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사무국장' 병원약사회 성장과 발전 함께한 30년

[인터뷰] 손현아 한국병원약사회 사무국장
병원약사 정규발령 대기 중 병원약사회 사무국에 입사
전문약사 제도 도입 노력 등 병원약사회 30년 회무 함께해
병원약사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 지속할 것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2-19 06:00

손현아 한국병원약사회 사무국장,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한국병원약사회에 들어와 약사로서 병원약사들을 위한 정책 기반을 다지고, 역대 집행부와 다양한 회무들을 함께 하며 병원약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보람찬 일이었다. 열정으로 일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고 알아주니 '내가 그동안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불가 국장님'으로 불리는 손현아 한국병원약사회 사무국장(서울대 약학대학)은 병원약사회 사무국 최초로 30년을 근속하며 병원약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해 온 인물이다. 

한국병원약사회 출입기자단은 근속 30주년을 맞이한 손현아 사무국장과 만나 꾸준히 병원약사 발전에 기여해온 이야기를 들었다.

◆ 우연히 시작했지만 인생이 된 병원약사회 사무국

"병원이나 약국에서 더 오랜기간 일한 약사 선배들도 많이 있는데 30년으로 인터뷰를 하려니 조금 부끄럽다"면서도 "병원약사회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손 사무국장의 말에서는 병원약사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약사라고 하면 대부분 개국약사 혹은 병원약사의 길로 가는 것이 가장 무난한 선택지다. 

손 사무국장도 약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약사, 전문약사 2년 수련과정을 마치고 정규발령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때 조남춘 서울대병원 약무과장의 제안으로 출산 휴가를 간 상근약사 대신 병원약사회에 1994년 3월 21일 입사하게 된 인연이 어느덧 30년이 됐다.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병원약사회는 손 사무국장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만의 인생이 됐다. 30년간 병원약사회의 발전과 성장에는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 

특히 손 사무국장은 국가공인 전문약사 도입에 적극적으로 뛰었다. 약대생 시절, 사회약학과 보건정책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병원약사회 업무를 하면서도 1996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들어가 보건정책을 전공하며 일과 공부 모두에 힘썼다. 

손 사무국장이 석사학위를 위해 미국과 일본 등 전문약사 제도 관련 내용을 연구한 '전문약사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연구에서만 그치지 않고 제도화를 향해 나아갔다. 

병원약사회 내부적으로 전문약사TF가 꾸려지고, 규정과 자격시험을 도입해 민간 전문약사제도를 운영하게 되면서 손 사무국장은 문제 출제 및 관리를 담당했고, 이후 전문약사를 국가 제도로 안착시키기 위한 약사법 개정 작업에도 함께 했다. 

손 사무국장은 "논문부터 민간 전문약사, 국가 전문약사 업무에 계속해서 관여해왔다"면서 "2020년 국가 전문약사제도가 도입되고, 2023년 12월 국가자격시험을 처음 실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병원약사를 위해 일조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미소지었다. 

이 밖에도 1999년 12월 병원약사회 사상 최초 진행한 궐기대회, 1999년 한국병원약사회 사단법인 추진 TF 구축 후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 끝에 2003년 11월 총회에서 복지부 담당과장이 법인설립허가증을 보여줬던 순간, 8년여의 노력 끝에 재단법인인 병원약학교육연구원 설립 허가를 받은 일, 2006년 11월 창립 25주년을 맞아 진행했던 명랑체육회, 2020년 병원약사회관 리모델링을 마치고 열었던 개관식, 2021년 재단 설립 10주년 기념집, 2023년 사단법인 40년사 발간 등 30년간 여러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사단과 재단이 오늘과 같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제가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한, 손 사무국장은 "1994년 입사 당시 대규모 직장에 비하면 여러 부족하고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대신 나날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일조했다는 보람이 컸다"면서 "사무국 실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면서 누가 시켜서 일하기보다는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병원약사회에 근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했다. 

