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들도 '팝콘 브레인' 주의해야

백정현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우리아이들병원장

메디파나 기자2025-03-04 05:50

우리 병원에는 입원 환자들을 위한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한다. 파스텔톤 원목가구로 꾸며진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와 보호자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입원 후 무료한 시간을 스마트폰 보는 것 대신에 책을 읽는 모습이 참 좋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놀잇감이 적었던 시대여서, 심심할 때는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많이 읽었다. 이 때는 책이 귀해서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었고, 자기 전에는 책 속의 주인공이 되는 공상을 하다 잠이 들곤 했다. 지금은 책이 넘쳐나고, 지자체에 도서관이 잘 되어 있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책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책을 읽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아이들이 책을 읽게 만드는게 어렵고, 어른인 나 조차도 독서가 쉽지 않은 시절이 되었다. 책을 펴지 않아도 줄거리가 요약된 미디어가 풍부하고, 이미 빠른 자극에 익숙해져 찬찬히 글을 읽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단어가 있는데 '팝콘 브레인'이 바로 그것이다.

팝콘이 열을 만나면 톡톡 터지듯이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고 일상 생활에는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이라고 한다.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우리 뇌의 전두엽이 반응해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서 형성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즐거움과 관련된 신호를 전달하는 '행복 호르몬'이다. 우리가 맛있는 것을 먹거나, 목표를 달성해서 쾌감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인데 게임, 동영상 같은 자극적인 상황에 노출시에도 분비된다.

최근 영상들이 더 짧은 숏폼으로 전환하는 이유도 사람들이 더 빠르고 자극적인 상황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점점 영상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뇌는 팝콘 브레인이 되고 있다. 그 증거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실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해마다 조사된 독서실태에서 성인들은 점점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어, 2023년에는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한참 뇌가 발달해야 하는 시기에 책이나 사람들과의 대화 대신 영상을 많이 접하는 아이들은 어떨까? 뇌 발달을 위해서는 오감인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골고루 써야 한다. 그 결과로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에 자극이 가고 신경회로가 잘 발달하면서 머리가 좋아진다. 그런데 화면 전환이 빠르고 자극이 강한 영상을 많이 보면 시각과 청각만 과도하게 자극되어 불균형한 발달을 하게 된다. 이는 곧 판단력, 집중력, 통제력을 관장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발달을 저해하게 만드는 결과를 야기한다. 해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영상 노출이 일상화 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어른들이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핸드폰 대신 가족들과 대화를 하고 영상을 보는 대신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줘야 하는 경우라면 아이가 혼자서 영상을 보게 하는 것 대신 같이 보고 본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권장한다.

|기고| 백정현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우리아이들병원장

- 고려대학교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고려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외래교수
-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 대한전문병원협회 경영이사
- 한국원격의료학회 원격검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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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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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5-03-0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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