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응급실 경증환자 여전…중증 진료체계 재정비 필요

의료계 "경증환자 분산대책 실효성 無…의료계와 소통 부재" 지적
중증환자 2차병원 쏠림…역량 강화 및 의료 질 관리 시급
응급의료기관 평가체계 재점검 필요성 제기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2-01 05:59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공의 공백으로 의료진이 부족한 가운데 맞이한 올해 설 명절에는 지난 추석연휴보다 중환자 내원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중증환자 중 진료 지연을 겪어야 했던 환자는 집계된 수치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는 게 현장 의료진의 진단이다. 이에 중증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의료계와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31일 보건복지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인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413개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하루 평균 2만6240명이다. 설 당일인 29일에는 3만2682명으로 가장 많은 환자가 몰렸다. 이 중 경증 환자(KTAS 4~5)는 일평균 1만4039명(53.5%), 중등증 환자(KTAS 3)는 1만748명(40.9%)으로 나타났다. 중증환자(KTAS 1~2) 환자는 1453명(5.5%)이었다. 

지난해 전공의 공백 상황에서 맞이했던 추석 연휴에 비해 이번 설 연휴기간동안 중증환자 및 중등증 환자 비중은 소폭 늘어났지만, 경증환자 비중은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중증진료 위한 정부의 경증환자 분산대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진들이 한계까지 환자를 보고 있다. 다만,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한계까지 본다고 해도 몰려드는 환자를 다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기다리다 돌아간 환자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요한 점은 중증환자들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음에도 의료진은 부족한 데 경증환자들이 몰리면서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없다. 이 상황은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어제도 근무 중에 밤새도록 갈 병원이 없다고 전원 요청이 왔다. 경증환자들이 몰려서다. 정부에서는 경증환자분산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런 실효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회장은 "(정부가) 설 연휴 응급의료체계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응급의학의사회 등 의료계에 도움을 요청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연락 한통 없었다. 막을 수 있는 환자 피해를 잘못된 정책을 지속하면서 악순환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 연휴기간 동안 중증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몰리는 현상도 확인된다. 

A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중증환자들의 내원이 증가했지만 대학병원급, 권역센터, 지역센터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중증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이 됐다. 2차 병원은 입원이나 치료는 할 수 있지만 최종치료를 제대로 받기 어렵다. 즉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을 관리하는 부분에서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보다 역량이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2차 병원들의 역량이 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중증환자가 몰리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응급의료기관 평가지침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진행하는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통해 수가·보조금 차등 지원 등이 이뤄짐에도, 의료기관이 실제적인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했는지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A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1등급 받은 병원보다 더 낮은 등급을 받은 병원에서 배 이상 많은 응급환자를 수용하고 있다면, 평가체계에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더 많은 응급 환자를 수용해서 진료를 보는 병원이 더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평가지침이 현장을 제대로 반영해서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응급의료체계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의료정책으로 인해 불필요한 재정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소재 B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올해 설 연휴기간은 평시보다 40% 이상 환자가 늘었다. 중증환자에 더해 A형 독감, 장염 환자들이 급증했다"며 주요 증가 요인에 대해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응급실 관련 정책에 대해 기대를 안 한지 오래지만, 의정갈등이 벌써 1년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들어간 재정이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돈이면 의료진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약제에 대한 합리적인 비용 지불 등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 질 개선은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것이다. 그런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쓰지 않아도 될 재정을 퍼붓고 있다. 그렇다고 전보다 나아진 것은 없다"며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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