은 건강보험 빅데이터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국민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쉽게 모을 수 있는 전자건보증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하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진료비의 상세 자료뿐 아니라 의료의 질, 환자와 공급자에 대한 정보가 왜곡됨이 없이 정확해야 한다"며 "의료서비스와 의료기술의 발전과 건강 향상을 위해서라도 정보화는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쪼개진 건강보험 제도와 기구들..일원화 고민할 시점
이와 더불어 건강보장제도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원화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이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이원화, 공단과 심평원의 이원화, 직장과 지역 보험료의 이원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이원화와 같은 관리 운영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 형평성이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일원화가 반드시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상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해 나갈 예정이며, 보건의료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을 통해 중복되는 업무와 역할을 통폐합할 계획에 있다.
건보 보장이나 국민적 혜택은 늘리되, 정책과 제도의 운영은 보다 효율화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건강보험의 거버넌스에 대한 재조명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건보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구성된 정책 결정·집행 기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
공단에서는 NHI 다이렉트(24시간 상담전화), 의료취약지역의 공단 직영 의료기관 운영이나 이동식 응급처치차량 운영 등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를 메꾸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심평원은 의료공급자의 불법과 도덕적 해이 자행에 대해 엄격하게 감독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의료의 질 향상과 의료서비스 평가에 대한 역량 강화도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비급여로 건보 약점 심각..보장성 우선순위 '합의' 필요
한편 최 교수는 새 정부가 내세운 비급여 관리와 환자쏠림 완화 등의 공약에 대한 견해와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과다한 환자본인부담, 재난적(과부담) 의료비 경험, 가구와 미충족 의료를 꼽으면서, 새 정부의 '비급여의 급여화'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비급여 급여화 공약이 비급여 문제를 깨끗이 해결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계속해서 창출되는 비급여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실태 파악과 관리를 이어간다면 환자 본인부담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실손보험의 병폐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쏠림 완화를 위한 '대형병원의 외래진료 제한 및 동네의원 지원' 공약에 대해서는 "방향은 올바르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일차기관의 의사에 대한 환자 신뢰 회복을 우선에 두고, 동네 중심의 '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세부적인 제도 실천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대통령 공약 중 치매국가책임제나 아동 입원비 무상제공 등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처럼 특정 대상자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우선순위를 정하기 전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 시행 전 여론수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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