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정부 '필수의료 선결' 논의부터…증원은 속도조절

매주 수가, 법적 부담 완화 등 필수의료 선결 조건 논의
"선결 조건 마련돼 신뢰 구축되면 의대정원 논의 가능"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1-16 06:0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현안협의체가 당분간 수가, 법적 부담 완화 등 필수의료 선결에 초점을 맞춘 논의를 이어간다.

의대정원 확대의 경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필수의료 '선결조건'이 마련돼 신뢰가 구축된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지점까진 공감대를 형성했다.

따라서 당분간 정부와 의료계 사이 의대정원 논의는 속도조절이 이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이같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두발언에서는 협상단 교체 후 첫 상견례인 만큼, 기존 입장과 의지를 재확인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먼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객관성을 지적했다. 대학과 부속병원은 의대정원이 늘면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있는 만큼 수요조사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의사 수 증가는 곧 의료비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되짚었다.

2025년에 증원해도 의사로 배출되는 2030년대에는 이미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상회한다며 의대정원 확대는 숲에 불이 났는데 나무를 심는 격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양 의장은 "대학은 의대정원을 늘려 학교 위상을 높이려 하고, 병원은 값싸게 부릴 전공의가 늘어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고,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는 표로 이어질 치적 쌓기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결정할 경우 의료계도 2020년 이상 강경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는 의협이 국민 기대나 의료현장 요구와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병원계는 의사 수 부족에 공감했고, 대학은 양질의 교육을 전제로 의대 증원을 통해 국민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의대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과 대학, 필수의료 현장 목소리를 의료인력 재배치라는 현실성 없는 대안으로 가로막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 반대 논리로 드는 의료비 상승의 경우, 응급실을 전전하거나 소아과 오픈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당연히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수요조사에 반발하는 점에 대해 의협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의대 증원 규모를 제시하고 필수·지역의료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정부는 의료진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우리나라 의료 비전을 보여드려야 할 정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민 기대와 신뢰가 실망과 불신으로 바뀌지 않도록 전향적 변화와 협력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는 당분간 필수의료 선결조건을 논의하는 데 집중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다음주는 중증·필수의료 수가 개선에 대해 논의하고, 이후 법적 부담 완화 등 아젠다는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매주 발표하기로 했다.

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수요조사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재확인한 부분은 선결 조건이 마련돼 어느 정도 양측 신뢰가 구축된다면 의대정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도 "앞서 (의대정원은)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데이터를 갖고 얘기하기로 했는데, 데이터에 대해 같이 논의해 그 데이터를 갖고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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