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결산㉝] 해 넘기는 '공단 특사경'…의정 입장차 평행선

[테마로 보는 의료계 결산] 의료계 반발 속 제도화 난항
건강보험재정 누수…10년간 2조7700억원 미징수
공단, 의료계와 협의체 구성했으나 소통 난항
의협, 특사경 도입시 보험자-공급자간 왜곡 우려…제도적 허점 지적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2-31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특수사법경찰법' 도입이 수년째 고배를 마시고 있다. 올해도 7개 의원실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제도화에 이르지 못 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의료계로부터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한 데 따른다. 

공단에서는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허 약국'에서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금의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특수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을 통해 전문역량을 갖춘 수사를 진행해 기간을 단축하고 징수율을 높여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2024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개설기관의 진료비 허위・부당청구가 적발돼 환수 결정 금액이 최근 10년간(2014~2024년) 약 2조9800억원이며, 이 중 징수되지 못한 금액이 약 2조7700억원에 달한다.

공단과 의료계 간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공단 측은 특사경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전문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공단 특사경' 제도를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만들어 놓고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특사경 도입 논의…공단과 의료계 갈등 속 지지부진

공단 특사경 관련 제도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4개 의원실에서 발의한 데 이어 22대 국회에도 논의되고 있다. 이달 16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22대 국회에서는 총 7개 의원실이 공단 특사경 제도화를 촉구하고 있다.

여러 의원들이 공단 특사경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이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동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를 통해 제21대 국회에서 논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던 공단 특사경 제도에 대해 "불법의료기관 등 관련 범죄 행위 대응의 시급성과 공단 임직원에 대한 수사권한 부여의 불가피성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확보될 필요가 있다. 또, 사법경찰권 부여 시 수사전문성과 수사 역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공단에서도 특사경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의료계와 소통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원활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공단 요양기관지원실 조사사후관리부 이화연 부장은 "의료계에서 공단 특사경 도입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불법 개설 기관만 조사를 하는 게 아니고 부당 청구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적용되는 법이 완전히 다르다. 부당청구는 건강보험법에 따라 조사하는 것이고, 불법 개설 기관은 의료법에 근거해서 조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공단이 의료계하고 제도적 개선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의료계 쪽에 지금 (의정갈등 등) 이슈가 있어서 협의체 만남이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협의체가 아니더라도 병원협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특사경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공단이 의료기관에 대한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 관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의료기관 대상 조사를 빌미로 하는 임의 절차마저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 수사처럼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사무장 병원이 양성되는 이유는 공단의 조사 권한 부족이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 당시 불법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내주는 제도적 허점에 있다"며 "비정상적인 불법 개설 의료기관이 생기는 데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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