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 치료, 동네의원에선 쉽지 않다"‥비급여 시술 우선

일반의와 전문의 구분 어려운 간판 실태 여전‥혼란 가중
개원가, 낮은 피부질환 수가로 인해 비급여 미용 시술에 집중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2-17 11: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 최근 습진으로 인해 피부과를 찾은 직장인 A씨는 같은 건물 내에 '피부과'라는 간판을 단 두 개의 의원을 방문했다. 첫 번째 의원에서는 '피부질환'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간판을 자세히 보니 '진료과목: 피부과·성형외과'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운영하는 의원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의원의 간판에는 '피부과 의원'이라고 명시돼 있어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으로 보였지만,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의원 내에는 다양한 피부 미용 시술에 대한 홍보 자료와 가격표가 비치돼 있었고, 미용 시술 예약 환자들로 인해 대기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보였다.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동네 피부과를 찾아도 진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확인된다. 그 배경에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의료기관의 운영 방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일반의가 운영하는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간판에 '진료과목'을 명확히 표기하지 않아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오인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의료 신뢰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소비자가 피부과 전문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홈페이지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혼선은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정확한 정보 제공과 자정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간판 표기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일반의와 전문의의 진료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동네 피부과 의원들이 비급여 미용 시술에 집중하면서 피부질환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피부과 의원에서 미용 시술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레이저 시술, 보톡스, 필러 같은 시술이 피부질환 진료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피부질환 진료의 수가가 낮아 의원 입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의원이 비급여 시술 중심으로 운영을 전환하며, 이로 인해 피부질환 환자들은 예약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만성 피부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동네 피부과에서 치료받기 어려워 종합병원급 이상으로 쏠리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동네에서 피부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곳이 없나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이에 대해 "차라리 종합병원으로 가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를 우선 진료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도 경증 피부질환 환자들까지 대학병원으로 몰리면서 의료전달체계의 혼선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경증 환자는 동네 의원에서, 중증 환자는 종합병원에서 치료받도록 설계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피부질환 환자들이 적절한 1차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결국 상급병원을 찾게 된다.

전문가들은 동네 피부과 의원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하고, 피부질환 진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기관들이 일정 비율 이상 피부질환 진료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피부질환 치료의 수가를 현실화하고, 비급여 미용 시술과 균형을 맞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동네 의원에서도 피부질환 환자들이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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