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일련의 의료기관 폭력 문제가 병원 '응급실'에 집중된 가운데, '응급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응급환자를 위해 24시간, 모두에게 열려있는 응급실은 다양한 환자로 항상 과밀화돼 있어 우선순위에 따라 진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긴 대기시간과 불친절한 응급의료 서비스에 의료인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져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가가 법‧제도 개선을 통해 응급실 내 폭력을 절대 용인될 수 없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응급실 환경 및 이용문화 개선과 신뢰와 배려 문화를 조성하는 사회적 인식개선도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김원이, 백종헌, 신현영 의원과 함께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용인 소재 종합병원 응급실 상해 사건 및 부산 소재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방화사건 등 의료진과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응급실'에 집중된 것에 주목해, 응급의료현장의 폭행 및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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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제주한라병원 부원장(권역응급의료센터장)<
사진 왼쪽>은 "경찰에 접수된 응급실 범죄 건수가 2009년 42건에서 2018년 490건으로 10년 새 11.7배 증가했고, 관계 부처 협동으로 진행된 실태조사에서 전체 의료기관 내 폭행 피해자 유형 중 응급의학과가 62%에 달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응급실'과 '응급의학과 의사'가 폭력의 주 타겟이 되는 걸까?
의협신문에서 실시한 '응급실 폭력 관련 긴급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급실 폭력의 발생 원인 1위는 환자 또는 보호자의 음주 상태, 2위는 의료인 진료 결과 불만, 3위는 대기시간 및 순서 불만, 4위는 환자보호자 요구 거부, 5위는 의료인 불친절 등 이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실의 경우 주취자를 포함해 각종 유형의 환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지만, 온 순서가 아닌 응급도에 따라 환자 진료가 진행되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김 부원장은 폭력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주취자 및 응급의료법 위반자의 응급실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 조기 진압을 위한 의료기관 안전 인프라 확충, 응급의료법 위반 대상자에 대한 ▲가중처벌 ▲형량하한제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 ▲주취자 불벌규정 미적용 ▲건보자격 박탈, 할증 제도와 같은 일벌백계에 더해 환자와 보호자에 친화적인 응급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복잡한 응급실은 환자가 폭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 사실이다"라며, "응급실 설명 간호사를 배치해 응급실 진료특성을 설명하고 정보를 제공해 환자들에게 응급실의 특성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의료도 공공의료의 한 분야이다. 따라서 개인 병원에게 맡기기 보다는 공적인 차원에서 의료기관 안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며, 의료진-환자 간 신뢰 배려 문화 구축을 위한 홍보 등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필 대한응급의학회 학술이사(연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교수) 역시 "응급실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환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데, 의사들이 일일이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큰 소리로 말해야 의사가 관심을 가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왜 폭력이 일어났는지, 폭력이 발생한 환경적 요인을 찾아 개선할 수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 그 환경 요인을 바꾸기 위해 서비스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응급실 이용문화 캠페인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순천향대부천병원장)을 좌장으로 하여 진행된 패널토의에서 이지향 병원응급간호사회 감사(삼성서울병원 파트장)는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 유형별 사례를 소개했다.
이지향 간호사는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욕설, 고성, 반말, 인격적 모욕, 위협 등은 응급진료의 긴 대기시간, 설명 부족, 진료비 등 불만족이 주된 원인이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며, 실제 여러 번에 걸쳐 폭언을 들은 직원은 사직 혹은 이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이 간호사는 자·타해 가능성이 높은 정신과 환자, 위험 물건 소지 환자 등 폭력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공유 시스템,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고 발생 시 경찰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처, 보안요원 배치, 증거자료 수집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의료인의 생명에 위협이 느껴지는 경우 진료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법적 보호장치를 요구했다.
덧붙여 "진료 대기 공간 부족 등이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족으로 이어져 폭언과 폭력을 유발하는 바, 실제 진료과정과 진행 방향 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안내, 상담 인력이 투입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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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사진 오른쪽>은 "먼저 응급실을 이용해 본 소비자라면 누구나 열악한 환경을 느낄 것이다. 응급실이 아무리 위급한 환자들이 모인 곳이라지만, 환자나 보호자로 응급실 내부가 복잡하고, 대기시간이 길고, 진료 우선순위를 정하는 체계가 불분명하며,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라고 환자 입장에서 느끼는 응급실 문제를 꼬집었다.
윤 사무총장은 "이로 인해 환자나 보호자의 불만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다시 폭행이나 폭언 등의 사태로 발생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료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실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하고, 안전한 응급실을 조성하기 위해 병원에서 자신들의 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와 의료인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폭력대응 및 대비 매뉴얼을 수립, 운영하고, 이에 따른 시설, 장비, 인력과 업무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응급실 폭행 사건은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문제로 인식하고 병원장을 포함한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와 특히 의료기관 종사자인 의료인들의 인권 권리를 위해 의료기관이 자체적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 출신 변호사인 조진석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본인도 의사로 근무하던 시절 응급실 근무를 했는데, '진료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 '뒤에 온 다른 환자에 대하여 먼저 응급처치했다는 이유', '자신이 원하는 처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이 폭언을 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를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조진석 변호사는 응급의료기관에 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해 경찰력을 상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청원경찰 경비에 관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분담이나 응급의료기금을 통한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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