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명확한 증거 없이 허위 주장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제보자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이익을 취하려 했던 박영달 후보는 사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최광훈 제41대 대한약사회장 선거 후보(기호 1번)가 5일 박영달 후보(기호 3번)를 서초경찰서에 '허위사실 적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제309조 제2항)'으로 고소했다.
앞서 진행된 '대한약사회장 선거 후보자 2차 정책 토론회'와 보도자료를 통해 박영달 후보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한약사회장과의 밀약 의혹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박영달 후보 측은 이날 오전 '최광훈 후보가 한약사회장과 수 차례 자리를 가지고 통합약사 협의와 권영희 후보(기호 2번)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동영상 유포를 거래하는 밀약을 했다'는 요지가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박 후보는 해당 자료에서 "최 후보가 대한약사회장직에 재임 중 저지른 중대한 사안이다. 제보자의 녹취자료를 갖고 있다"며 "한약사회 회장과 부당한 거래를 통해 권영희 후보의 무자격자 일반약 판매 동영상을 유포시켰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만약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언제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후보 측은 증거로 언급한 녹취자료에 대한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최광훈 후보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강경하게 응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후보는 "처음 회무를 시작한 이후부터 대한약사협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약사의 본분을 잊어본 적 없다"면서 "동료 약사들의 어려움 해소와 권익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지난 3주간의 선거운동에서 저의 오랜 시간의 노력과 보람을 부정당했다"고 탄식했다.
이어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 후보들의 네거티브 주장에 대해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라며 "현직 대한약사회장으로서 정책 중심의 깨끗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캠프 동료들의 성토에도 앞만 보고 전진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하지만 어제 토론회와 오전에 보도된 언론 기사를 보며 이것이 저만의 기대였다는 것에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권영희 후보의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관련 영상이 이슈화됐을 때 '분회장, 지부장까지 지내고 대한약사회장을 하겠다는 분인데 그럴 리 없을 것이다', '근거 있는 해명이 곧 있을 것이다' 기대했다"며 "그런데 권 후보는 '사실은 인정하나 잘못한 일은 없다. 한약사의 음모, 타 후보의 음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영달 후보는 저와 한약사 회장이 통합약사와 권영희 후보의 영상 제보를 두고 거래를 했다는 황당한 주장에 이르렀다"며 "더 이상 신사적인 대응은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명확하게 선언하겠다. 지금 이 시간으로 두 후보에 대한 어떠한 예의도 관용도 베풀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신사적인 태도는 끝났다. 약사사회의 존엄성을 지키고 회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허위 비방과 불법 행위에는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 후보는 권영희 후보를 향해 "가족이 관련돼 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는 불법이다"라며 "누가 영상을 찍었는지, 누가 옮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알아서 확인하라. 가장 확실한 것은 본인의 약국에서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불법적으로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는 약사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약사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약사 회장과의 밀약 의혹을 주장한 박영달 후보를 향해 "오랜 시간 동안 저와 회무를 함께 해왔고, 누구보다 저를 잘 알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 저만의 오해였던 것 같다"면서 "저와 한약사 회장이 야합을 했다면 문서 또는 둘의 대화를 담은 녹취와 같은 명확한 증거를 당장 공개하기 바란다. 제보자의 '카더라'라는 증언이나 녹취는 추정일 뿐이고, 의혹일 뿐이다. 비겁하게 제보자 뒤에 숨어 있지 말고 당당하게 공개하라"고 반박했다.
최 후보는 "만약에 명확한 증거도 없이 허위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제보자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이익을 취하려고 한 박영달 후보님은 사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상대방인 한약사 회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저도 아니라고 했으니 이제 박영달 후보 차례다"라고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했다.
이어 "약사 회원 여러분 본인의 비전과 정책을 설명해야 하는 선거에서 음해와 네거티브만 일삼는 오늘이 참 안타깝다"면서 "같은 약사로서 약사사회의 미래를 위해 그러신다면 100번 양보해 받아들여야 하나, 한 분은 모두 무자격자 판매 한 분은 한약사 고용 경력이 있으신 분들이라 회장 후보가 아닌 약사로서의 자격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는 "이렇게 무거운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게 돼 약사 회원 여러분께 죄송하다. 저 역시도 너무 참담하다"라며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싸움이다. 물러서지 않겠다. 더 이상은 약사회 선거에서 이런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며 잠시 목이 메인 듯 울컥했던 최광훈 후보는 결국 뒤를 돌아 눈물을 빠르게 훔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약사 회원들에게 약사사회의 선거가 네거티브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된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한, 박영달 후보가 '한약사 회장과 수 차례 만났다'고 한 것에 대해 "2022년 지인과의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밥을 먹은 적은 있다. 이때도 통합약사 등에 대해 얘기한 것은 없다"면서 "이후 9월 5일 용산 앞에서 한약사 문제 때문에 1인 시위를 했을 때 마주한 것 정도"라고 일축했다.
기자회견 후, 최광훈 선거 캠프 측은 대한약사회 중앙선관위에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미 제소했으며, 서초경찰서에 박영달 후보를 피고로 하는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서초경찰서에 박 후보를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의뢰 및 고소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같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동문이자 한때 같이 회무를 했던 동료 약사에서, 치열한 법적공방을 벌이는 사이로 관계와 상황이 급변하게 됐다. 선거전 또한 이미 세 후보가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를 펼치는 양상이 됐다.
한편, 앞서 토론회를 통해 "고발을 하지 않으면 녹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오히려 고소를 진행하라는 입장을 밝혔던 박영달 후보는 의혹만이 아닌 명확한 증거를 요구하는 여론이 늘어나면서 고민하는 상황이다.
약사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박영달 후보 캠프에서는 제보자가 권영희 후보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동영상을 여러 게시판에 올린 시점에 의문점을 제시하고, 빠른 시일 내에 녹취 내용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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