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비타, XLH 증상 현격하게 호전시킬 수 있는 약"

[인터뷰]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
FGF23 과분비로 저인산혈증 유발…기존 치료법 한계 해소 가능
임상시험 기준 그대로 적용한 급여기준에 아쉬움…성인 환자 급여화 니즈도
"추가 발굴 위한 인식개선 필요"…학회 차원 노력 이어져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3-05-10 06:03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이달부터 한국쿄와기린의 XLH(X-linked Hypophosphatemia) 치료제 '크리스비타(부로수맙)'가 급여 출시됐다.

이전까지 XLH 환자는 인산염과 활성형 비타민D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치료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는데, 크리스비타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크리스비타의 급여 출시에 대해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사진>는 크리스비타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급여 조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XLH, 과도한 FGF23으로 저인산혈증 발생…기존 치료법 한계 크리스비타로 극복

XLH는 체내의 인산염 항상성에 관여하는 인자 중 하나인 FGF23이 과도하게 분비돼 나타나는 질병이다.

FGF23은 골세포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신장에서 Na-P 공동수송체 및 활성화 비타민D의 생성을 억제한다. 이를 통해 신장에서의 인산염 재흡수를 감소시키고, 소변으로 인산염 배출을 증가시키며, 장에서 인산염 흡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XLH 환자에서는 PHEX유전자의 돌연변이가 FGF23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들고, 이에 따라 혈청 인산염 농도가 낮아지게 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인산염 농도가 4.0mg/dL 수준인 반면 XLH 환자는 1.5mg/dL 수준의 저인산혈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

이처럼 혈청 인산염 농도가 낮아지게 되면 뼈의 미네랄화가 줄어들고 골연화증이 나타나게 된다. 다시 말해 뼈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특히 소아의 경우 뼈가 성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형성이 안되면서 저신장, 휜 다리, 걸음 이상, 관절 경직 및 통증, 치아 농양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X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병으로, 아버지가 XLH 환자인 경우 딸에게는 100% 유전되고, 어머니가 환자인 경우에는 아들과 딸 구분 없이 각 50%의 확률로 유전된다.

이러한 XLH를 치료하기 위해 그동안은 인산염과 활성형 비타민D를 투여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FGF23으로 인해 낮아진 혈청 인산염 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를 직접 투여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존 치료법에는 몇몇 한계가 존재했다. 인산염이 설사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하루 4~6회 복용해야 하고, 인산염을 복용하게 되면 그만큼 FGF23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비타민D 투여에 따른 신석회화증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이렇게 치료를 하더라도 30% 이상의 환자는 정형외과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치료를 해도 통증이 있고 아무리 잘 치료해도 10~30%의 환자만 목표 키에 도달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어느 정도 개선이 됐지만, 완벽하지 않았던 것으로, 크리스비타가 나오면서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면서 XLH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강희경 교수는 "XLH는 인이 혈액에 너무 적어 뼈가 충분히 석회화되지 못하는 것으로, 어린아이들은 잘 자라지 못하고 다리가 휘는 구루병에 걸리고, 성인은 골연화증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콩팥을 나쁘게 만든다는 문제도 생겼다"며 "기존 치료법이 완벽하다면 크리스비타라는 약이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XLH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크리스비타는 FGF23을 표적으로 하는 완전 인간 IgG1 단일클론 항체로, FGF23에 결합해 활성을 억제한다. 이를 통해 신장에서 인산염의 재흡수를 증가시켜 혈청 인산염 수치를 증가시키게 된다.

