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아니라 현실‥대학병원에 등장한 '의료로봇'의 진화

[2024 신년기획] "미래가 보인다" 의료서비스 로봇으로 의료진·환자 만족도 상승
용인세브란스, 의료로봇의 선도적인 도입‥'디지털 혁신 병원'의 대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08 06:0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영화가 아닌 실제 이야기다.

대학병원 곳곳에 돌아다니고 있는 '의료로봇'들은 안내부터 물류 배송, 심지어 회진까지 담당하면서 환자를 응대하고 의료진의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로봇이 등장함에 따라 '미래 병원'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의료로봇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업무 효율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이 의료서비스 로봇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면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메디파나뉴스는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의료서비스 로봇'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봤다.
 

◆ "미래 병원에는 '로봇'이 있다"
 

2020년 3월, 개원을 앞둔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뚜렷한 목표를 세웠다.

5G,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해 환자 안전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나서며 세계 최고의 스마트병원이 되겠다는 포부였다.

그래서 일까. 4차 산업시대와 맞물려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계 '디지털 혁신의 선두 주자'로 알려져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오랜 기간 준비 끝에 국내 최초 5G 통신망 기반의 디지털 혁신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첨단 ICT, AI 기술을 통해 강화된 환자 안전, 최신 의료 기술인 로봇수술 SP시스템은 타 병원의 귀감이 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 이전부터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디지털 솔루션을 이용해 환자와 운영자 모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서비스 로봇'도 그 중 하나다. 개원을 앞두고 용인세브란스는 이노베이션 워크숍 등 디지털솔루션에 대한 구축 목표를 도출하는 작업을 선행했고, 로봇도 하나의 카테고리에 포함됐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 박진영 소장<사진>은 "마침 2020년에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5G 방역로봇(별칭: 비누)을 도입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종의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 모델을 병원에 적극 시도 및 활용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용인세브란스에는 총 6종 11대의 의료서비스 로봇이 존재한다. 

5G 방역로봇, 이송로봇(혈액이송로봇, 검체이송로봇, 약제이송로봇), 안내로봇(가이드로봇-외래 1, 2층, 키즈로봇-소아병동), 중량이송로봇(입원환자의 짐을 이송하는 벨보이로봇, 간호사의 자율주행 카트인 간호카트로봇), 고중량이송로봇(의료소모품이송로봇), 수술도구이송로봇(수술 후 기구를 옮기는 로봇) 등이다.

안내로봇은 크게 가이드로봇과 키즈로봇으로 구분된다. 외래 1층과 2층에 각각 1대씩 운용 중인 가이드로봇에는 원내 주요 시설의 위치를 안내 및 에스코트하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소아병동 구역에 도입된 키즈로봇에는 소아 환자를 위한 게임, 사진 찍기 등의 콘텐츠가 탑재됐다. 두 종류의 안내로봇 모두 순찰 기능을 활용해 야간에 병원 곳곳을 순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송로봇의 한 종류인 혈액이송로봇은 헬스체크업 채혈실에서 혈액 검체를 진단검사의학팀 검사실로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승강기, 스피드게이트, 자동문과 연동돼 별도의 조작 없이도 스스로 통제 구역과 층간 이동이 가능하다.

수술도구이송로봇은 수술 후 도구를 세척실로 이동하는 데 이용된다. 검체 및 약제이송로봇은 1단계에서 도입된 혈액이송로봇과 같은 종류의 로봇이다. 

검체이송로봇은 조직과 세포 검체를 병리과로 이송하며, 약제이송로봇은 이송팀 직원의 도움 없이 원내 여러 부서에 의약품을 이송한다. 각종 이송로봇의 도입으로 단순 반복 작업을 보조해 업무 부하를 경감시켰다.

의료소모품이송로봇은 100kg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구매물류팀, 인공신장실, 비뇨의학과 등에서 무거운 물건을 이송하는 데 활용된다. 간호카트로봇과 벨보이로봇 또한 고중량 이송로봇으로, 최대 60kg의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각각 병동 간호사의 라운딩 카트 역할과 입원환자의 입·퇴원 시 개인물품 이송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대학병원에서 인기를 끌었던 로봇은 방역로봇이었다. 방역로봇은 공기 중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사람 손이 닿는 벽면을 향해 인체에 무해한 자외선을 쏘아 방역 활동을 자동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방역로봇은 마스크 착용 안내, 손 소독, 사회적 거리 두기 안내 생활 방역 활동을 담당한다. 야간에는 승강기 버튼과 원무 구역 KIOSK 장비 화면 UVC 살균 등을 담당하고 있다. 로봇에는 위치 추적 센서가 있어서, 로비(이동 동선)에 사람들이 밀집된 위치 정보를 전달받아 자동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활동(안내)을 하고 있다.

◆ 반응은 긍정적‥환자와 의료진이 먼저 '만족'
 

물론 처음 의료서비스 로봇이 도입됐을 당시 적응 과정이 필요했다.

자동문 통과, 스피드게이트 통과, 엘리베이터 연동, 네트워크 및 인프라 등 각종 시스템과의 연결 및 병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부서가 노력해야 했다. 

