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상종 구조 개편 연내 매듭"…의료계 "현실적 불가능"

전문성 결여된 수련환경 개선안…현장 실효성 불발 가능성 높아
건보재정 파단 우려되는데…政 3조3000억원 예산투입 예고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1-07 05:5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연내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편사업을 마무리하고 전공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전문 인력 부족과 의료전달체계 확립 미흡 등으로 현실성이 낮다는 시각이다.

6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말까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매듭지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장 수석은 이 사업에 연간 3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말까지 47개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사업을 통해 전공의 최장 연속 근무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수련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며, 전공의 복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에 대해 하은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연내에 정부가 의료개혁의 성과를 내겠다고 하는데 기존에 안정된 상황에서 조금씩 바꿔가도 5년에서 10년 이상 걸릴텐데 전공의들이 없어 시스템도 다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반년 만에 어떻게 바꾼다는 것인가.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하은진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의 경우 중증 위주의 전환을 우선에 두고 이를 전문의 중심 진료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증인 환자들이 3차 진료를 제대로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중증 위주의 전환이 가능하려면 1차, 2차, 3차 의료기관간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돼서 원활하게 가동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달체계 확립이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에 전원이나 회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중증 위주 병상으로 구조 전환하는 과정에서 병원 수익이 줄어들 확률이 굉장히 높고, 전문의 수급난도 구조전환의 허들로 내다봤다.

하 교수는 "아무리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도 중증 환자수를 늘리기는 어렵다. 아울러, 중증 환자들을 잘 볼 수 있는 전문의 인력도 늘려야 되는데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수익 구조가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어 "더군다나 새로 배출되는 전문의가 없다보니 지방에 있던 전문의를 채용하는 상황에 되고 있다. 현재도 지방에 있던 전문의들이 큰 병원으로 많이 옮기고 있다. 결국, 중증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력 구성을 갖추기도 어렵고 여러 요인들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의 시각처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한 점은 맞지만 그것이 전공의 복귀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즉 수련체계 개선만으로 전공의 복귀를 기대하겠다는 정부의 시각은 제대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전공의들의 요구는 한결같은데 정부은 계속 다른 시각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며 "그래서 정부가 상종 구조전환과 함께 수련체계를 개선하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방안 역시 현장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하 교수는 "중증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하게 되면, 전공의들의 경증 환자 수련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경증환자 수련을 위해 정부에서 네트워크 수련제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1, 2차 의료기관들이 본인들의 진료량을 줄이고 수련을 진행하도록 유인하려면 보상체계와 더불어, 수련 프로그램, 수련지침 등이 잘 갖춰져야 하는데 발표된 부분이 없다"고 언급했다.

또 "상종 구조전환을 통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점은 전문 간호사들이 전공의가 하던 일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또 전공의 연속근무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12시간을 누군가는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문의를 충원해 감당하도록 해야 하는데 전문의 배출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의 맹점을 비판했다.

A대학병원 교수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본 사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관심을 둘 수 밖에 없지만 본 사업까지 연결해 예산을 쏟아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현재도 건강보험 재정 고갈 전망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역시 정부에서 내놓은 안은 미봉책이라는 시각을 내놨다. 현재의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부분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수련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 없는 사람들이 내놓은 개선안이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대학병원 교수는 "수련을 실행하는 교수들이 의견을 내놔야 하는데 모든 의료개혁의 논의가 다 밖에 있는 사람들끼리 진행하고 있다. 그것을 의료개혁, 교육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연간 3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최소한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들에게 투입금액 대비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과 제시가 필요하다. 그러한 설명 없이 막연히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 세금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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