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통합을 결정하면서 제약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지 주목된다.
한미약품그룹(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과 OCI그룹(지주회사 OCI홀딩스)는 12일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신약개발을 리딩하는 한미약품그룹과 글로벌 시장을 보유하고 자금력을 갖춘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그룹이 통합을 결정한 것으로, 이를 통해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며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생존과 도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부분의 두 기업집단이 단순한 협력을 넘어 통합까지 결정, 유례없는 '빅딜'을 결정한 만큼 기존 창업자 이후 2,3세대까지 넘어간 중견 이상 상위 제약바이오업계에 적지 않은 관심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미약품 R&D 추진 동력 확보·승계 수순 마무리는 '1석 2조'
양측의 통합으로 인해 한미약품은 우선적으로 신약개발에 있어 커다란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 자금 조달에 가장 큰 부담을 느껴왔다. 기술수출을 넘어 3상까지 마무리해 직접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고자 했지만, 막대한 글로벌 임상3상 비용으로 인해 도전이 쉽지 않았던 것.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에 글로벌 임상3상을 지원할 수 있는 메가펀드 조성을 요구하는 등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R&D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OCI홀딩스의 지난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4조6713억 원으로 여느 제약기업보다 월등한 매출 수준을 보이고 있고, 영업이익은 9767억 원으로 어지간한 제약사의 매출 규모보다 크다.
이러한 OCI의 자금력이 한미약품의 신약개발에 더해지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R&D에 뛰어들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더 빠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두 그룹간 통합 이후 이질적인 그룹 특성상 향후 연구개발 및 영업 지원과 이사회내 상호 협의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시선도 있다.
이전에 OCI가 최대주주로 인수해 나선 부광약품의 경우 현재 매출 감소와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은 하나의 예다.
향후 한미약품 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임주현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27.0%)가 되는 OCI홀딩스의 이사회는 이우현 OCI그룹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이사진을 구성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확실히 정리하지 못했던 승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20년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이후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은 물론 임주현 사장과 임종윤 사장, 임종훈 사장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속세 마련(5년간 분할 납부 제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상속 규모가 6천억원에 달할 만큼 막대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이를 위해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은 작년 5월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3,200억원을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이번 OCI그룹과의 그룹 통합 계약으로 해지되게 됐다. 이번 한미사이언스-OCI그룹간 계약 역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중간에서 모든 자문을 맡았다.
장남 임종윤 사장의 경우 지분을 일부 매각해 DX&VX에 투자하기도 했으며, 차남 임종훈 사장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등 지분 변동이 뒤따랐다. 임종윤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7%대, 임종훈 사장은 12%대다.
주목할 부분은 양측은 이번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임주현 사장 등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게 된다는 점이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오르게 되는 것으로,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고, 임주현 사장이 승계하는 구도가 그려지게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미약품 측은 이번 통합 계약을 통해 신약개발 동력 확보와 함께 승계구도까지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체제 정비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낼지 주목된다.
◆OCI그룹, 신사업 진출 가속…부광약품 '그 이상' 기대감
OCI그룹 입장에서 이번 계약은 신사업 진출이라는 점에 무게감이 실린다.
OCI는 태양광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분야의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제약·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에 폭 넓은 투자 행보를 이어왔다.
일례로 지난 2022년 부광약품의 지분 약 11%를 인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공동 경영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번에는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까지 추진하게 된 것으로, 부광약품보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앞선 기업을 통해 속도를 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닌 통합을 추진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OCI 입장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을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최대주주에 오른 부광약품과의 시너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한미약품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반해 부광약품은 아직까지 국내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기업에 투자를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왔다.
부광약품이 이렇게 발굴한 파이프라인에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역량이 더해지면 글로벌 시장에 더욱 다양한 파이프라인으로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결국 OCI그룹은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로 앞세웠던 제약바이오 사업의 판을 키우게 됐고, 한미약품 그룹 역시 자금력과 후계구도 확립 등을 통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비만치료제 등 각종 적극적인 신약개발에 나설 수 있어 양측의 결단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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