임상시험 결과 크리스비타는 기존 요법 대비 인산염 조절 관련 생화학적 지표와 골 관련 생화학적 지표, 구루병 치료, 성장 및 이동성 등 주요 영역에서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안전성에 있어서도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주로 피하주사 제형 관련 증상으로 큰 문제는 없었고, 임상시험을 중단할 정도의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강 교수는 "크리스비타는 FGF23을 타겟으로 증상을 현격하게 호전시킬 수 있는 약"이라면서 "크리스비타를 쓰면 하루 4~6회 복용해야 하는 약을 먹을 필요가 없고, 기존 치료로 충분히 해소되지 않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여조건에 임상시험 기준 적용…환자 발굴 노력해야

XLH 환자의 증상을 현격하게 호전시킬 수 있는 크리스비타가 급여 출시됐지만, 아쉽게도 모든 XLH 환자가 크리스비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세부인정기준 및 방법을 살펴보면 크리스비타는 기존 치료제를 6개월 이상 지속 투여했음에도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만 1~12세 XLH 구루병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고, 만 12세 초과 18세 미만인 경우 방사선학적 검사로 골성장 진행이 확인돼 약제반응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투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따르는 추가적인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성장 지연이나 치아 이상, 하지골변형, 두개골 조기융합, 두개골 내 압력 상승 등 임상 증상이 하나 이상 있어야 하고, 방사선학적 검사 결과 RSS(Richkets severity scroe)가 2점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생화학적 검사 결과 ▲저인산혈증(3.0mg/dL 미만) ▲신장 인 소실 확인(TmP/GFR 참고치 미만) ▲정상 혈청 크레아티닌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PHEX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Tanner stage 4점 이상 ▲신장(Height)이 연령 및 성별에 대한 50번째 백분위수 초과 ▲12개월 이내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우 ▲부갑상선호르몬 19pmol/L(180pg/mL) 초과 ▲저칼슘혈증, 고칼슘혈증 ▲Grade 4 이상의 신석회증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투여시작 대상에서 제외한다.

치료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매 12개월마다 반응평가(RSS, 방사선학적검사, 생화학적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검사 결과 1차 반응평가에서 RSS 점수가 치료 시점보다 개선되지 않은 경우 또는 이후 반응평가에서 1차 반응평가 시 개선된 RSS 점수가 유지되지 않은 경우에 급여가 중지된다.

생화학적 검사에서는 치료시작 기저치 대비 혈청 인 수치 감소 또는 TmP/GFR 감소가 확인되면 급여가 중단되고, 부갑상선기능항진증, 신석회증, 방사선학적 평가로 새로 발생한 골절 또는 가골절 확인 시, 지속 투여 중 만 18세가 된 성인환자 등에도 급여를 중단하게 된다. 

이에 더해 급여를 받으려면 투여 전에 급여 인정여부에 대해 사전신청해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강 교수는 이러한 기준에 대해 "임상시험을 할 때에는 임상약의 효과를 다른 것과 교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외기준을 달게 된다. 신석회화 기준이나 성장 관련 기준 등은 임상시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라면서 "그런 것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의의 입장에서는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임상시험 기준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인데, 이 때문에 약을 쓸 수 있는 기간이 미뤄질 것 같아서 보험기준을 우선 받아들이게 됐다"며 "환자의 요구도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 학회와 함께 기준 완화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단, 성인에 대한 급여 적용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급여 적용에 대해서는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성인환자에게 투여 시 통증이 감소했지만,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임상시험에서는 성인에게도 투여가 이뤄졌던 만큼 급여범위를 확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며 "우리가 치료하는 성인환자 2명이 있는데 급여가 적용되면 좋겠지만, 그 기준이 생명 연장은 아니기 때문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환자 발굴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100여 명 가량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만 발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강 교수는 "추가 발굴이 어려운 것은 의사들의 인식 부족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며 "학회 차원에서도 치료제가 없는 질병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활동이 어렵지만, 이런 치료제가 나온 질병은 학회 등에서 알리기도 하고 강의도 하면서 환자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들 중에는 스스로가 '나는 이렇게 태어났고 이게 내 특성이지'라고 생각하며 질환을 모르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면서 "잘 알려져서 환자들이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성인 환자들의 경우 적어도 자손들은 질병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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