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턴 교육, 이제는 바꿔야 할 때"‥'역량 바탕' 수련 모델 제안

우리나라 인턴 제도, 체험적 진로 탐색 기회 이상의 의미 갖지 못해
1년 기간을 국고 지원으로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임상기초 공통과정으로 개발
인턴 과정 제대로 운영 및 관리할 독립 기구나 기관 반드시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7-13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국의 인턴 수련교육은 의사 면허 취득 후, 1년간 인턴 수련 지정 병원에서 전문 진료과목을 순환 근무하면서 시행된다. 이른바 현장 실무교육인 셈이다.

인턴 수련은 의학교육의 연속성 관점에서 볼 때 '기본의학 교육'에서 '졸업 후 의학교육'으로 이행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인턴 제도는 65년 동안 체험적 진로 탐색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턴 제도의 폐지 혹은 개선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의 '인턴 수련교육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현행 인턴 수련교육은 크게 (1) 교과 과정 및 근무 환경의 문제, (2) 환자 안전 문제, (3) 평가제도의 문제가 언급돼 왔다.

교과 과정의 경우 보건복지부 고시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인턴 수련의 교육 목표와 교과과정 구성 요건, 그리고 필수과 획득 핵심 역량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배정된 과에 짧은 기간 소속됐다가 순환 근무를 하다 보니, 핵심 역량 성취를 위한 환자 진료 경험이나 체계적인 현장 바탕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또한 담당 과의 사정에 따라 업무나 학습 경험의 차이가 심하고, 일부 병원의 경우 단순 술기의 반복이나 잡무를 맡는 경우도 있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은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인턴수련 교과과정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중 교과과정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경우가 23%였고, 과별 핵심역량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경우는 무려 50%였다. 지도전문의나 전공의로부터 수련지도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경우도 42%에 달했다.

인턴의 업무 비중은 술기 36%, 환자 모니터링/이송 16%, 인턴 업무와 무관한 잡무 13%로 필수과목별 핵심 역량과 무관한 내용이 65%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환자 진찰 및 처방의 업무는 15% 밖에 차지하지 않아 수련고시와 현장교육 간의 간극이 얼마나 큰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수련교육은 환자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수련 초기 의과대학 때 제대로 술기를 경험하지 못하고, 체계적인 사전 교육이나 충분한 연습 기회 없이 환자에게 시행할 경우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평가 및 선발제도가 인턴 수련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각했다.

역량 성취에 초점을 둔 현장 바탕 평가는 부재한 상태다.

아울러 레지던트 선발에서 40%를 차지하는 필기시험과 상대평가 방식으로 산정되는 인턴 근무 성적은 그때 그때 주어지는 업무 수행과 대인관계에 집중하게 했다. 도리어 하반기에는 필기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형식적인 면접 시험과 구조화되지 않은 구술평가 역시 선발의 타당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 문제점 해결을 위해 2011년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인턴제 폐지 및 스트레이트 인턴제(straight intern)로의 전환, 진료 면허 도입 및 일차 진료의 양성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의 '전문의제도 개선 방안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이 연구에 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인턴제 폐지에 관한 시행령 입법 예고까지 이뤄졌다. 

그렇지만 일부 수련병원, 의대생 등 이해당사자의 반대와 보건복지부의 최종 입장 변경으로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김영민 졸업후교육위원은 "인턴 제도 폐지안은 의사 양성 기간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전공의 수련체계로 전환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의학교육의 연속성 시각에서 대비해야 할 점들 즉, 의과대학 임상실습을 체험형으로 내실화하고 학생 인턴제를 도입하며, 교육 과정에 진로탐색 기회를 확대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예로 2020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정책 과제로 수행된 '새로운 인턴수련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가 있다. 해당 연구는 앞서 시도된 인턴제 폐지에 따른 제약과 도전을 고려하고 역량 바탕 의학교육 패러다임에 맞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행 인턴제를 영국, 호주, 일본과 같이 2년 역량 바탕 프로그램으로 전면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1차 진료 능력 확보와 적절한 진로 탐색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충분한 진료 능력 확보를 기반으로 레지던트는 3년제로 축소해 전공의(인턴+레지턴트) 수련을 총 5년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역량 바탕 교육 원칙에 의해 성취 역량과 위임 가능 전문 직무(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를 정의하고, 경험해야 할 필수 임상 표현, 필수 질환, 기본 술기를 명시했으며 평가 방법 및 수련프로그램 관리체계를 국제적 수준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인턴 및 일차 진료의 수련 관련 비용의 국고 지원과 독립된 평가인증 기구의 필요성, 면허제도 및 전문의 자격인정 체제 개선 방안도 함께 제안됐다.

그런데 김 위원은 "이 방안 역시 폐지를 논하던 제도를 2년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수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 및 합의 과정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은 절충(안)을 제안했다. 
 
인턴 수련교육 절충(안)을 포함한 졸업후의학교육 체제 개편(안)과 면허 및 자격인정제도 개선(안)

의학 교육의 연속성 시각에서 새로운 인턴제를 포함해 졸업 후 의학교육 전체를 역량 바탕 수련 모델로 바꾸는 개혁(안)이다. 현재와 같은 1년의 기간을 국고 지원으로 필수의료와 공공의료를 포함하고, 임상기초 공통과정으로 개발해 의사면허 취득자는 모두 수련받도록 하는 안이다.

새로운 인턴(임상수련의) 과정 수료 후 진료 면허를 국가가 발부하며, 이후 현재의 개별 전공의 프로그램을 지원해 전문의 자격을 갖추거나 일차 진료의 제도를 신설한다.

특히 김 위원은 레지던트 수련과 같이 명실공히 전체 인턴 과정을 제대로 운영 및 관리할 독립적인 기구나 기관의 지정 혹은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환자 안전과 사회적 책무성 강화 등으로 역량 바탕 의학 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교육 모델에 대한 임상교육자들의 개념 인식에 차이가 크고 국가별, 전문학회별 실행방법이 너무나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는 역량 바탕 수련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실행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임상교육전문가(clinician educator, CE) 양성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새로운 수련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평가하며 지속적으로 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CE 양성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캐나다는 2016년부터 왕립전문의학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Canada)가 온라인 임상교육자 준석사 프로그램(CE-diploma program)을 개발해 임상교육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김 위원은 "우리도 새로운 역량 바탕 졸업 후 의학교육 체제 개혁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임상교육전문가 양성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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