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무책임함에 울분‥서울백병원 교수협, "폐원 막아야 한다"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 "경제적 논리만으로 폐원할 수 없어"
다른 형제 병원도 적자 상태, 서울백병원의 문제가 아닌 법인의 문제
서울백병원의 회생과 발전 대책 마련해 교직원들과 직접 대화 요청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12 10:4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서울백병원의 폐원이 예고된 가운데, 교수들이 직접 이 사태를 진화하려 나섰다.

언론을 통해 폐원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 교직원들은 절대 폐원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 믿어 왔다.

서울백병원 조영규 교수협의회장은 "레지던트 수련병원 포기 등 뼈 아픈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면, 상징성을 고려해 월 10억 원 정도 적자 규모까지는 감수하고 병원을 유지하겠다고 전해 들었다. 지난 2년 동안 지속적으로 공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는데, 직원들은 폐원할 병원을 이렇게 열심히 고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폐원을 결정한 법인에 책임을 물었다.

조 교수는 "교직원들은 공간 리모델링이 끝나면 병원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를 시도하기도 전에 폐원을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 열심히 공사를 했는가. 이는 교직원들을 우롱한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31일 경영정상화 TFT에서 폐원 안을 오는 20일 법인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교직원들은 6월 2일 오후에 병원장으로부터 메일 하나를 받은 게 전부였다.
 
서울백병원 조영규 교수협의회장과 인제의대 교수노조 지부장 서울백병원 장여구 교수

12일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미 서울백병원 외에 상계백병원, 일산백병원도 적자 상태다. 처절한 고민 없이는 함부로 폐원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병원장의 메일을 받은 뒤 5일부터 폐원 관련 기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 교수는 "교직원들은 현재 매일 같이 수백 통의 민원 전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과거 진료기록을 복사해 가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검진 예약 취소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교수협의회는 지난 8일 서울백병원의 폐원 결정 철회는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5개 백병원 직원 노조는 서울백병원 주차장에 모여 폐원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교수협의회는 서울백병원의 적자는 굉장히 오래된 문제이며, 이를 탈피하기 위해 법인은 교직원들에게 꾸준히 책임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2006년부터 서울백병원에서 근무하는 내내 적자 상태는 지속됐다. 법인은 줄곧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을 압박했고, 끊임없는 인력 감축을 요구했다. 모태 병원인 서울백병원이 없었다면 법인도, 다른 형제 병원도 없었을 텐데 왜 교직원들에게만 그 책임을 몰아가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는 과거 서울백병원의 중흥기에 얻은 이익과 자산은 서울백병원에 재투자되지 않고, 형제 병원의 건립과 법인의 운영을 위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서울백병원은 레지던트 수련과 지역 응급의료 센터를 포기하고 대규모 인력감축이 감행됐다.

조 교수는 "서울백병원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다른 형제 병원을 새로 건립하기 위한 법인의 경영 전략 때문이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오히려 과거 법인의 결정으로 인한 피해자다"고 말했다.

현재 법인은 교직원 전원을 형제 병원으로 고용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런데 수도권 내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은 최근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의료이익을 보면 서울백병원은 10억 원 적자였으나, 상계백병원은 17억 원 적자, 일산백병원은 10억 원 적자였다.

조 교수는 "이런 상황에 서울백병원 교직원까지 떠안게 되면 연쇄적인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곳은 부산 지역 병원들인데, 생활권이 다른 지역으로 전환배치를 하면 교직원 중 몇 명이나 받아들일까"라고 반문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백병원 교수들

교수협의회는 서울백병원의 위기가 아니라 법인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형제 병원들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5개 백병원 각각의 특성을 살려 회생시키고 발전시킬 전략과 대책이 있는지 법인에 묻고 싶다. 병원에 적자가 발생하면 교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인력 감축을 요구하는 것만이 법인의 역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은 서울시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이다. 지금도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상이 부족해 지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의사들은 만약 서울백병원이 폐원된다면 중구를 비롯한 서울 도심에 심각한 의료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수협의회는 법인 측에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서울백병원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해 온 교직원들과 환자들, 중구 지역민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이 법인의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백병원 교수들은 폐원 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는 TFT 결정을 취하하고, 서울백병원 회생과 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교직원들과 대화할 것을 법인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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