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치료 환경 개선됐다지만, 손발바닥 농포증 여전한 숙제"

[인터뷰]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대표 
손발 예후 더 안 좋지만…'면적' 따른 기준에 급여 사각지대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판상 건선 환자 대비 약제비 6배 지출 
"건선은 그저 자가면역질환…사회 인식도 개선돼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10-29 11:57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전신농포건선이 올해 희귀질환으로 지정됐지만, 손발바닥 농포증(손발 건선) 또한 환자 수가 많아요. 여전히 저희로선 남은 숙제입니다."

28일 오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3층 로비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건선 환우와 그 가족에게 치료 상담, 교육, 결연, 정보 제공 등을 제공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한국건선협회가 25돌을 맞이한 것이다.

탄생 25주년을 맞이한 건선협회와 맞물려 건선 환자 치료 환경 또한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 건선 치료 전문가 집단인 대한건선학회와 건선협회 간 협업으로 최신 건선 생물학적 제제(인터루킨-17, 23, 12/23 억제제)에 대한 일부 산정특례 적용까지 일궈냈다.    

그럼에도 한국건선협회 창립 25주년 행사장에서 만난 김성기 한국건선협회 대표<사진>는 향후 목표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건선은 발진이 전신 피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병을 말한다. 대개 은백색 비늘로 덮이거나 경계가 뚜렷하며, 붉은색 구진 등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유병률은 인구 1~2% 내외다. 

생명을 앗아가는 병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린다. 실제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건선 환자 1/3 이상은 건선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었으며, 20%는 건선이 업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 건선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건선 관절염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 문제되는 건 희귀 건선이다. 일반적인 판상 건선보다 더 심각한 예후를 보이고 있음에도 일부 희귀 건선은 여전히 희귀질환으로 분류가 안 돼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특히 손발바닥 농포증이 그렇다. 손발 건선 환자의 경우 중증 판상 건선보다 삶의 질이 더 낮지만, 노출 부위 한계 특성상 산정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산정특례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단순 '면적'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PASI 10(건선 침범부위 심각성 정도), BSA 10%(전체 피부에서 건선 병변이 차지하는 비율)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손발 건선 환자 연간 약제비는 600만원에 달한다. 보험급여와 산정특례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중증 판상 건선 환자 연간 약제비 부담액인 약 100만원 보다 6배 많은 수준. 

모두 똑같은 약물을 맞아도 6배 이상 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호주나 캐나다, 영국, 미국 등은 삶의 질이나 노출 부위 평가 등을 따져 약가 부담 제도를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매우 큰 차이다. 

이에 대해 김성기 대표는 "전신농포건선이 올해 초 희귀질환으로 지정이 돼 산정특례 혜택을 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도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에 대한 산정특례는 여전히 숙제다. 다만 국내 급여 환경 자체가 현재 의료 대란에 매몰돼 있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손발바닥 농포증 또한 반드시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발 농포가 있는 환자들이 전신농포로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자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수 자체가 1만명으로 희귀질환 지정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손발바닥 농포증이)희귀질환이 돼야 산정특례로 넘어가 환자들이 최신 생물학적 제제를 치료해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다"면서 "그런 논리를 취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건선학회에 감사 인사도 전했다. 누구보다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의 애로사항을 잘 아는 학회가 올해 초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산정특례 등록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학회에서 신청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라며 "학회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주시니. 그분들에게 힘을 실어드리는 게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건선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 개선이 조금만 더 개선됐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건선협회 존재 목적이 환자들의 치료 환경과 인식 개선이지만, 여전히 사회 인식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피부 질환이다 보니 어떤 분들은 이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옮기는 질환 아니냐' 또는 '남들한테 피해를 주는 질환 아니냐'고들 묻는다. 절대 병을 옮기거나 피해를 주는 질환이 아닌 그저 자가면역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시각 때문에 건선 환자들은 투병 모습을 자유롭게 드러내서 나는 아픈 사람이다라는 것들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남들에게 드러낼 수 있도록 이해와 많은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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