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인력과 법조인에 대한 일련의 보복성 범죄 사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폭행'은 무슨일이 있어도 관용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른 실효성 있는 법적 조치와 재정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1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와 '용인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 사건', '부산대병원 응급실 방화 사건'의 재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잇따라 발생한 범죄 사건의 공통점은 '보복성 행위'였다는 점으로, 의사와 변호사 직역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 등이 그 원인이었다.
즉, 의료행위와 재판의 부정적 결과의 책임을 의사와 변호사에게 돌리면서, 이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분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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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나선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왼쪽 사진>는 "이번 용인 의사 살인미수 사건 기사 댓글에 '의사가 뭘 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댓글에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려 있었다"며 "의사가 뭘 했는지에 따라 폭력도 용인된다는, 상식에서 벗어난 의사 표현이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의료행위의 결과를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으로 돌려 이를 폭력이라는 행위로 보복하려는 심리가 시작된 것이 의사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한국 사회에서 의료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불법적이고 공격적인 의사 표현들이 계속 용인된다면 결국에는 폭행, 협박 같은 강력 범죄도 일어나게 된다고 본다"며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가 중요한 데 이는 단기간에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관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역시 대구 방화 사건 보도 기사 아래 달린 댓글 중 '오죽했으면 목숨 걸고 했을까', '얼마나 억울했으면 저런 일을 저질렀을까', '돈만 좇는 변호사들도 많고, 권력이나 돈이 없는 의뢰인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변호사들은 많지 않다'는 등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심지어는 적개심을 여과 없이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관기 부회장은 "테러 행위의 동기로 흔히 내세워지는 것은 재판에 대한 불만이고, 그 과정에 대한 불신이다. 물론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믿고, 분노범죄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를 비난하는 식의 여론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법조인의 안전을 제공하기 위한 공적 지원에 대한 합의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통점 속에 전성훈 법제이사는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은 반드시 처벌된다' 그리고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은 특별하게 처벌되는 중한 범죄이다'라는 메시지를 사회에 명확히 전달해 의료인에 대한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의사 표시 자체를 경감시키는 것이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 나아가 살인, 살인미수나 방화 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입법적으로는 '의료법'에 규정된 '폭행‧협박에 대한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고,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가해행위 처벌 조항을 통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담아 사회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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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
왼쪽 사진> 역시 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신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2018년도 응급실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1,6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언어폭력 경험을, 25%가 물리적 폭력을 겪었다고 답했지만 신고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5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응급실 폭행이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폭력 사례가 언론에 잘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현 이사는 "병원에서 환자와의 관계, 병원 이미지 등을 생각해 자체적으로 합의해서 신고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이 발생할 경우 신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술 취해서 그런 것이라고 고소를 취하하는 등의 사례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폭행 건수는 많아도 법정으로 가는 사례는 적어 가해자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병원이 폭행 가해자를 의무적으로 고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응급센터 보안요원을 강화해 진료현장에 가깝게 배치함으로서 진료 과정 중 의료진과 환자·보호자를 보호하고, 패닉 버튼을 접수처, 분류소, 진료구역에 설치하는 방안, 응급센터 출입구에 금속 감지기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성필 대한병원장협의회 기획이사는 현실적인 '환자안전관리료'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환자안전관리료는 입원환자안전관리료와 수술실 환자안전관리료만 있을뿐 응급실 및 외래진료실의 환자안전관리료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마저도 100병상 미만 병원은 적용받지 못하면서 70~80병상 수준의 시골 중소병원 응급실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 기준에 따르면 100병상을 가진 병원이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병실이 한달동안 만실이라 할지라도 1일 입원환자관리료가 1,240원밖에 되지 않아 한 달에 372만원 수준이며 이 비용으로 보안전담인력 한명을 겨우 배치할 수 있다"며 "최근 있었던 살인미수 사건 및 방화 사건 모두 대형병원에서 벌어졌는데, 동일한 사건이 중소병원에서 벌어졌다면 결과는 더욱 참담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고려해 충분한 예방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입원환자안전관리료와 별도로 응급실 및 외래환자에 대한 안전관리료도 추가 신설되는 것이 마땅하며 이는 중소병원일수록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이현미 총무이사도 "의료계에 폭력 사건이 생기면 여러 지침이 많이 생긴다. 실제로 의료인이 환자에 의해 피살당한 사건 이후 보안 인력을 배치하고, 비상벨 등 장비를 설치하고, 진료실 뒤에 퇴로를 만들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피해자가 부담을 져야하는 규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의료 현장이 만족할 수 있는 실효적인 안전 대책과 지원을 강조하며 "심각하지 않은 폭력이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 다치지 않으면 괜찮고, 죽으면 심각한 것인가? 이런 생각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어떠한 폭력도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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