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로 의료격차 해소 불가…의정 논의로 대안 마련돼야”

2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의사 인력 수급 전망'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거의 불가능"
의료정책연구원 박정훈 책임 "지역별·전문 과목별 편중현상 완화방안 강구해야"
정부 주도의 일방적 정책, 실효성 부족…지역의료 격차 해소 위한 대안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2-28 05:56

(왼쪽부터)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 의료정책연구원 박정훈 책임연구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의사 인력 수급 계획보다는 의료 공급자 및 관련 단체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의료정책포럼-의사 인력 수급 전망'에 참석한 연자들은 이 같은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의 연계성'을 발제로, 지역별 의사공급 및 수요 추계 연구에 대해 언급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사 공급 및 수요 격차의 문제는 지역별 의사 공급을 늘리는 방법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정부가 말하는 기본적인 큰 그림은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다. 이 체계를 통해서 지역의 주민들이, 환자들이 지역 내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받게 해보자는 취지지만,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가 이뤄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추계 연구에서 "2022년 기준으로 각 지역별 의사 인력 상태를 분석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정이 전제된다. 첫 번째 가정은 지역별 의사가 각 지역의 의료 수요를 모두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정은 우리나라에는 안 맞는다. 그런데 일단 그렇게 했다. 두 번째 가정은 지역별 의료인력의 비율은 그대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정하에 진행한 수요추계에서 "서울, 경기도. 인천광역시를 포함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보면, 2015, 2016년까지는 비교적 지역별 격차가 있다 하더라도 증가되지 않는 경향을 나타냈지만 2016년부터는 굉장히 가파르게 지역 격차가 벌어진다"고 언급했다.

홍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멈출 것인지에 대해서도 두 가지 가정을 했다. 첫번째 가정은 지역별 의료인력의 비율이 과거 10년의 트렌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가정은 지역별 의료인력의 비율이 변하지 않고 의료공급과 수요 지역 안에서 고정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가정하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격차가 늘어나고 비수도권의 의료 인력 부족은 심각해진다. 이는 어떤 증원 시나리오를 쓰더라도 해결할 수가 없고 오히려 문제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결국, 지역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사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수도권 의료 인력이 비수도권의 의료 수요를 일정 부분 담당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홍 교수는 "지역별 의사 공급을 늘리는 방법만으로 의료 격차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좀 완화는 할 수 있지만 해결책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의사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수도권의 의사들이 비수도권 의료 수요를 어느 정도는 담당해 줘야 의료 공급의 형평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어 "그렇다면 지역 의료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이는 지역 주민들이 적절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즉 서비스 접근성, 서비스 질에 대한 것들을 가져오려면 공급자망 네트워크 속에서 질 관리를 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원격의료 시스템 등이 있어야 될 것이라는 것이 추계를 근거로 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의사 수 추계는 합리적 과정, 그리고 시나리오에 근거해야 된다. 기본적으로 과학적인 추계 방식을 써야 한다. 결국 시나리오는 사회적·정책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생산성의 발전 정도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다만, 개별 공급자가 본인의 돈을 투자해서 만드는 것보다는 정부가 그러한 인프라를 구축해준다면 생산성 향상을 보다 수월하게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합의될 수 있고 실현 가능한 제도를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해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제도도 우리나라에서 한 번에 100% 시행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강제적으로 할 수도 없다.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서 더 좋은 쪽을 선택할 수 있게 열어놓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사 수를 단순히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역 의료 격차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의료 접근성과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 공급자 및 관련 단체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한 현실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다른 연자인 의료정책연구원 박정훈 책임연구원은 '2025년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사 수급 전망'을 발제로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서 그 낙수효과를 통해 필수의료나 지역으로 의사가 증가하는 것을 기대한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환자의 접근성이 증가할 것이고 그로 인해 응급실이나 소아과 오픈런 같은 현상들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속적으로 의료 공급자와 관련 단체 등과 논의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수급 추계 모형과 방식을 논의해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과정에서는 전문성이나 신뢰성, 자율성, 투명성 등이 확보돼야 한다.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주기적인 수급체계를 통해서 장기적인 의사인력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의사의 절대적 부족보다는 지역별, 전문 과목별 분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박 책임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하겠다는 단편적인 사고에서 탈피해야 되고, 이미 1년째에 성공할 수 없음이 증명되고 있다"며 "지역별, 전문 과목별 편중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더 강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 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높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사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마련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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