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사 자격 획득, 업무 효율성· 의료진 신뢰도 높아져"

[인터뷰] 이선아 아주대병원 약제부 특수조제파트장 인터뷰
국가공인 전문약사 종양, 심혈관 분야 중복취득자
업무 전문성과 효율성 높일 수 있는 전문약사 준비
다학제 협진에서의 약사 신뢰도 높아져…"가치 있는 일이라 느껴"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2-17 05:57

이선아 아주대병원 약제부 특수조제파트장이 환자의 처방을 검토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환자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과 약사의 협업은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의료진이 다시 환자의 약 사용과 관련해 문의를 줄 때 신뢰를 확인 받는 기분과 함께 '내가 전문약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느낀다.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만큼 전문약사 자격 취득은 충분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23년부터 시작된 국가 공인 전문약사 자격시험에 모두 응시해, 2개 과목(종양, 심혈관)에 대한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한 이선아 아주대병원 약제부 특수조제파트장은 최근 진행한 메디파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문약사 자격 취득과 관련해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국가공인 전문약사 제도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병원약사 전문분야 9과목(▲내분비 ▲노인 ▲소아 ▲심혈관 ▲감염 ▲정맥영양 ▲장기이식 ▲종양 ▲중환자)에 대한 2번의 자격시험이 치러졌으며, 현재까지 총 721명의 국가공인 전문약사가 배출됐다. 

3회 자격시험까지는 기존의 민간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한 자들 중 응시일 직전 5년 이내에 해당 전문과목 분야에 1년 이상 종사한 자라면 응시가 가능하다. 

이에 민간 전문약사 자격증을 취득했던 이들 중 2023년과 2024년 2번의 시험을 모두 치르고, 두 분야에서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한 중복취득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바쁜 근무 여건 속에서도 약사들 스스로 전문성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는 방증인 셈이다.

이선아 파트장도 중복취득자 중 한 명이다. 전문약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병원 업무를 소화하면서 공부를 병행해야 하기에 결코 쉽지 않다. 

이 파트장은 "일과 병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퇴근 후 공부를 하다보니 시간적으로 쫓기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전문약사 자격 취득을 위한 공부는 업무와 관련된 부분이어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자격 취득을 위해 공부한 최신 지견이 담긴 처방을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다. 이처럼 현장에 대한 복습과 예습이 모두 되는 상황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이래서 전문약사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약사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전문약사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마련된 내용은 없다. 명확한 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 파트장은 "공부를 하고 나면 업무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확실히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며 "더 심도있게 환자의 처방을 살필 수 있고, 교수님들과 토의할 때도 더 심도있게, 근거를 기반으로 자신감 있게 내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 중 하나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약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해당 약사에게 다시 문의를 하게 되므로 직업적으로 더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선아 아주대병원 약제부 특수조제파트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선아 아주대병원 약제부 특수조제파트장. 사진=조해진 기자
Q. 12년 전에도 메디파나뉴스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미국 전문약사 시험(BPS)에 합격해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미국 전문약사 시험과 한국 전문약사 시험은 어떤 차이가 있나. 

약물 치료나 임상에 대한 내용은 국내와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 전문약사 시험은 통계와 환자 안전관련에 대한 내용 비중이 생각보다 높았다. 

그 외에도 국내와는 관련이 없지만, 미국 내 보험 시스템에 대한 내용, 정책적인 내용들이 시험 문제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달랐다. 국내의 경우는 약물 치료에 대한 비중이 더 높고, 통계는 10% 정도로 공통 과목 문제로 나오는 것 같다. 

Q. 병원약사가 정책에 대한 부분도 잘 알아야 할까. 

환자 안전이 매우 중시되고 있기 때문에 병원 자체에서도 안전 관련 규정이나 정책이 정해져 있다. 병원약사로 근무하게 되면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지 항상 관심을 갖고 생각해야 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병원 규모 등의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험에 정책에 대한 부분을 넣는 것은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종양, 심혈관 분야로 중복 전문약사 취득자가 됐다. 전문 분야를 선택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대부분 병원약사들이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전문약사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저 역시 지금 업무를 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종양으로 먼저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보게 됐다. 실무와 워낙 관련도가 높아 교수님들의 처방 자체가 최신 가이드라인인 경우가 많아 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됐다.

