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응급 급증에 경찰·병원 '골머리'‥시스템 부재가 원인

응급입원 일단 입원시키려는 경찰·소방 vs 무조건적 입원은 불가, 정신의료기관
지역 정신응급의료센터 통해 내·외과적 치료 후 지역 정신의료기관 연계 시스템 필요

조운 기자 (good****@medi****.com)2020-02-04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창원의 한 정신응급환자가 경찰의 응급입원 요청에도 인근 병원들로부터 입원 거부를 당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가 문제가 된 이후 정신과 응급 입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신응급에 대한 시스템 부재로 경찰과 의료기관의 이해 충돌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마산 중부경찰서 진동파출소 등은 지난달 31일 정신과 환자 A씨를 응급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정신의료기관들이 협조하지 않아 4시간여 동안 곤욕을 겪었다고 밝혔다.

민원을 접수받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씨가 고통을 호소하며 발작 증세를 보여 119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구급대원은 과거 A씨가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B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

하지만 B병원은 과거 A씨가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 병원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진정을 넣은 바 있고, 정신과적 치료보다는 내과적 진료가 필요하다며 타 병원 치료를 권했다.

결국 경찰과 구급대원은 A씨를 C정신건강의학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C병원 역시 정신과가 아닌 내과적 치료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D병원 입원을 권했다.

다시 D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발작 증상 때문에 검사를 받지 못했고, 다시 C병원으로 돌아와 사건 발생 4시간여 만에 입원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측은 병원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치료를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 환자 입원을 거부한 의료기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신과에서는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건 이후 증가하는 응급 입원으로 경찰과 의료기관 간의 이해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 문제의 대응책으로, 정신응급환자 발생 초기에 집중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 및 24시간 출동 응급개입팀의 설치 등을 마련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정신응급환자 민원 증가로, 경찰이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정신과 응급환자를 무조건적으로 지역 정신의료기관으로 입원시키려하면서 의료기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모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는 "응급입원 건수가 몇 배 증가한 상황에서, 응급입원 판단 여부가 의사가 아닌 경찰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에 앞서 신체적 질환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됨에도, 경찰이 일단 정신의료기관이 환자를 입원시키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일선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에서는 응급입원 시 신체적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 대해, 내과나 외과 등에 대한 아무런 검사나 조치 없이 정신과로 환자를 입원시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과질환, 당뇨 및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를 무조건 입원시켰다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해당 정신의료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소재 정신의료기관인 새하늘병원 오승준 원장은 "현재 정부에서는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해 급성기 환자를 커버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해당 의료기관에서 내과, 외과 모두를 커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해외의 경우 입원초기 간단한 심장질환, 당뇨 등 감염성 질환만 확인하고, 정신과 치료는 지역 정신과의료기관에서 하도록 연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정신응급환자에 대해 신체적 검사와 정신과적 분류 과정을 모두 수행하는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에, 경찰과 정신의료기관 간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보라매병원이 서울형 정신응급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실시하여, 119구급대나 경찰에 의해 이송된 정신응급 환자에 대해 내·외과적인 평가 혹은 치료와 더불어 급성기 정신과 치료가 가능한 정신의료기관으로의 연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오승준 원장은 "보라매병원과 같은 시스템이 되면 적절한 신체적 치료에 대한 백업이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신과적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지역에 정신응급의료센터가 확대되어, 해당 센터를 통해 지역 정신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연계되는 시스템을 만드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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