박 소장은 "로봇이 처음 병원에 들어왔을 때 영화처럼 멋진 로봇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이 움직임 하나하나를 따라다니면서 모니터링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용인세브란스 전 임직원은 로봇과 함께 지내면서 그에 맞춰 여러 업무 흐름을 바꿔왔고, 결국 적응에 성공했다. 

박 소장은 "지금은 로봇마다 애칭을 지어 이름으로 부르고, 사원증도 만들어 어엿한 부서의 구성원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서비스 로봇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이송로봇, 중량이송로봇, 간호카트로봇, 고중량이송로봇, 수술도구이송로봇 등은 개원 후 진료량 증대에 따라 배송을 담당하면서 의료진의 업무 경감 효과를 가져왔다. 반복적인 이송업무를 대신함으로써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증대시켰고, 담당 직원들은 고객 응대와 간호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박 소장은 "이송 로봇의 경우는 특히 약제이송로봇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 추가 약처방이 많은 외래에 로봇이 일정 동선으로 층간 왕복하며 약을 이송한다. 이로 인해 점심 교대시간 등에 여유가 생겼고, 의료진들이 단순 업무가 아닌 본연의 업무에 조금 더 집중 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어린 아이부터 고령 환자도 거부감이 거의 없이 로봇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소장은 "병원 로비를 포함한 외래 1층 및 2층과 소아청소년과 병동 안내로봇은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말하고 움직이는 로봇과 사진을 찍는 등 로봇에 대한 인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 '미래 병원'을 위해 병원이 준비하고 있는 것
 

의료서비스 로봇은 이제 현실이다. 의료로봇은 점차 그 역할을 확장할 것이며, 환자와 의료진에게 보다 확실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그러나 박 소장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의료로봇 분야의 표준화와 통합관제 체계 수립이다. 의료서비스 로봇은 도입 초기부터 표준화된 통합관제를 기반으로 해야 개방성과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박 소장은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다른 제조사의 로봇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각각의 관제와 시스템을 한쪽으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각 제조사의 로봇과 관제의 정보를 주고받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용인세브란스는 '통합관제솔루션'으로 이를 해결했다.

박 소장은 "같은 제조사의 로봇, 다른 제조사의 로봇 모두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는 경우 통합관제솔루션의 제어를 받아 순차 탑승 대기를 한다. 혹시나 발생하는 문제에는 통합관제솔루션에서 알림을 받고 대응하며 각 제조사와 개발사, 엘리베이터 업체까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용인세브란스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AI·5G 기반 서비스로봇 융합모델 실증사업' 최종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았다. 로봇 친화적 환경 구축, 태스크포스(TF) 구성과 과제 수행 등 계획 대비 과제의 완성도가 높다는 이유였다.

박 소장은 "용인세브란스병원은 2020년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 사업을 하면서 5G 복합방역로봇으로 서비스로봇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기종의 로봇들을 병원에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모아 과제를 추진하게 됐다. 로봇별 TF 구성 시 디지털의료산업센터를 주축으로 병원의 많은 사용 부서들이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100회가 넘는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8개월이라는 짧은 과제 기간 동안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우수 과제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종의 의료서비스로봇 도입은 병원에서 시범적인 도전이었다. 하지만 용인세브란스의 도전으로 다른 병원들이 로봇을 도입하는 초석이 마련됐다.

박 소장은 "의료서비스 로봇은 의료진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순 반복 업무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므로 병원 내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 후 지금까지 수많은 디지털 솔루션들을 구축해 스마트병원의 선도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의료서비스 로봇 분야도 고도화해 경험을 나누고, 다른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 로봇 도입 시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용인세브란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의료서비스 로봇의 추가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박 소장은 "현재 로봇을 사용하는 병원 내 부서들 중 약제팀이나, 수술실의 경우 추가로 로봇이 도입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다. 앞으로는 로봇이 병원 내에서 단순 반복 업무 등을 지원하는 모습이 일상화될 것이기에,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의료서비스 로봇의 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소장은 의료서비스 로봇이 향후에도 적극 활용되려면 '디지털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정립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병원 내 로봇 도입은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로봇은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 

박 소장은 "로봇의 기술적인 부분은 병원의 직원들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의 환경과 로봇의 기술적인 적용을 이어줄 수 있는 디지털 코디네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로봇의 맵핑이나 로봇의 운영 환경 등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병원 의료서비스 로봇 도입의 표준화 규격(비상정지 버튼 위치, 안전모드 위치 등)과 운영 가이드라인(로봇 전원 규격, 자동문, 엘리베이터 연동 등) 등 병원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검토가 요구된다.

용인세브란스는 '디지털 혁신 병원'의 대표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디지털 및 ICT 기술을 활용해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최상의 의료를 제공하며,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 병원과 다른 도전과 혁신들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발판이다.

박 소장은 "디지털 혁신 병원에 대한 강력한 병원장의 리더십,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교직원을 바탕으로 디지털의료산업센터가 구심점이 돼 도전과 혁신을 지속할 수 있었다. 기술이 우선이 아닌 '사람을 위한 디지털' 철학을 바탕으로 최첨단 디지털 혁신 기술들을 의료 현장에 접목시켜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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