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 의사가 죽어야만 이슈 되나?"

지난해 의료진 등 폭행 365건 "제보안된 사례 더 많아"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18-12-07 11:37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응급실 의사폭행 사건이 연이어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피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남원의료원 응급실 피해자도 초기에 이를 알리려 했지만, 주목받지 못하자 "의사가 폭행당해 다치는 것은 아무렇치 않고, 죽어야만 주목받겠구나"라고 한탄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한 토론회에서 "남원의료원 응급실 폭행 피해자 의사가 이를 알리고자 처음에 한 종편TV에 제보를 했지만, 기사화 되지 못했다. 이에 '정말 의사가 죽어야 이슈가 되는 세상인가' 한탄하다 응급의학회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응급의학회에서 논의를 거쳐 의료전문지에 해당 내용을 제보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됐다"며 "본인 역시도 정말 의사가 칼에 찔려 죽는 상황까지 가야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전북 남원의료원 응급실에 눈 주위 상처 치료를 위해 환자가 방문했다.

당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를 진찰 후 엑스레이와 CT촬영을 권유한 상황에서 환자는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동시에 의사에게 다가가 자신의 옷에 있던 칼을 꺼내 휘둘렀다.

다행이도 의사는 순간적으로 자리를 피하면서 피해를 입지 않았고, 주변 직원이 환자를 제압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비록 해당 사건은 큰 피해가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응급실 의사 폭행은 다른 환자들까지 위해를 줄 수 있어 큰 문제가 된다.

지난 7월 전북 익산 소재 한 응급실에서 의료인이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으며, 강릉에서 한 환자가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 의사를 향해 휘둘렀다.

나아가 경북 경산에서는 처방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병원 바닥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응급의료 방해행위로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총 893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40.8%인 365건이 의료진 등에 대한 폭행 사건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알려진 사건만 365건이며, 이 외에도 피해가 없어 신고가 되지 않은 응급실 위협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 섭외이사는 "응급실에서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에 대한 폭언, 폭행은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응급실에 와서는 의료진에게 성희롱, 성추행,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모든 피해사건이 제보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의료계는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을 근절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

특히 의협은 정부 및 관계기관에 대응책을 요청했고, 그 결과 지난 9월 경찰청에서는 대응·수사매뉴얼 및 구속수사 원칙 등 강력 대응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11월 보건복지부에서는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으며, 국회에서도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법 입법화를 진행 중이다.

이 섭외이사는 "응급실 폭행 처벌강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의료진이 폭력에 노출돼 있는 만큼 응급환자가 아닌 이들을 의료기관도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진료 거부권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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