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재정 위협하는 '의료쇼핑'…예방 요구되지만 해결 난제

9일 '무분별한 의료쇼핑,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 토론회'
환자진료 정보 공개 범위 등 구체적 방안 사회적 합의 있어야
의료 과다 이용 방지 위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2-10 05:58

(왼쪽부터) 심평원 심사운영실 박정혜 실장, 차의과대학교 지영건 교수,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조충현 과장,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심사평가정책연구소 김유석 소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무분별한 의료쇼핑이 환자 안전 문제 발생과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관리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의료쇼핑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간 환자정보 공유와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사후 규제보다는 예방적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9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주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주관으로 열린 '무분별한 의료쇼핑, 이대로 괜찮은가?-의료과다이용 실태 분석 및 대책마련 정책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오고 갔다.

심평원 심사운영실 박정혜 실장은 '의료 과다이용 현황 및 문제점'을 발제로 "2022년 1인당 연간 외래진료가 17.5회로 OECD 평균의 2.8배나 높다. 1~2일에 한번 꼴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연간 10만명 이상 된다"고 지적했다.

또, 연간 3009회 방문해 트라마돌(진통제) 주사를 허용치 이상 투여받거나 과도한 CT(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방사선 종사자보다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등 동일한 치료를 반복적으로 과다하게 이용한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유사마약에 대한 중독, 방사선 피폭에 대한 위험성 등 의료 과다 이용으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진료단계에서부터 환자별로 진료이용 현황을 IT 기반으로 실시간 확인 및 관리해 의료 오남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의과대학교 지영건 교수도 '의료 과다이용 관리방안'을 발제로, 사후약방문이 아닌 의료 과다 이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지영건 교수는 "그간 정부의 의료과다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모습을 보면, 환자에게는 외래 365회 초과 이용자의 본인부담률을 90%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등 차등화하도록 했다. 또 의료기관에는 청구된 명세서 기반 단위, 항목단위로 중점 심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진료 이후에 한정돼 진료 전 관리가 부재하다. 이로 인해 환자 안전관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진료단계에서부터 실시간 환자별(항목별) 실시횟수 누적 점검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한방에서 시행하고 있는 '추나요법 관리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이 시스템은 진료단계에서 요양기관간 정보교류로 환자별 실시간 누적을 실시해 횟수 점검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 당 20회 이상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에서 한도가 걸리게 돼 환자들도 알게 되고, 심평원 서버에 데이터가 쌓이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지영건 교수는 "의료 과다이용 관리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관리대상 항목에 대한 총 횟수 관리 기준 설정, 의료 과다이용 관리시스템 구축 및 모니터링 법적 근거 마련, 의료 과다이용 기준 설정에 따른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발제 후 지정토론에서는 발제자들과 다른 의견이 제시됐다.

첫 토론자로 나선 심사평가정책연구소 김유석 소장은 의료 과다 이용이 환자 안전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진료를 위해서 과잉 이용을 막아야 하지만 현재는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또 기존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 등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CT나 물리치료 등까지 연계하기 위해서는 병원 인프라가 훨씬 보강돼야 하고, 이를 위한 법적 근거들도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노인이 경우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지만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 하루에 여러 의원을 방문해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의료 과다 이용과는 분리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과도한 의료 이용을 (의료기관에서) 막으려고 한다면, 결국엔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모든 환자 정보를 공개한다면, 트래픽도 많이 걸릴뿐더러 환자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위험도 있다. 이에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이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의료기관에 보여줄 것이냐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의료 과다 이용자에게 극단적으로 이용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과하게 이용하고 있는 부분을 통해 건강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과거에 했던 것처럼 의료기관 쇼핑을 병원을 규제하는 체계로 또다시 접근하면, 병원과 환자 간 마찰이 있게 되고 환자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복지부 "사전적 예방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내년에 더 고민하겠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조충현 과장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을 감당한 인원은 줄어드는 반면, 의료비 지출은 늘어날 것을 고려해 과다한 의료 이용으로 인한 재정 악화 방지와 적절한 진료를 통한 국민 건강 유지의 필요성을 짚었다. 

조충현 과장은 "한 번도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국민들도 많다. 반면, 의료 과다 이용자를 연간 70회로 봤을 때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진료 인원 중 약 3% 정도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진료비는 약 17%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또 "고민해야 될 부분은 저출산, 고령화다. 당연히 의료비는 늘어날 것이고, 의료비가 늘어난 부분들은 건강보험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보험료는 증가한다. 필수 의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보험료도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적정한 지출에 대한 정도가 있어야 한다"며 "즉, 비용 인식, 합리적인 의료 이용 등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료 과다 이용자에 대해 사후적으로 막는 것보다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갈등이 적은 부분이다. 그런데 이를 시스템으로 구축해 실시간으로 의료 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재정적 측면은 물론, 환자의 안전 측면에 대해서 내년에 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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