입사 초창기 당시 사무국의 유일한 약사였던 손 사무국장은 병원약사회 임원들이 '병원약사회의 보배'라며 '잘한다' 칭찬을 많이 해준 것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했다. 여기에 다년간 경험이 쌓이면서 업무를 추진할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의견이 수용되는 것 또한 '일할 맛'이 났기 때문에 지금의 '대체불가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제약사나 벤처 등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오기도 했지만, 영리에 뜻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했다는 손 사무국장은 "오히려 병원약사회에서 보건정책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병원약사회 사무국장으로서 사회에 쓰임이 되고, 여러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며 "이를 알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손 사무국장은 "병원약사회 사무국은 직원 수는 적지만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 각자 맡은 일들을 잘 해주고 있다"면서 "임원 분들이 병원약사회 사무국이 일을 잘 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사무국장으로서 뿌듯하고,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30년동안 근속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면서 "딸이 둘인데, 바쁜 엄마여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런 엄마를 아이들이 이해해주고, 스스로 할 일을 잘하고 잘 자라줘서 참 고맙다.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고, 저를 이해해준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손현아 한국병원약사회 사무국장, 사진=조해진 기자
◆ 강화된 병원약사 위상…"더욱 노력할 것"

손 사무국장의 열정과 무보수임에도 최선을 다해 회무에 임하고, 후배들에게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한 집행부 임원들의 봉사에 힘입어 병원약사회는 과거보다 크게 성장했다. 

1994년 2명이었던 사무국 직원은 현재 12명으로까지 늘어났고, 의약분업 직후 1500명으로까지 떨어졌던 회원수는 다시 증가해 현재 5000명을 바라보고 있다. 

손 사무국장은 "병원약사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오랜 세월 열정적으로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들과 함께 병원약사회를 만들어가고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하면 참 든든하다"면서 강화된 병원약사의 위상을 강조했다. 

병원약사의 업무는 과거 조제 위주인 물질 중심 업무에서 환자 중심의 임상약제업무로 확대·발전됐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은 외래환자 대상 업무의 대폭 축소와 입원환자 중심의 업무로 재편되는 계기가 됐고, 환자중심의 다학제팀 활동이 확대돼 약사도 다학제팀 일원으로 환자 서비스를 수행하는 업무가 늘었다. 

아울러 전문약사제도가 도입이 되면서 질환(암, 장기이식, 심혈관, 내분비)이나 환자(노인, 소아, 중환자) 중심의 보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업무도 늘어났다. 

특히, 올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주도로 11월부터 시작된 항생제 적정사용관리(ASP) 시범사업은 전담약사가 있어야만 ASP 시범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약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라고 봤다. 제도화를 앞둔 다제약물관리사업에서의 약사의 역할 또한 마찬가지로 그 중요성이 확인되고 있다. 

손 사무국장은 "앞으로는 전문약사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전문약사제도의 도입, 전문약사 수련 교육기관 지정 등과 맞물려 앞으로 의료기관 다학제팀에 전문약사의 참여가 더 확대될 것"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업무별 전담인력 기준을 확보하고, 약사들의 서비스에 대한 합리적인 수가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은 365일 운영돼야 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병원약사들이 워라밸이 좋은 편은 아니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친 손 사무국장은 "환자의 필수의료 부분에서 약사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병원약사들이 책임감과 사명감,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정경주 차기 회장의 공약이 '평생 워너비 병원약사'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병원약사회의 역할인 만큼 계속해서 서포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병원약사회는 현재 이영희 전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해 병원약사 인력기준 법 개정안 마련, 병원약제수가 개선, 약사연수교육 평점체계 개선, 간호법 및 간호사 시범사업 관련 사항 등 병원약사 현안 및 정책 관련 업무를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손 사무국장은 "재단과 사단에 각각 약사인 사무국 직원들이 전문성을 살려 실무를 하고 있다"면서 "많은 분들의 헌신과 노력에 힘입어 병원약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배 약사와 현재의 병원약사회 임원 분들에게도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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