심혈관을 선택한 이유는 만성질환에 대한 내용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심혈관을 선택했다. 이번 공부를 통해 최신 가이드라인도 업데이트 하게 되고, 업무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Q. 3회부터는 수련기관에서 1년 이상 전문과목 수련을 한 병원약사들이 응시하게 된다. 수련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병원약사의 업무는 정말 다양하다. 종양, 감염, 중환자 등등이 있는데, 각 파트별 업무가 상이하기 때문에 다른 파트의 업무를 심도있게 알기는 어렵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수련기관의 실무를 통한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대학교 병원도 수련기관으로 지정됐는데, 종양·감염·중환자·노인·소아 5개 분야에 대해 지정됐다. 수련 계획서를 보면, 의사분들이 레지던트 수련을 하듯이 실제 전문약사 자격을 가진 사람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채워야 한다. 

과거에는 그저 공부, 세미나, 강연을 듣고 시간을 채웠다면, 이제는 진짜 임상 현장에서 업무를 하는 실습 부분이 강화가 됐다. 전문약사로 수련을 받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병원약사로 3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자격을 취득한 약사는 해당 과목의 전문 업무에 바로 투입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수련기간의 존재 의의인 것 같다.

국가 전문약사 자격은 실무를 통해 익힌 자격을 공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스스로 하는 일에 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또한, 병원약사의 업무 개발을 위해서도 전문성이 많이 필요하다. 

Q. 전문약사 제도가 실시된 지 2년이 지났다. 현장에서 느끼는 달라진 점이 있나. 

사실 아직까지는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국가 자격으로 인정된 만큼, 전문약사 자격을 가진 약사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민간 전문약사 자격의 경우에는 사실 그러한 근거가 다소 부족했지만, 국가 자격이 되면서 병원약사의 업무 확대와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공식적인 근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제도의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전문약사가 국가 자격으로 인정되면서 병원약사들이 갖는 관심도도 전보다 확실히 더 높아졌다고 생각이 든다. 아주대병원에서는 지금 총 11명이 국가 전문약사 시험을 통해 자격을 취득했다.

Q. 전문약사의 활동 중 하나로 다학제 팀에 대한 참여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들었다. 파트장님도 다학제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다학제 팀이 운영되는 전문약사의 대표적인 분야는 감염과 중환자 과목인 것 같다. 감염의 경우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ASP(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활동과 같은 사업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항암제를 주로 다루는 종양, 특수조제 파트는 다학제 팀처럼 회진 때 환자를 직접 만나지는 않는다. 관련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교류하고, 전산 상으로 외래 또는 입원을 통해 항암제를 맞는 환자들의 약물에 대한 사전 리뷰를 100%한 후에 치료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항암을 진행하시거나, 중간에 처방약이 바뀌는 등의 상황을 겪는 환자분들이 약물에 대한 문의, 상담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한달에 약 20건 정도 상담을 진행하는 것 같다. 한번 상담할 때마다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따로 상담실을 잡아서 상담을 해드리고 있다. 이런 부분이 더 활성화 돼야 할 것 같다.

Q. 전문약사 제도가 계속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려면 어떤 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을까.

지금까지는 전문약사 제도는 사실 약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외에 마땅한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한 자격인 만큼 보상이 충분히 있다면 좀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보상적인 차원은 병원에서 해주기는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다. 결국에는 수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도 수가가 나오게 된다면 전문약사를 더 활성화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수가 보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3번째 자격시험은 수련기간을 거친 전문약사들이 처음 진입하는 자격시험이자, 기존 민간 전문약사(특례적용자)들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특례다. 다른 과목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민간 전문약사 자격이 있는 중환자 과목 자격시험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기존 민간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하신 약사님들도, 새롭게 도전하는 약사님들도 기회가 된다면 전문약사에 도전하시길 추천드린다. 

Q. 특수조제파트장을 맡고 있는데, 병원약사 내에서 해당 파트에 대한 인기는 어떠한가. 팀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항암제를 다루는 부서이기 때문에 고위험 약물이어서 보호를 위해 복장도 다 챙겨서 들어가야 하고, 약도 주의해서 받아야 한다. 평소에는 사실 보기 어려운 약들이고, 이런 약들은 대부분 고가이다보니 부담스러워 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아주대 특수조제파트는 2022년에 아예 장소를 새로 이사하고, 미국 USP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도록 시설을 구비했다. 자동화 로봇도 들어와서 운영 중인데 잘 정착돼서 사용 중이다. 시스템적으로도 선진화가 많이 이뤄져 조제자도, 환자도 정확하고 안전하게 약물이 투여될 시스템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함께 근무 중인 선생님들이 병원에 근무한지 2-3년 된 선생님들이 대부분인데, 저를 믿고 아주 잘 따라와줬다. 정말 다들 너무 잘하고 있어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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