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문경영인 체제 시동…실적 성장·기업 가치 제고 노려

김재교 부회장, 사내이사로 선임…대표이사로서 기업 지휘
경영권 분쟁 과정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화 필요 강조
최인영 센터장,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전문 경영 강화
기업 가치 제고 계획서 국내 사업 확장, R&D 투자 등 눈길
지난해와 달리 주주 환원 정책, 기업 투명성 강화 등 언급

문근영 기자 (mgy@medipana.com)2025-03-06 05:59

 
한미약품그룹 사옥 전경. 사진=이정수 기자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선진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예고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를 이끌고, 대주주가 전문경영인을 지원 및 견제하는 형태다.

아울러 사업회사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하고, 의약품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2033년까지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주주 친화 정책 추진과 경영 투명성 강화로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5일 한미약품그룹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이사회 후보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회사는 이달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 후보자를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을 다룰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번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전(前) 메리츠증권 부사장)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자리에 앉힌다는 내용이다.
◆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첫 번째 전문경영인 선임…경영권 분쟁 시기부터 언급

이는 한미약품그룹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걸 의미한다. 2010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줄곧 한미사이언스 경영을 맡았으며, 전문경영인이 한미사이언스를 이끄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변화는 예고된 일이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연합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 오너 일가와 신동국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라데팡스 파트너스(이하 라데팡스) 등 4인 연합은 지난해 12월에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등을 약속했다.

당시 4인 연합은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주식 매매 계약 체결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과반을 확보하며, ▲전문경영인 중심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 ▲그룹의 거버넌스 안정화 등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모든 갈등과 반목은 접고, 한미의 발전만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겠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탄탄히 구축하고, 정도 경영과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님들께 보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에 관한 얘기가 나온 건 이게 처음은 아니다. 앞서 송영숙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송 회장은 입장문에서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고 선대 회장이 누누이 말씀하셨다"면서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재탄생하길 바랐다.

4인 연합에서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가장 많은 신동국 회장도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신동국 회장은 3인 연합(송영숙, 임주현, 신동국) 당시 입장문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 롤모델로 '머크'를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머크는 전문경영인이 독자 경영을 추진하고 대주주가 이를 감독한다. 이는 머크 가문 일원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게 아니라 이사회를 통해 회사 철학과 비전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왼쪽부터)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박명희 한미약품 국내사업본부장,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 사진=문근영 기자
◆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국내 사업, R&D 등 집중

사업회사 한미약품은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에 발맞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은 정기주총에서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을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을 다룬다고 5일 공시했다.

최인영 R&D센터장이 등기 임원에 오르는 경우, 한미약품 이사회는 박재현 대표이사를 필두로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 전무이사(사내이사)와 최인영 R&D센터장 전무이사(사내이사)가 뒷받침하는 모양새를 갖춘다.

이는 한미약품 가치를 높이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같은 날 한미약품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국내사업본부를 비롯해 R&D 센터 등 본부별 전략 실행으로 2033년까지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국내사업본부는 근거 중심 마케팅을 펼치며, 환자 맞춤 치료 전략을 강화한다. 아울러 '로수젯', '아모잘탄' 등 블록버스터 품목을 기반으로 전문의약품 원외 처방실적 1위를 유지하면서 혁신 신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R&D 센터는 새로운 모달리티로 계열 내 최초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또한, 신약을 자체 개발하며, 라이선스 아웃(License-Out) 등을 통해 신약 가치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R&D 설비와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연구개발비를 늘린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7년까지 3년간 3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R&D 센터 및 상신 시설 신·증축에 사용하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한미약품이 'Hanmi Pharm Innovation Day' 행사에서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한미약품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시장 대응력 강화로 국내사업본부 매출액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R&D 부문에선 비만 전주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고, 차세대 항암제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희귀질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고 부연했다.
자료=한미약품 기업 가치 제고 계획
◆ 주주 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기업 투명성 강화하겠다고 강조

반면, 5일 한미약품이 발표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 담긴 주주 환원 정책과 기업 투명성 강화는 지난해 Hanmi Pharm Innovation Day 행사 내용과 다른 점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행사에서 주주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번 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선 주주 친화 정책을 추진하고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주주 환원율 평균치를 25%로 올릴 예정이다. 또한 주식 1주당 배당금을 2027년까지 2023년 대비 200% 늘리고, 자사주를 취득해 단계적으로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가 수익률을 개선한다.

이 회사는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선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른 기업 주주총회가 몰리는 날짜를 피해 주총을 개최하거나 배당 정책 및 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통지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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